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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땐 편했지만..플라스틱, 돌고돌아 인류를 겨누다

농촌서 유독가스 불구 노천소각

도시선 폐기물 분리 안돼 몸살

자연에 방치땐 미세하게 쪼개져

흙·강물로 유입돼 생태계 위협

오염된 동식물 섭취땐 인체 악영향

각국 일회용품 금지 등 규제 활발

지방의 한 환경사업소에 플라스틱과 비닐류 등의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연합뉴스




최근 면소재지에서도 2㎞가량 떨어진 시골 고향 마을에 다녀온 안정환(52)씨.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었는데도 동네에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에 불쾌함을 느꼈다. 어느 집에서 드럼통에 비닐 등 플라스틱, 폐스티로폼, 폐지 등 쓰레기를 던져놓고 태우고 있었다. 유해가스가 시커멓게 계속 나오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소각하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농촌도 중국발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불법 노천소각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마을회관에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이 있지만 비닐은 수거되지 않고 분리수거도 귀찮아 그냥 태우는 주민이 많다. 안씨는 “군청에 문의하니 ‘시골 비닐하우스나 (텃)밭에 나뒹구는 비닐 등은 재활용할 수 없어 받지 않는다. 노천소각 단속도 주민 반발로 고민’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문제는 비닐 등 폐플라스틱, 폐스티로폼, 합판 내장재 등을 노천소각하면 유독가스인 다이옥신·염화수소·시안화수소 등이 대거 발생한다는 점이다. 합판 내장재는 아토피 유발물질인 포름알데히드도 방출한다. 송수경 경기도 광역환경관리사업소장은 “가구공장 등 공장이나 공사장, 가정 쓰레기 단속에 나서고 있으나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고 애로를 호소했다. 경기도 광역환경관리사업소는 올 초 6주간 단속을 벌여 215건을 적발했으나 사업장 불법소각 과태료가 100만원(가정은 50만원)에 불과하다.

도시에서 배출되는 비닐봉지, 페트병, 과자봉지, 컵·빨대, 생활용품 등 플라스틱이나 배달음식용 스티로폼, 비닐랩 등의 폐기물도 심각한 상황이다. 농촌은 물론 김치공장·음식점·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고무대야는 폐플라스틱을 녹여 만든 것이라 유해물질이 많다. 바다 양식장의 폐스티로폼 부표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가 폐플라스틱을 소각장으로 보낸다고는 하지만 적지 않은 폐기물이 동남아시아로 불법 수출돼 사회문제화됐다. 미국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 북태평양 쓰레기 섬은 90%가량이 (미세)플라스틱으로 정확한 규모는 측정되지 않지만 한반도 7개 크기, 8만톤 정도로 추산되며 계속 커지는 추세다. 북대서양·인도양·남태평양·남대서양에도 환류가 흐르는 곳에 대형 쓰레기섬이 존재한다.

플라스틱은 자연에 방치되면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지는 성질이 있다. 매일 쓰는 치약과 세안 화장품, 세탁 후 나오는 작은 알갱이도 미세플라스틱이다. 옷감 소재도 폴리에스터로 플라스틱이다. 독성을 띠는 미세플라스틱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어패류 등 수중생물이 먹고 다시 이를 인간이 섭취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북태평양 미드웨이섬의 알바트로스가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새끼에게 게워 먹이고 있다. 이 충격적인 사진을 찍은 미국의 환경 사진작가인 크리스 조던은 미드웨이섬 새의 삶을 8년간 찍어 ‘알바트로스’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사진=크리스 조던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폐플라스틱 등으로 해양생물 267종이 피해를 보고 있다. 바다새, 바다거북, (돌)고래 등 무차별적으로 플라스틱의 역습에 시달리고 있다. 북태평양 미드웨이섬의 바다새인 알바트로스 어미새가 새끼에게 플라스틱 쓰레기를 게워 먹이는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조사 결과 굴·홍합·바지락·가리비 4종의 패류에서만 한국인이 연 212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는 것으로 추정됐다. 심지어 소금이나 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다만 아직까지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할 뿐 의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일각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혈관이나 조직을 파고들어 건강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나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한 관계자는 “(초)미세먼지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미세플라스틱은 명확하게 어떤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은 곰팡이와 동물 사체, 미생물을 분해하는 익충인 톡토기의 움직임을 둔화시켜 흙 속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준다. 톡토기는 연잎처럼 물을 밀어내는 표피로 호흡도 하고 공기보호대를 형성하며 거동 공간을 확보하는데 미세플라스틱이 이 공간에 침투해 표피에 달라붙는다. 안윤주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교수는 “폴리스티렌과 폴리에틸렌류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토양에서 톡토기의 움직임이 30% 안팎 느려진 것을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플라스틱 규제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가 오는 2020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컵·접시,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해양오염을 줄이기 위해 10개 품목을 2021년부터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미국도 하와이주나 캘리포니아 등 주정부별로 일부 플라스틱 사용 규제에 나섰다. 케냐는 목축·어업·관광업에 좋지 않다며 2017년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되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안 쓰겠다는 ‘플라스틱프리 챌린지’나 쓰레기를 줍는 ‘#트래시태그 챌린지’ 인증도 늘어나고 있다. 김미경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플라스틱캠페인팀장은 “EU 등이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감안해 행동에 나서고 있다”며 “우리도 플라스틱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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