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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추가 '총알' 급했나, 美 상장 포석인가

월가 초거물 워시 前 연준이사 영입 왜

올해도 1.5조 적자 예상되지만

신규 자금유치는 녹록지 않아

나스닥 상장 위해 영입 '무게'

아마존에 매각 추진 가능성도





쿠팡이 케빈 워시(49)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지주사인 미국법인 쿠팡LLC 이사회 멤버로 영입하면서 그 배경에 국내 유통 업계와 금융투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기업이 영입한 적 없는 월스트리트의 초(超)거물급 인사를 영입한 것은 쿠팡이 단기 경영목표를 변경하고 실행을 맡길 인물을 찾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쿠팡이 워시 전 이사에게 △신규 투자 유치 △나스닥 상장 본격 추진 △아마존 등에 대한 매각 등을 맡길 것으로 보고 있지만 어느 하나 현실화시키기 어려운 과제다. 쿠팡은 입을 다물고 있고 설만 분분한 상태다.

◇추가 ‘총알’ 급했나=쿠팡을 거론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얘기는 ‘돈’이다. 쿠팡은 ‘혁신에 아낌없이 돈을 써 경쟁자를 제압하고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17년 6,389억원, 지난해 1조97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고 올해 역시 1조5,000억원선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다 보니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받은 10억달러(2015년)와 20억달러(2018년)의 투자금도 내년 이후에는 어느 정도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새로운 투자 유치가 없으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다.

e커머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 속도로 가면 늦어도 내후년 초에는 새로운 캐시 인젝션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김범석 쿠팡 대표가 중동을 여러 차례 다녀온 것으로 아는데 투자처를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쿠팡이 월가 엘리트인 워시 전 이사를 영입한 것 또한 ‘신규 자금’ 맥락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쿠팡이 비전펀드가 아닌 곳에서 과연 추가적인 투자를 끌어올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e커머스 쪽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분가치를 낮춰서라도 투자를 받는다면 유치할 수 있겠지만 이 경우 기존 투자자들과의 관계가 문제가 된다”며 “아마 이제는 투자할 사람이 없을 것이고 결국 상장을 위해 워시 전 이사를 영입한 측면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나스닥 상장 가능할까=쿠팡은 2010년 창업 이후 줄곧 나스닥 입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혀왔다. 미국은 적자기업이라도 기술, 사업 규모, 성장성 등이 탁월하면 상장 자격을 부여한다.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한국도 미국 방식을 받아들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카페24 등을 적자 상태에서 상장시켜줬지만 최근 여론은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문제는 나스닥도 최근 분위기가 심상찮다는 점이다. 쿠팡과 마찬가지로 비전펀드로부터 10억달러를 투자받은 위워크가 9월 나스닥 상장에 실패하면서 적자기업을 상장시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위워크의 기업가치를 470억달러로 평가했지만 상장 실패 후 150억달러선으로 밸류에이션이 내려앉았다. 거품이 꺼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워시 전 이사라고 해도 쿠팡을 만족할 만한 공모가에 나스닥에 상장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커머스 분야의 한 고위관계자는 “쿠팡이 나스닥 상장을 못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비전펀드가 평가한 밸류에이션이 시장에서 정당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쿠팡의 기업가치는 10조원으로 거론된다.

◇매각 추진설도=쿠팡이 매각을 위해 워시 전 이사를 영입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 세계에서 쿠팡을 살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미국의 아마존이 유일하다. 실제로 쿠팡은 아마존을 ‘교과서’ 삼아 사업 모델과 서비스를 설계했다. 이익보다는 경쟁자 제압을 우선하는 방침, 물류와 배송 혁신에 돈을 쓰는 방식,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개발에 신경 쓰는 것, 직접 사들인 상품(직매입) 판매를 늘리는 방식 등이 모두 아마존을 뒤따른다. 현재 쿠팡에 연봉 10억원대인 외국인 임원이 13~14명 재직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아마존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아마존이 세계 5위의 전자상거래 시장인 한국에 언젠가는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진출이냐, 기존 업체 인수냐가 문제인데 만약 인수로 가닥을 잡는다면 사업 모델이 동일한 쿠팡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정반대로 아마존이 쿠팡을 살 리가 없다는 관측도 있다. 적자 규모에 비해 기업가치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쿠팡에 대해 잘 아는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을 비롯해 그 누구도 쿠팡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신세계나 CJ보다도 비싼 적자기업을 누가 사겠느냐”고 되물었다.
/허세민·맹준호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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