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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김명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 "프랑스처럼 국가 차원서 디지털전환정책 펴야"

올랑드, 디지털공화국법 만들어 기존산업·신산업 혁신 꾀해

SW진흥법 대수술 했지만 국내 인재·인프라 여전히 '걸음마'

스마트팜 등 SW 혁신으로 황폐화된 1차산업 다시 일으켜야

김명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이 최근 경기도 판교 사무실과 서울 역삼동 한국공학한림원 회의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소프트웨어 중심사회에 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호재기자




“정보기술(IT) 강국 중 하나인 프랑스가 지난 2016년 10월 디지털 혁신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공포한 ‘디지털공화국법’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 법은 모든 법의 상위법이에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대부분 소프트웨어(SW)로 귀결된다. 전통산업 역시 SW가 뒷받침돼야 혁신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SW산업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인력 양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김명준(63·사진) 소장이 해법을 제언했다.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두 차례 만나 총 8시간 동안 가진 인터뷰를 통해서다.

김 소장은 우선 프랑스에 관한 이야기부터 풀어냈다. 지난해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전임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해 기존 산업과 신산업의 혁신을 꾀하고 미국과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제정된 디지털공화국법은 프랑스혁명의 자유·평등·박애정신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정신을 기반으로 공공 데이터의 자유로운 활용, 모든 국민의 인터넷 접근권 보장, 정부 투자 프로젝트의 지식재산권 1년 이후 공개, 사후 디지털 세상에서 사라질 권리인 디지털장례권 등 개인정보 보호 강화 조항들이 명문화됐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프랑스는 해당 법에 맞춰 하위법을 손보고 있다”며 “유럽연합(EU)과도 지식재산권 공개에 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김 소장은 “프랑스의 국가적 디지털 전환 가속화 프로젝트를 참고해 우리도 SW 중심사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프랑스에서는 국영 통신사인 프랑스텔레콤이 1만2,000명의 연구원을 두고 연구개발(R&D)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공간(스테이션F)을 운영하고 있다. 프리텔레콤도 무료 코딩스쿨(19~30세 연 1,000명 교육)인 ‘에꼴42’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정도로 정부와 기업이 과학과 IT·SW 분야의 인재와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고 김 소장은 소개했다. ‘소프트웨어진흥법 전부 개정안’이 최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개정안에는 SW 발주 시 제안요청서 요구사항 명확화와 분석·설계사업 분리 발주 등 SW 업계의 요구사항이 대폭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전 산업에서의 SW 융합 촉진, 안전관리, 교육 활성화 등도 담겼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시 활용되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LT) 방식처럼 민간에서 공공 SW 시스템을 먼저 구축하고 사용료를 받도록 하는 법적 근거도 개정안에 반영됐다.

김 소장은 “현재 공공 SW 사업은 연 4조원가량으로 이 중 1조원이 신규사업비이고 3조원이 운영비인데 법이 통과되면 SW 제값 받기 등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다만 산업진흥 도구에만 그쳐서는 안 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SW 인재 양성, 농업 등 사회문제 해결로 나아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경쟁력 세계 5~6위, 높은 인터넷 사용률, 전자정부 등 축적된 역량이 있어 SW 혁신만 이뤄지면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1년 넘는 논란 끝에 마련된 개정안은 7년 전 대기업의 공공 IT 서비스 산업 참여 금지 등을 담았던 개정안에 이은 대수술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SW 산업 혁신을 이루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김 소장은 지적했다.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전산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30년간 SW를 개발한 전문가인 그가 우리 SW 산업 기반을 이처럼 우려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김 소장은 과거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벗어나 퍼스트무버(기술 선도자)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으나 오히려 현실에 안주하며 혁신성장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1970~1980년대는 해외 제품과 기술을 우아하게 베꼈고 1990년대에는 남이 만든 국제표준이나 제품규격을 따라 우리 기술을 구현했다”며 “2000년대 들어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서비스가 몇 개 히트하며 자신감을 가졌고 2010년대에는 더 따라 할 게 별로 없어 개척자의 길로 가야 하지만 SW 산업이 취약해 제대로 혁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기존 2차 제조업과 3차 서비스 산업, 벤처·스타트업의 SW 혁신을 통한 경쟁력 향상과 일자리 창출 못지않게 1차 산업에서 SW 혁신을 이뤄 귀농귀촌을 유도하고 농어촌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십년간 1차 산업은 복지정책으로 접근했으나 황폐화를 막지 못했다”며 “스마트팜이나 드론, 자율차 보급 등 SW 혁신으로 부부가 연 7,0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면 주거비와 교육비가 싼 농촌의 공동화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팜 등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 등을 마냥 부러워만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의 급변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도 디지털공화국법을 만들 때처럼 시민 참여로 풀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공화국법도 만들 때 온라인 플랫폼에서 1만8,000여명의 국민이 참여해 참여민주주의의 모범이 됐다”며 “사회를 혁신하려면 갈등이 커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원격의료 등 헬스케어, 공유경제, 빅데이터 활성화 등 여러 갈등을 공개 플랫폼에서 푸는 것도 SW 혁신사례”라고 설명했다. 앞서 1~3차 산업혁명기는 각각 노동착취·실업·양극화라는 부작용이 커진 뒤에야 대응책 모색에 나섰으나 4차 산업혁명기에는 신구 산업 갈등, 로봇 등 인공지능(AI) 윤리 문제, 유전자가위 기술에 따른 신인류 출현에 대해 선제적으로 고민하며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SW 인재 양성 측면에서는 과거 ‘SW는 3D(더럽고 위헙하고 힘든) 업종’이라는 인식에서 점차 벗어나 2016년 알파고 이후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나 아직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SW 교육 의무화가 점차 도입되고 있으나 교육시간도 태부족하고 관련 교사 양성도 부족하다”며 “SW중심대학도 25개에서 내년 30개로 늘어나고 내년 2월 첫 졸업생이 배출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영국과 미국·중국 등이 코딩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는데 우리도 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군인들에게도 코딩 교육을 시키고 학점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어 “워크넷(고용정보연구원)과 사람인의 오랜 구직광고 빅데이터를 분석해 내년 초 SW 관련 직업 변화와 전망이 담긴 보고서를 내놓을 것”이라며 “모든 분야에서 SW가 융합되고 있어 에꼴42 같은 혁신적 SW 교육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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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부산 △서울대 계산통계학사 △KAIST 전자계산학 석사 △프랑스 낭시 제1대학교 전산학 박사 △1981~1986년 프랑스 국립연구소 LORIA 연구원 △1986~2016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소프트웨어·콘텐츠연구소장 등 역임 △2004~2008년 컴퓨터프로그램보호위원회 위원 △2008년 한국소트웨어감정평가학회장 △2012년 한국정보과학회장 △2013~2014년 미국 리눅스재단 선출 이사 △2016년 10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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