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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희호 여사 "평화통일 위해 기도"...남북대화 물꼬 트나

■'DJ 평생동지' 故 이희호 여사 유언

李여사, 생전 김정일 조문하고 김정은 만나

전문가 "北 조문단, 대화의지 판단 근거"

"국민들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 행복하길"

여야 5당 대표, 정쟁 멈추고 장례위 참석





지난 2011년 12월26일 이희호 여사가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김정일 위원장을 조문한 후 상주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0일 별세한 이희호 여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였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생을 바친 이 여사는 떠나는 순간까지도 남북관계 개선을 염원한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조문단 파견 가능성에 더욱 큰 관심이 쏠린다. 2월 하노이 북미 핵 담판 무산 이후 싸늘해진 남북관계를 반전시킬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1일 김대중평화센터에 따르면 이 여사는 지난해 변호사가 입회한 가운데 세 아들의 동의를 받아 유언장을 미리 작성했다. 이 여사는 유언장에 “우리 국민들께서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저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 우리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는 뜻을 남겼다. 또 이 여사는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노벨평화상 상금은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라”고 유언했다.

이 같은 유언장이 공개되면서 이 여사가 김 전 대통령 곁으로 가기 전 다시 한번 남북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에 큰 역할을 했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2001년)과 김 전 대통령 서거(2009년) 당시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해 직접 애도했던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2009년 8월18일 김 전 대통령 서거 때 북한은 바로 다음날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내고 특사 조의방문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흘 뒤인 8월21일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6명으로 구성된 특사 조의방문단이 특별기편으로 서울을 찾았다. 이들은 조문뿐 아니라 사실상 대남특사 역할을 했다. 청와대를 찾아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까지 전달했다.

특히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배우자일 뿐 아니라 남측을 대표해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 때 조문했던 인사라는 점에서도 북측의 행보가 주목된다. 당시 이 여사는 김정일 위원장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상주인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이후 만난 첫 남한 인사였다. 이후 이 여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초대를 받아 2015년 8월 재차 방북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의 조문단 파견 여부, 그리고 조문단의 위상 여부가 향후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대화 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며 “북한이 조문단을 보내지 않고 단순히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조전만 보낸다면 김 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 국무부도 이 여사가 생전에 방북 등을 통해 남북 간 대화 촉진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여한 부분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날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 여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그녀의 삶을 바쳤으며, 남북 간 대화를 촉진했다”며 이 여사는 남북 간 관계 개선을 위해 여러 차례 평양을 방문했다. 평화를 향한 그녀의 노력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무부가 이 여사를 추모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한 점을 강조한 것을 두고, 교착 국면을 맞은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노영민(앞줄 왼쪽)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들이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화합’을 당부한 이 여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여야에 대화 복원의 계기도 선사했다.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 권노갑 민주평화당 고문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5당 대표가 모두 장례위 고문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관한 입장차로 두 달 넘게 이렇다 할 접촉을 하지 않고 있는 여야 5당 대표들이 한데 모이고 뜻을 같이하기로 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4일까지 이어지는 장례기간 동안 지도부가 대화 복원을 위한 물밑 협상을 계속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영현·임지훈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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