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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후카' 피면 핵인싸? SNS에서 떠오른 물담배의 정체는

아랍서 넘어온 흡연문화, 이색 분위기로 마니아 인기

유해성 논란에도 SNS서 '핵인싸 아이템'으로 유행중

실제 체험해보니…연기 뿜어내려면 깊게 마셔야

보건당국 "물담배가 인체 미치는 영향 쉽게 알 수 없어"

서울 이태원의 한 유명 후카바 입구. 수많은 후카 기구들이 손님 맞이를 기다리고 있다. /강신우 기자




#1. 지난 7일 국내 한 유튜버가 “후카(hookah, 물담배)를 펴 봤다”며 15분 분량 영상을 업로드 했다. 비흡연자라고 밝힌 그는 영상 내내 후카를 피우며 희뿌연 연기를 뿜어댔다. 시청자들은 “신선하다, 분위기 최고”라며 찬사를 쏟아냈다. 이 영상은 업로드 5일 만에 20만 회 조회수에 육박하고 있다.

#2.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들만 한다는 후카, 인생샷 각” 지난 1일 한 지역맛집 소개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소개 영상 내용이다. 화려한 조명의 한 실내 주점에서 젊은 남녀들이 술과 함께 후카를 피우며 연기를 내뿜는 장면이 반복됐다. 일반 담배 흡연시 발생하는 ‘니코틴’이 없어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자막을 통해 안내했다. 영상 아래엔 ‘이색체험’, ‘이색데이트’라는 해시태그도 달렸다.

후카 또는 시샤(Shisha)라고 불리는 물담배는 십여 년 전 해외여행 붐을 타고 국내 유입돼 강남·홍대·이태원 일대에 널리 퍼졌던 중동·아랍 지역 흡연문화를 상징한다. 항아리처럼 생긴 병에 물을 담고 연기를 물에 한 번 걸러 빨아들이는 담배 장치로, 주로 마니아들이 소비했던 이색 외국 문화였다. 일반 담배보다 부담이 적은데다 달콤한 과일 향까지 더해져 여성 등 비흡연자들에게도 특히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유해성 논란이 반복된 탓에 자취를 감추는 듯 했다.

한 유튜버의 후카 흡연 체험 영상. /유튜브 영상 캡처


그런데 최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이른바 ‘핵인싸 아이템’으로 명명되며 후카 문화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후카는 일반 담배보다 내뿜는 연기의 양이 상당해 SNS 상에서 일종의 ‘허세샷’, ‘일탈 체험’ 등 인증 샷 놀이로 소비된다. 서울뿐 아니라 대전, 부산 등 지역 대학가 인근에도 후카바가 우후죽순 번지는 양상이다. 문 제는 없는 걸까.

■ ‘허세샷’ 찍으려면 연기 힘껏 마셔야…비흡연자에게 남는 건 기침뿐

기자는 지인과 함께 지난 8일 저녁 8시께부터 서울 이태원 등 후카바 5곳을 둘러봤다. 커플, 친구, 외국인 등 다양한 이들이 후카 기구를 자리 한가운데 두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누군가 후카 연기를 내뿜으면 자욱한 연기와 달콤한 향이 매장 을 가득 채우곤 했다. 평일 저녁 이른 시각인데도 몇몇 매장은 자리가 없어 오는 손님도 되돌려보낼 만큼 사람이 많았다. 여러 후카바를 다녀보니 여성 등 비흡연자뿐만 아니라 흡연자들도 자주 방문하는 듯했다. 법에 따라 실내에서는 일절 담배를 태우면 안 되지만, 단속이나 규제가 딱히 없는 후카바에서는 후카를 통한 흡연 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후카바에서 만난 27살 남성 이정인(가명) 씨는 “흡연자이다 보니 비흡연자 친구들 데려와서 실내에서 즐겁게 피우다 간다”고 전했다. 두 달 만에 이곳을 찾았다는 23살 박원우(가명) 씨도 “후카의 가장 큰 장점은 실내에서 장시간 흡연하며 즐길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할로윈 같은 이벤트가 있는 날에는 손님이 가득 찬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후카 흡연이 건강에 안 좋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씨는 “실제 담배 피우는 것보다는 몸에 덜 나쁜 느낌, 오히려 더 건강한 느낌”이라고 밝혔다.

