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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리뷰] '봉준호' 하나의 장르가 되다

‘봉준호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는 봉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평론이다. 데이비드 에를리히 인디와이어 수석 영화평론가의 기고. /사진=OCN 방송화면 캡쳐




“봉준호는 스스로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하나의 장르(Genre)는 개별 영화가 지닌 속성을 구분짓는데 효과적인 반면 단일 장르에만 귀속되도록 하는 한계를 지닌다. 봉준호 감독은 그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장르를 구축했다. 그는 <마더>, <살인의 추억>, <괴물> 등 ‘봉준호’라는 장르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작품들을 연이어 쏟아냈고, 미스터리나 스릴러라고 말하기 불가능한 ‘봉준호’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냈다.

10일 오후 8시 OCN과 밤 12시 20분 tvN에서 봉준호 감독 특집 다큐멘터리 ‘봉준호, 장르가 되다’가 방영돼, 아카데미 시상식과 함께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날 처음 공개된 다큐멘터리에는 ‘기생충’의 뒷 이야기를 비롯해 함께 작품에 참여했던 배우들과 해외 제작진의 인터뷰, 해외 관객의 반응 등이 주로 담겼다. 가장 가까이에서 그를 지켜보며 작업했던 이들은 모두 ‘봉준호 장르의 팬’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날 ‘봉준호 장르가 되다’는 #Scene 1 : 기생충 신드롬, #Scene 2 : 거장의 탄생 , #Scene 3 : 봉준호, 칸을 넘어 프랑스로, #Scene 4 : 우리는 봉준호의 세계에 산다, #Scene 5 : 봉준호의 리더십_디테일 까지. 총 다섯 개의 씬으로 구성됐다. 각각의 씬은 봉준호라는 장르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해외 사람들이 왜 봉준호라는 장르에 열광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봉준호 장르가 되다’는 미국 기생충 영화 배급사 네온의 공동 창립자인 팀 리그가 미 텍사스에 영화관 ‘봉준호 시네마’를 헌정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기생충은 미국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유수의 국제 영화제 수상과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로 미 개봉 4개월 차임에도 관객을 꾸준히 끌어들였고, 개봉관도 최초 3곳에서 현재 1,000여 곳 이상으로 확대됐다.

미 관객들 사이에는 #Bong_hive(봉하이브·봉준호+벌집, 벌집에 벌이 모여드는 것처럼 봉 감독이 무엇을 하든 SNS에 모인다) 팬덤 현상과 #Jessica jingle(제시카 징글, ‘기생충’에서 기정이 가짜 이력을 기억하려 부른 노래를 칭하는 미국 SNS상 용어) 패러디 현상도 나타났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단일 장르로 설명하기 힘들다. /사진=OCN 방송화면 캡쳐


이렇듯 ‘기생충’이 세계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에 대해 해외 평론가들은 계급 갈등이라는 동일한 정서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에 의해 심화되는 ‘계급화’는 전세계에서 대두되는 문제이기에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국가인 미국의 경우 0.1%의 자산규모가 하위 90%의 자산규모를 합쳐야 비슷할 만큼 계급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봉 감독은 한국적인 것이라 생각했던 현상이 결국 세계적인 문제임을 알아차렸던 셈이다.

그 밖에 장르를 변주하는 봉감독의 연출력 또한 열풍에 한몫했다. 영화 ‘기생충’은 상반되는 두 가족의 이야기로 코믹하게 시작하지만 극 배경이 보일러 ‘김 씨’가 있는 지하로 옮겨지면서 갑자기 호러 영화로 바뀐다. 순간적으로 장르가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 변곡점을 기점으로 이야기는 예측불허로 전개된다. 평론가들은 하나의 영화에서 여러가지 장르를 자유롭게 변주하는 것, 이것이 바로 봉준호 장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이 자신만의 장르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본인만의 소신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초기작부터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냈다. 대학 재학 시절부터 사회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그는 무거운 주제도 영화 속에서 특유의 유머로 풀어냈다. 첫 장편 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2000년대 대두 된 ‘대학 교수 청탁 비리’를 비판했고, 첫 단편영화 ‘백색인’은 블루컬러에 무관심한 화이트 컬러를 풍자했다. 첫 영화는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했으나 그는 늘 자신의 소신대로 이야기를 풀어내왔다. 26년 동안의 소신을 지켜온 덕에 봉준호 장르의 결정체인 ‘기생충’이 탄생할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 속에서 오랜 봉 감독의 친구이자 다큐멘터리 감독 겸 작가인 제쥐 카스트로 오르테가는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빙산의 일각’이다. 그 밑에는 과거와 미래의 한국영화가 있다”라고. 그의 말처럼 봉준호 장르를 통해 세계인들은 한국 영화의 우수함을 알게 됐다. 한국 영화는 굉장히 풍부하며,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음을. 봉준호 장르는 그 문을 여는 계기가 됐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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