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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의 집과 사람]3기신도시, '제2의 판교'가 될 수 있을까

3기신도시 자족시설 비중 역대급 규모 불구

산업입지 떨어져 서울 기업 유치에는 한계

주택 수요 분산되려면 일자리 함께 이전해야





18억5,000만원. 판교신도시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다는 백현동 푸르지오그랑블 전용 97㎡의 지난 9월 실거래가격입니다. 이쯤이면 웬만한 서울시내 강남권 아파트 부럽지 않은 시세입니다. 단순히 값이 비쌀뿐 아니라 상승세도 가파릅니다. 10월이후 실거래 현황이 파악되지 않았지만 지난 5월 이후 같은 면적 거래 가격은 16억4,500만원→17억5,000만원→18억5,000만원으로 넉 달 사이 2억원이 치솟았습니다. 2014년 6월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선지 4년만에 2배 가까이 집값이 뛴 것입니다.

판교신도시의 힘은 바로 신도시 내에 조성된 판교테크노밸리입니다. 판교테크노밸리에는 1,270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은 7만명. 단지 기업과 사람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닙니다. 엔씨소프트, NHN, 다음카카오, SK케미칼, SK플래닛, 한화테크윈, 한화케미칼, 포스코ICT, 한화테크윈, 안랩…‘내로라 하는’ 대한민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몰려 있습니다. 그래서 수도권지하철 신분당선 판교역 북쪽 출구에서 판교테크노밸리로 넘어가는 횡단보도는 매일 아침마다 전철역에서 나와 출근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발걸음으로 활기가 넘칩니다. 대부분 수도권 신도시 일대 지하철역이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는 인파로 몰리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이같은 자족기능 때문에 판교신도시는 1기와 2기를 통틀어 서울의 주택수요 분산을 목표로 건설된 수도권 신도시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상당수 서울 거주자가 직장 출퇴근을 위해 판교신도시나 이웃한 분당신도시로 집을 옮겨왔기 때문이죠.

그래서일까요. 정부가 지난 19일 수도권 3기 신도시 예정지를 발표하면서 광역교통망 확충계획과 함께 유난히 강조한 것이 ‘자족 기능’입니다. 가장 규모가 큰 남양주 왕숙지구에만 140만㎡로 판교테크노밸리 2배 면적의 자족시설용지가 들어섭니다. 하남 교산지구의 자족시설용지도 92만㎡로 판교테크노밸리의 1.4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심지어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지구는 자족시설용지가 90만㎡로 지구 전체 가용면적의 절반에 달합니다. 7,000가구에 불과한 미니 택지지구인 과천 과천지구조차 자족시설용지는 36만㎡로 바로 옆 과천지식정보타운의 1.5배에 이릅니다. 자족시설용지 비중으로만 보면 전례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고민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단순히 대규모 자족시설용지를 확보하면 정부가 기대하는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번 3기 신도시는 서울 시계에서 2㎞ 거리라니 서울과의 거리만 따진다면 오히려 1기신도시 못지 않은 입지입니다. 하지만 자족기능의 성패를 좌우할 기업의 유입은 단순한 거리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서울 뿐 아니라 다른 지역과의 접근성, 도시의 확장성, 그리고 무엇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적 자원이 풍부해야 합니다. 그런데 3기 신도시 중 가장 큰 남양주 왕숙 지구만 해도 중심축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신도시 동쪽으로는 이렇다 할 산업기반조차 없습니다. 광역급행철도(GTX) 3개 노선 중 가장 경제성이 낮을 만큼 사람과 물자의 이동도 떨어지는 곳입니다.

특히 서울의 주택수요를 분산시키리면 새로 조성되는 자족시설용지 역시 판교테크노밸리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 서울에서 옮겨간 기업들이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사람이 몰려 있는 곳에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들기 때문이죠. 안타깝게도 이런 측면에서 3기 신도시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담해 보입니다. 그나마 과천 과천지구가 산업 입지 측면에서는 뛰어나지만 분산할 수 있는 주택수요가 고작 7,000가구에 불과합니다.

이때문에 정부는 3기 신도시를 ‘제2의 판교’로 만들고 싶다면 서울의 기업들이 이들 신도시 자족시설용지에 앞다퉈 둥지를 틀 수 있는 여건을 어떻게 조성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3기 신도시 역시 대부분 기존 신도시처럼 잠만 자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거나 서울로부터는 외면당한 채 수도권 외곽의 산업과 인구만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될 것입니다.
/정두환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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