후카 체험 인증샷. 이색적인 분위기와 기구 때문에 SNS에서는 ‘허세샷’, ‘일탈 체험’ 등 놀이 문화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 강신우 기자


후카를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후카 1개에 술과 안주까지 주문하니 5만원 돈이 훌쩍 넘었다. 첫 한 모금, 기대보다 연기 발생량이 적었다. 결국 SNS 인증샷처럼 연기를 다량 뿜어내려면 최대한 연기를 깊게 빨아들여야 가능했다. 둘 다 비흡연자인 기자와 지인은 기침이 절로 나왔다. 한 후카바 직원은 “후카 처음 피워보는 거라면 목 부분까지만 연기를 마실 것”을 권했다.

■ 니코틴만 없으면 괜찮다? 물담배 유해성 여부 여전히 논란



연기를 직접 흡입하는 행위에 따른 우려를 전하자 대다수 후카바 직원은 “니코틴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후카바 직원은 기자에게 “니코틴은 없는데 타르는 나온다, 건강에 좋다고는 못한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니코틴이 없는 물담배 흡연은 사실상 규제 대상이 아닌 것으로 치부돼 현재도 서울시에서만 십여 개 매장이 성업 중이지만, 건강에 어떤 영향 을 미치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니코틴은 자체 독성과 함께 중독과 의존을 일으키는 담배의 주요 성분 중 하나다. ‘타르(TAR)’는 정확히는 담배 연기에서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나머지 잔여물을 말하는 용어다. 여기에 200종 이상의 화합물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니코틴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는 후카 등 물담배의 유해성을 판단하긴 어렵다.

게다가 물담배의 유해성을 검증할 만한 조사나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이 나온다. 서울 소재 후카바 실태 전수조사를 진행했었던 서울시 건강증진과의 한 관계자는 “물담배 뿐만 아니라 캡슐담배, 씹는 담배 등 다양한 형태의 신종 담배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게 유해한지 아닌지를 금방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담배 유해성 여부는 인체에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지 봐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수십 년 걸린다는 설명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통상 1시간가량 지속되는 물담배 흡연은 일반 담배 100개피 이상과 맞먹는 수준의 연기를 흡입하게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게다가 물담배는 숯으로 데우기 때문에 물담배를 직접 피우지 않더라도 후카바에 장시간 머물면 일산화탄소를 많이 마시게 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후카는 숯을 태우는 방식의 담배로 그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대학가 등에서 꽤 오래 전부터 유행하고 있다. / 강신우 기자


■ 손 놓고 있는 사이에...10대들도 온라인 마켓서 손쉽게 구입

관련 부처는 수년째 “규제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해서 내놓고 있다. 게다가 담배 유해성 여부를 실험하고 연구하는 곳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담배 규제 정책 쪽은 보건복지부, 담배 세금 쪽은 기획재정부가 맡는 등 각 부처별로 담당 영역이 잘게 쪼개져 있어 어느 부처에서도 후카와 같은 신종 담배에 대한 시원한 답변을 듣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손 놓고 있는 사이에 아직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후카와 같은 담배 판매 업체가 온라인 마켓을 통해 10대 미성년자들에까지 무분별하게 손을 뻗치고 있다. 현행법상 모든 담배류는 오프라인에서는 10대 등 청소년에 판매할 수 없고 온라인에서는 판매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다. 그러나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조금만 검색을 해보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후카’, ‘물담배’ 등을 검색하자 2,600여 개의 상품이 검색됐다. 일부 유명 대형 쇼핑몰을 제외하고는 구매하는데 성인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몇몇 상품의 나이별 구매 통계에서는 10대 구매자도 통계에 잡혔다. 구매자의 나이를 확인하기 힘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버젓이 후카 기구가 거래되고 있어 사실상 미성년자가 기구를 구매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유해성에 대한 논란 때문에 니코틴 포함 여부와 상관없이 후카 사용을 금지하거나 확산을 억제하는 조치를 시행 중에 있다. 캘리포니아와 코네티컷, 오리건주 등에서는 후카바를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법이 제정됐고 보스턴과 메인주에서는 실내 금연법에서 후카바를 예외로 인정해주던 면제 조치를 없앴다. 물담배의 본고장인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권에서도 수년 전부터 대부분 장소에서 물담배를 금지한 상태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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