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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첫 관문"...인기 치솟는 과학영재교육원

"영재학교·과학고 입시에 유리"

초등생 대상 입학설명회 인산인해

영재교육 일반화 방침도 한몫

"정부가 사교육 부추겨" 비판도





지난달 한 국내 대형 사교육 업체는 초등학생을 위한 대규모 입시설명회를 마련했다가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당초 예상의 5~6배인 3,000여명이 몰려 준비 좌석이 4일 만에 마감되며 부랴부랴 장소를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초교생과 학부모만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 입시설명회가 열린 것은 사실상 이번이 최초로, 몰려든 학부모들의 관심은 단연 과학영재교육원의 입학 정보에 쏠렸다. 복수의 교육정책이 이과 우대로 흐르면서 이과 입시의 출발점으로 해석되는 영재교육원의 인기가 상승한 것이다. 게다가 참석자의 절반을 4학년 이하 학부모들이 차지해 업체 관계자들조차 놀라게 했다. 초교 4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오는 2025년부터 고교 내신 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돼 일종의 ‘안전장치’를 찾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 업체는 예상외의 높은 관심을 반영해 영재교육원 입시가 본격화되는 8~9월께 한 차례 더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정부의 교육정책이 사실상 ‘이과 우대’로 향하면서 과학영재교육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명문대 입학의 바로미터인 영재학교·과학고 출신 대다수가 영재교육원을 거치는 등 입시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주된 배경이며 영재교육원을 소수의 영재를 키워내는 특수 기관이 아니라 대학 입시의 첫 관문으로 해석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교육계의 판단이다. 여기에 평가 기능을 도외시하는 공교육에 대한 안전장치로 영재교육원을 택하는 수요가 늘고 있어 ‘영재 만들기’형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국내 사교육 시장은 지필고사 등을 포함하는 영재학교와 과학고 입시 대비에서 정점을 이루고 있는데 이 수요가 더욱 늘며 결국 영재교육원·영재학교·과학고로 이과계 사교육의 서열화가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영재교육원은 주로 5~6학년생과 중학생 등을 대상으로 시도교육청과 산하 교육지원청 및 대학교 부설 등에서 운영한다. 서울의 경우 10여개의 대학과 11개 교육지원청, 과학고 등 10여개 고교에 과학영재교육원이 개설돼 있으며 여기에 각 학교의 영재학급과 지역 공동 영재학급, 각종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포함하면 수혜인원은 더욱 늘어난다. 교육부에 따르면 해마다 영재교육을 받는 전체 대상자 수는 11만명 내외다.

학년별 선발인원은 소수이지만 ‘영재성’만으로 입학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라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이기도 하다. 한 입시학원의 관계자는 “고교 과정을 선행 학습한 초등학생이라면 과학 영재성 검사도 무난히 통과하지 않겠느냐”면서 “자녀가 이과형인지 문과형인지 확실하지 않아도 명문대에 보내고자 이런 진로를 짜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영재교육원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 것은 ‘이과 우대’로 향하는 교육정책 및 구조 등이 배경이다. 최근 서울대 등 서울 주요 9개 대학은 문이과통합안이 첫 적용되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이과 모집계열에 한해 수학과 과학교과에 선택과목을 지정하며 상위권 이과교육 확대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서울대는 고교 3년 동안 난도 높고 다양한 과목을 배울수록 유리한 가산점 방안도 공개했다. 서울대의 방침으로 고교교실에서 심화과목인 진로선택 과목이 다양하게 개설될 여지가 커졌지만 대학이 원하는 전문과목을 수학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영재학교·과학고의 가치는 더 확대됐다. 특히 과학과 수학·국제교과와는 달리 외국어교과는 가산점 방안에서 제외돼 국내 양대 특수목적고 중 하나인 외국어고의 인기는 더 추락하고 과학고의 인기는 그만큼 높아질 공산이다.

여기에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헌법소원 판결로 외고·자사고가 후기고로 전환하면서 과학고 등의 특혜는 더 커졌다. 교육부가 지난 2018년 헌재의 자사고에 대한 가처분신청 일부 인용 결과를 반영하면서 외고·국제고를 후기고로 돌린 반면 영재학교·과학고는 전기고를 유지하게 했고 이번 판결로 이런 구조가 굳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과계 고교 입시를 준비할 경우 영재학교와 과학고에 차례로 원서를 낸 뒤 모두 떨어져도 전국단위 자사고 등에 응시할 수 있지만 문과계 고교를 지망한다면 후기고 내에서만 지원하되 외고·국제고와 자사고에 대한 복수지원도 불가능하다. 최근 전국을 돌며 입시설명회를 진행한 다른 업체도 “상위권 대학에 무난히 진학하려면 심화학습에 최적화된 과학고 등을 대비해야 하고 영재교육원이 첫 단추가 돼줄 것이라는 판단에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폭발적 반응을 나타냈다”고 귀띔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공교육에서 평가 기능이 점차 사라지는 데 따른 불안감도 영재교육원의 인기를 높이는 다른 배경이다. 현재 중학교에서 내신 절대평가가 실시되고 주요과목의 객관식 시험이 단계적으로 축소되며 시험이 없는 자유학기제가 실시되는 등 평가 기능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고교 입학과 동시에 교육청 주관 모의고사부터 치르는 등 입시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어서 공교육 대체 수요가 커지고 있다. 실제 초등학교 단계에서 특히 높았던 영재교육원에 대한 관심도 서울대 과학영재교육원 등 중학교 과정을 운영하는 기관을 중심으로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의 영재교육 진흥계획도 희망하는 모든 학생에게 영재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로 ‘형평성’ 쪽에 무게를 싣기 시작해 수요 확대를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 고려대 영재교육원은 내년도 선발부터 영재성 검사 없이 지원자 모두를 대상으로 1년간 온라인 교육을 실시한 뒤 인원을 추리는 ‘개방형 재능교육’을 도입하기로 하고 3월부터 적용에 들어갔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과학영재교육원의 인기는 문과를 외면하는 사회 구조가 교육으로 이입된 결과이자 평가를 도외시한 공교육에 따른 반작용”이라며 “과학고·영재고 모두 국공립임을 감안할 때 정부가 학교 서열화를 조장하고 선행 학습의 사교육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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