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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의 ‘예타면제’, 일본 ‘다람쥐도로’ 재연되나

정부, 29일 전국 예타면제 대상·선정 기준 발표

"90년대 경기부양용 SOC 남발한 日 재연 우려"

"총선 앞두고 지역에 선물주는 포퓰리즘" 비판

'토목공사 안 한다' 공약 파기" 논란도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대전 성심당을 방문해 빵값을 직접 결제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이번 주 정치·경제계의 관심은 문재인 대통령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발언이었습니다. 여기서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란 국민 혈세가 300억원(총 사업비는 500억원 이상) 이상 들어가는 사업은 사업성이 있는지 평가하고 삽을 뜰지 말지 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담당하며,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나오면 프로젝트는 시작할 수 없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전을 방문해서 “오늘 대전의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발표했습니다”며 “세종~청주간 고속도로, 충청남도의 ‘석문국가산단 인입철도 사업’, 충청북도의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모두 합하면 충청권에서 4조원 규모입니다”고 말했습니다. 충청권에서만 4조원 규모 사업의 사업성을 따지지 않고 건설을 시작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대전 성심당을 방문해 빵을 고르던 중 직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이에 더해 정부는 오는 29일 국무회의 후 전국적으로 예타 면제 사업과 그 기준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각 광역시·도가 수십여개, 수십조원의 사업의 예타 면제를 신청했는데, 이 중에 받아들일 것이 무엇인지 발표하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주 엄격한 선정 기준을 세워서 광역별로 한 건 정도의 공공 인프라 사업들은 우선순위를 정해서 (예타 면제 대상으로) 선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그 후속조치인 격이지요. 문 대통령은 예타 면제 사업을 선정하는 이유에 대해 “서울이나 수도권은 (예타가) 쉽게 통과되는데 지역은 인구가 적어 통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국가재정법을 봐도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으로,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것은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정부는 이를 근거로 사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무엇보다 일본식 ‘다람쥐 도로’가 양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습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버블경제가 붕괴되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전 국토에 무분별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나섭니다. 비교적 작은 국토임에도 공항이 90여곳이나 되는데 이 때 지어진 것이 많습니다. 또 필요성이 없는 곳에 각종 도로도 건설됐습니다. 자동차는 안 다니고 다람쥐나 소만 다닌다며 ‘다람쥐 도로’라는 조롱이 이 때 붙었습니다. 우리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하며 이용하는 사람은 없지만 대규모 혈세만 들어가는 일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입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대규모 SOC가 건설되면 당장 건설인부가 몰리며 지역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완성되면 외부 관광객도 유치할 수도 있어 지역에서는 크게 반길 만한 일입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SOC 사업의 삽을 뜰 수 있게 만든 집권 여당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로 연결됩니다. 국민 혈세를 들이지만 생색은 여당이 내는 셈이지요.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대전에서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 대통령의 공약을 파기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규모 SOC를 ‘토목공사’라고 규정짓고 비판해왔습니다. 그런 문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대규모 SOC의 예타를 면제하겠다는 게 공약과 배치된다는 목소리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정부는 17개 광역시·도로부터 온 신청을 받아 33개 SOC 사업의 예타 면제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규모로는 총 61조 2,518억원에 달합니다. 이명박 정부 때의 4대강 사업 때 예타를 면제 받은 규모는 19조 7,600억원이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진보진영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실정입니다. 경실련과 녹색교통운동, 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침체된 경기를 토건 사업으로 부양하려는 내년 총선을 위한 지역 선심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예타 면제는 토건 재벌 건설사들에 막대한 혈세를 퍼줄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여러모로 29일 나올 예타 면제 대상과 총 규모, 정부가 그렇게 정부가 선정한 이유를 관심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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