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내에 과잉진료 안 하고 관리를 꼼꼼히 해주는 치과 추천 부탁드려요.”(민호민수맘)
지난해 인천 송도 지역 기반의 맘카페에 올라온 치과를 추천해달라는 글에는 특정 치과를 추천하는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법한 광경이지만 사실 이 글은 사람들 사이의 입소문 효과를 노린 ‘바이럴마케팅’ 업체의 의도된 광고였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전국 180개의 맘카페에 실제 후기로 위장한 허위광고글을 게시한 혐의(정보통신망 침해 및 거짓 의료광고 금지 위반)로 A 업체 대표 이모(30)씨 등 26명을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광고를 의뢰한 병원 13곳도 적발돼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경찰에 덜미를 잡힌 바이럴마케팅 업체 3곳은 포털 계정 800개를 사용해 지난 2015년부터 3년 넘게 2만6,000건이 넘는 글을 올렸고 이를 통해 총 7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에게 광고를 의뢰한 업체만 4,000여곳에 달한다. 내부에서는 이런 작업을 ‘맘카페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이고 입소문이 빠르고 구매력 있는 학부모들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20~30대로 구성된 바이럴마케팅 업체 대표들은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인천·송도·광명 등 전국 지역 맘카페에 허위광고글을 올렸다. 학원·유치원·어린이집·헬스클럽·산후조리원은 물론 건강과 직결될 수 있는 병·의원에서도 광고 의뢰가 쏟아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일반 광고를 진행하듯 광고 의뢰 업체에 시나리오를 보내 확인을 받고 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맘카페에 광고를 작성했다. 예를 들어 정형외과를 광고할 때는 “우리 애가 손목이 골절됐는데 근처에 잘하는 병원이 어디냐”고 묻는 글을 올린 뒤 댓글로 “여기저기 다녀봤는데 ○○병원이 시설이 좋고 의사가 친절하더라”고 자문자답해 특정 업체를 자연스럽게 광고하는 식이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신뢰도가 떨어지는 정보가 난무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규정은 마땅치 않다. 경찰 관계자는 “광고 업체는 병원 외에도 학원·유치원 등 다양했지만 이 중 처벌조항이 있는 병·의원에 대해서만 의료법 위반을 적용했다”며 “맘카페에 대한 업무방해 등 다양한 법률 검토를 했지만 가벌성이 약해 정도가 심한 13건에 대해서만 입건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불법으로 볼 수 없어 환수도 불가능하다.
결국 교묘한 광고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몫이다. 한 바이럴마케팅 업체의 전직 직원은 “맘카페에 가입한 뒤 카페 내 레벨을 올리기 위해 ‘오늘 미세먼지가 심하네요’ 같은 일상 글을 게시하며 몇 달 공들인 다음 광고 작업에 들어간다”며 “처음에는 마케팅 회사라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입사했는데 소비자를 우롱하고 정보를 조작하는 일이 일상 업무였다”고 전했다. 경찰은 “허위·거짓광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불법 온라인 광고 마케팅 행위를 지속적으로 단속해 건전한 사이버 공간의 질서를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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