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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스터맨'의 유쾌한 한국 나들이

바닷가재 소재로 작업하는 英 작가 필립 콜버트

내일부터 통의동 갤러리시몬서 국내 첫 개인전

"익숙한 팝아트 이미지, 전세계와 소통할 수 있어"

美보그 편집장 '앤디 워홀 대자' 애칭 붙여주기도

랍스타랜드 필립 콜버트 작가./오승현기자




초현실주의 작가로 유명한 스페인 태생 살바도르 달리(1904~1989)의 작품 중에 ‘바닷가재 전화기(Lobster Telephone)’가 있다. 이름 그대로 전화기 몸체 위 수화기 자리에 바닷가재가 올려져 있는 작품이다. 으레 있어야 할 것이 있을 곳에 뜻밖의 물건이 놓여있는 충격은 또 다른 ‘예술적 감흥’이 된다. 영국 작가 필립 콜버트(40·Philip Colbert)는 달리의 이 작품을 본 후 2009년부터 바닷가재를 소재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바닷가재를 그리고 캐릭터를 만들고 관련 패션 소품도 만들고 옷도 제작했다. 심지어 자신의 결혼식에도 직접 만든 ‘랍스터 정장’ 입고 입장했다.

‘랍스터맨’이라 불리는 그는 익숙한 이미지를 차용하는 팝아트의 대표주자로 주목받기 시작해 지난 2017년 영국 런던의 유력 화랑인 사치갤러리 개인전을 비롯해 중국 상하이 파워롱미술관, 최근의 홍콩 화이트스톤 개인전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는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시몬에서 개막하는 콜버트의 국내 첫 개인전에 앞서 서울경제가 단독으로 작가를 만났다.

랍스타랜드 필립 콜버트 작가./오승현기자


랍스터 색깔의 붉은 조끼를 입고 나타난 작가 콜버트는 양손을 바닷가재의 집게발처럼 오므렸다 펴며 인사를 건넸다. 사실 랍스터가, 미술에서 주연으로 등장하는 것은 17세기 네덜란드의 정물화가 대표적이다. 해상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네덜란드에서는 진귀한 과일과 음식을 과시하듯 그리면서도 그 허무함을 강조한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를 통해 세속적 삶의 덧없음을 강조했다. 탐스러운 음식과 반짝이는 은그릇, 해골과 함께 식탁에 놓였던 소재가 바로 ‘랍스터’였다.

“초현실주의에 관심이 많아요. 달리의 ‘바닷가재 전화기’에서 나의 랍스터 캐릭터를 창조했지만, 달리를 비롯한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17세기 네덜란드 그림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초현실적인 상징성을 가진 랍스터를 또 다른 자아로 설정해 나만의 예술세계인 ‘랍스터 랜드’를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랍스터는 고유한 인격의 개별성과 자유를 상징하게 됐습니다.”



콜버트의 작품에서는 바닷가재가 주인공이지만, 그림에는 파블로 피카소·페르낭 레제·조지 콘도·장 미셀 바스키아 등 앞선 세대 거장들의 작품을 ‘패러디’한 이미지가 함께 등장한다. 나이키·아디다스·말보로 등의 브랜드와 마블 히어로를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도 공존한다. 그 사이를 SNS의 ‘좋아요’ 아이콘과 비트코인이 떠다닌다.

필립 콜버트 ‘헌트 씬(Hunt Scene) 4’ /사진제공=갤러리시몬


작가는 “우리는 대량의 SNS 이미지가 예술적 기억으로 어우러지는 일종의 메가 팝 세계에 살고 있다”면서 “이제 팝아트는 사람들에게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곧장 알아보고 즉시 소통할 수 있는 연결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앤디 워홀, 프란시스 베이컨, 피터 폴 루벤스 같은 대가들의 이미지는 ‘너무나 많이 소비됐다’는 의미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면서 “작품 속 랍스터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명화의 이미지와 나이키·애플·삼성 등의 브랜드 로고 들이 공존하는 그림 속에서 욕망과 가치와 철학이 뒤엉킨 상황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대신 원작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평면적이고 색채가 두드러지게 해 팝아트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내 작업의 목표는 ‘대화’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두루 알고 있는 작품 속 이미지들은 곳곳의 사람들을 연결하는 글로벌 언어로 작동하고 전지구적 소통이 가능하게 합니다. 무겁고 심각한 예술 말고, 모두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요. 누구나 뭐든 할 수 있는 것(Anyone can do dnything), 그게 내 예술입니다.”

예술가 이전에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며 밴드의 멤버로 활동하는 콜버트의 다재다능함을 두고 패션지 보그의 미국인 편집장은 ‘앤디 워홀의 대자(Godson)’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랍스터에 대한 열정과 달리 정작 작가 자신은 바닷가재는 물론 해산물을 전혀 먹지 않는다. 작품 속 바닷가재와 달리 술·담배도 입에 대지 않는다. 전혀 다른 자아를 다룬다는 점에서 ‘랍스터맨의 랍스터’가 더욱 흥미롭다. 전시는 8월10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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