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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지훈의 ‘마이 웨이’

‘99억의 여자’ 이지훈, 마지막까지 빛났다

배우 이지훈이 악역 꿈나무로 다시 태어났다.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99억의 여자’(한지훈 극본, 김영조 유관모 연출)에서 실제로 14살 차이 나는 오나라의 능글맞은 연하 남편 역을 소화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윤희주(오나라)의 친구인 정서연(조여정)과 내연 관계까지 맺었지만, 99억을 두고 정서연과 갈등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개과천선’하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최근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이지훈은 “또 언제 이런 캐릭터를 해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떠나보내기 아쉽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섹시한 쓰레기’라는 시청자 반응까지 이끌어낸 이지훈은 “보시는 분들이 재훈이란 인물을 나쁘게만 보신 게 아니라 그 역할의 매력도 봐주신 것 같아 좋았다“라고 만족스런 모습을 보였다.

2012년 KBS 드라마 ‘학교 2013’으로 데뷔, ‘청춘스타’로 떠오른 이지훈은 ‘신입사관 구해령’(2019)의 민우원, ‘사의찬미’(2018) 홍난파 등 주로 착한 이미지에 불의에 맞서는 선한 인물을 연기해왔다. 젊은 30대 초반임에도 유부남 역할로 돌아온 그를 두고, 의외라는 반응도 잇따랐다. 이를 두고 이지훈은 “배우로서 이미지 유지보단, 소재 자체가 저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어요.”란 답을 내 놓았다.

“청춘스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회사에서도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고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안 해봤던 역할이라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이런 역할을 지금 이 나이에 할 수 있다면 더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계자들이 저를 보고 ‘저 친구가 이런 역할도 어울릴 수 있는 친구구나’라는 것을 한 번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스타 보다는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지훈의 선택은 적중했다. MBC ‘신입사관 구해령’ 이후 9개월간 쉼 없이 작품에 임했던 이지훈은 일주일도 채 못 쉬고 바로 ‘99억의 여자’ 촬영에 돌입했다. 본부장 이미지에 맞게 외모도 슬림하게 가꾼 뒤, 재훈의 전사를 구체적으로 그려봤다고 한다. 그가 내린 결론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었다. 결핍을 가진 남자가 가족들에게 무시를 받으면서 내면의 것들이 폭발했다고 이해한 것.





“본래부터 나쁜 성향을 가진 남자라기보다는 아내와 장인 장모에게 무시를 받으면서 남자로서 위축되지 않았을까요. 결혼 생활을 해오면서 당해왔던 무시에 갑작스럽게 생긴 99억이라는 큰돈이 그 사람의 욕망을 건들었던 것 같아요. 물론 돈으로부터 발생했던 살인과 그런 사건들은 분명히 윤리적으로 잘 못된 부분이지만 누구든 극단과 극한의 상황에 내몰렸을 때는 그런 재훈의 심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

원래 체육 선생님이 꿈이었던 이지훈은 군대에서 민영기 배우가 출연한 뮤지컬 ‘충무공 이순신’을 보고 배우를 꿈꿨다. 그는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했다. ‘난 뭔가는 될 거 같다’란 믿음이 그를 결국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배우의 길은 쉽지 않았다.

KBS2 ‘당신의 하우스헬퍼’(2018) 끝나고 의도치 않게 7개월의 공백기도 가졌다. 그 사이 소속사도 옮겼다.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진 이지훈은 ‘초심’에 대해 고민했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내린 결론은 ‘내 갈 길을 가야겠다‘ 이다.



“7개월이 저한테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난 뭐를 잘할까’란 고민도 했고, ‘무엇을 위해서 내가 이 연기를 하고 있는 건가’, ‘정말 처음 초심대로 연기만 하면 거지가 돼도 괜찮은가’ 등 별 의 별 생각을 다 했던 거 같아요. 주변에서 나를 어떻게 보는 것에 의식하고 신경쓰지 말자는 생각도 했죠.”

자신의 인생철학을 확고히 한 이지훈은 ‘욕심’을 덜어내고자 했다. 스타가 되기위해서 연기를 시작한 게 아니었음에도 어느 순간 ‘욕심’이 자신의 마음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

“좋은 배우, 연기를 잘 하는 배우를 꿈꾸고 시작했는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 내가 나를 힘들게 할까‘ ’내가 언제부터 변해있을 까‘ 란 생각이 들었어요. 욕심대로 사람일이 되는 걸 알면서도요.. 그런 부분이 자신을 더 힘들게 했었던 것 같아요. 결론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했죠.”

이지훈의 원칙은 명확했다. 먼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주어진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부터가 먼저였다. 초심을 잃었으면 다시 처음처럼 생각하면 되고, 실수를 하면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되는 거였다. 그는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부족했던 것들을 되돌아보게 됐고 더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민투성이였던 20대를 지나고 30대에 접어든 그는 “현재의 자신이 좋다”고 했다. “하루하루 잘 살아가다 보면 어느덧 백발도 되어있고 눈가에 주름도 예쁘게 생겨있지 않을까 싶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하루 한 끼 소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삶. 이지훈의 배우로서의 목표이다.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그는 좋아하는 음식을 부담 없이 먹고, 주변 사람을 챙길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자 배우를 꿈꾼다고 했다.

굉장히 센 악역을 스크린에서 마음껏 펼쳐보고 싶다는 이지훈은 “무엇보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사진 = 지트리크리에이티브]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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