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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2019] 과학인 10%만 "출연硏 만족...용역기관 수준 벗어나야"

■과학기술인 120명 설문

정부 정책 강요로 비효율화

산업계와 긴밀한 공조 부족

"톱다운식 연구용역 탈피를"





한국전쟁 후 대한민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이루며 ‘한강의 기적’을 이뤘던 기반에는 국가 연구개발(R&D)이 있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이 선봉에 서서 후진적이던 공업기술의 혁신을 뒷받침했다. 국내 민간 분야에서 선진적 산업기술을 따라잡을 자본·인재가 부족했던 개발연대에 출연연은 한국의 과학기술과 산업을 일으킨 주역이었다. 새천년 시대(밀레니얼)에 출연연에 부여된 국가적 임무와 위상은 바뀌었다. 기초·원천연구와 중장기 R&D를 이끄는 견인차로서의 역할이다. 상용·응용기술이나 단기적인 R&D는 민간에 맡기는 대신 보다 본원적이고 도전적인 과학기술 과제를 맡게 된 것이다.

이렇게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출연연들은 얼마나 부합하고 있을까. 본지가 지난 8~10일 석·박사 및 포닥(박사후연구원)급의 국내 공공 및 민간 부문 과학기술자 120명에게 설문을 해보니 현재의 출연연 역할에 대해 만족한다는 의견을 낸 응답자 비율은 10명당 1명 수준에 턱걸이했다. 전반적으로 ‘보통이다’라는 의견이 61.6%로 주류를 이룬 가운데 10명당 약 3명(29.6%)은 불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만족도가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R&D 환경의 부재를 꼽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정부가 시키는 일만 하던 용역기관 수준에서 벗어나야 혁신적이고 선진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갈수록 고령화되고 보수화·권위적이 돼가는 출연연 문화도 이 같은 불만의 요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출연연이 뛰어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부처의 톱다운식(하향식) 연구용역을 해주는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하고 과감히 우수한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거나 “(정부가) 수시로 바뀌는 정책을 강요해 연구활동을 할 수 없어 비효율화됐다”는 식의 응답이 많았다.

출연연이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지 못하고 사회와 동떨어지고 있음을 경계하는 주문들도 이번 설문에서 눈에 띄었다. 특히 “출연연이 학술적 연구에만 치중해 산업계와의 긴밀한 공조가 부족하다”거나 “산업과 시장을 고려한 R&D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데 (출연연 역할 불만족의) 원인이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렇다면 예산 지원 확충을 유인책으로 내세워 출연연의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주문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지지 의견이 높았을까. 의외로 찬반 이견이 팽팽했다. 찬성 의견이 26.8%, 반대 의견이 28%였다. 나머지는 보통(44.8%)이라는 의견와 모름 및 무응답(2.4%)이었다. 반대 이유 중에서는 “예산을 더 지원하면 정말 필요한 데 쓰이는지, 투명성이 확보되는지 의문”이라는 식의 지적들이 주목됐다. 찬성 의견 중에서도 “(구조조정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특정 기관을 압박하기 위한 제도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 정치적으로 과학을 보지 말고 정권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따라서 출연연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독려하더라도 인센티브 예산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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