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결혼을 앞두고 신혼살림 마련에 나선 최진혁(33·가명)씨는 지난 주말 예비신부와 함께 서울 논현동 가구거리의 한 수입가구 매장을 방문했다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어드는 가구 가격에 크게 실망했다. 최씨가 고른 독일산 가구 S브랜드의 대표 소파의 가격은 1,200만원. 그는 백화점 매장보다 로드샵이 훨씬 저렴하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온 매장이었기에 “할인 프로모션은 없느냐”고 요청했고, 매장 직원은 선심 쓰듯, “이 물량 하나만 남았다”며 그 다음 날까지 구매 결정해주면 790만원에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급작스럽게 낮아진 가격에 혹한 최씨는 그 자리에서 계약금 일부를 내고, 가구 배송일까지 확정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덤터기를 쓴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했다.
가구업계가 배송과 설치가 까다로운 제품의 특성을 악용해 수입과정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 ‘최소 현지 소비자가의 2배는 받아야 한국서 매장을 손해 보지 않고 운영한다’는 업계 고유의 룰이 있을 정도로, 관행처럼 굳어진 수입가구 가격 부풀리기는 해외 직구와 구매대행이 트렌드로 부상한 지금까지도 극성이다.
폭리를 취하는 브랜드로 손꼽히고 있는 S브랜드의 경우 독일 현지에서는 소파 전 라인이 통상 200만~300만원대에 팔리고 여기에 할인이 추가되는 식이지만, 한국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편에 속하는 로드샵에서도 매장에서 여러 손님이 앉거나 만져 본 ‘전시용 제품’만이 500만원대 후반을 기록할 뿐, 새 제품일 경우 최대 폭으로 할인받아도 700만~900만원대를 오갔다. 할인 없는 가격은 1,000만원대다. 그러나 제보자 최씨가 고른 소파는 색상과 크기, 모든 것이 동일하지만 독일 현지에서 1,299유로(한화 166만원)라는 약 7분의 1 가격에 판매 중이었다.
S브랜드의 영업사원은 최씨와 다른 날 매장을 방문한 기자에게도 “연초 프로모션이 최대 35%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소파는 인기가 높아서 할인 적용해도 1,100만원”이라며 ‘아무 집에나 들일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거듭 말했다. 이 매장에서 함께 전시·판매하는 브랜드 B의 가죽 소파도 정가는 1,100만원이지만 560만원에 판매했다. 6인용 식탁은 처음에 2,100만원을 불렀지만 가격을 깎아달라고 요청하자 이내 1,300만원까지 낮춰 불렀다.
다른 수입가구 브랜드도 상황은 유사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으로 이름난 수입가구 브랜드 M은 암체어 1개에 77만8,000원(온라인 기준)에 판매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조건으로 수입하는 일본에서는 13만2,000원이 저렴한 6만2,640엔에 구입할 수 있었다. 이 브랜드의 경우 원산지의 소비자가를 확인할 수 없어 간접적인 방법으로 살펴본 결과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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