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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 檢 수사·기소 분리, 문무일 뜻이라는 추미애…사실은?

“검찰 직접 수사의 경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안은 법무부 장관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제의한 것이 아닙니다. 전임 검찰총장도 ‘수사에 착수하는 사람은 결론을 못 내리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이고 이는 재판도 마찬가지’라고 말씀하셨듯이 수사 절차의 개시와 종료를 분리하는 권한 분산 취지에 대하여 일선의 상당수 검사들도 그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3일, 법무부 보도자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과천=성형주기자




◇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 구분 선언한 秋 법무=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를 분리하는 검찰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추 장관은 “검사의 수사 개시 사건에 대해 내외의 다양한 검증을 강화하는 한편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수사를 직접 하는 검사가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으면 논리적 모순에 빠지기에 무리한 기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은 “그동안 검찰에서 사회적 관심을 끄는 중요사건을 직접 수사하여 기소하는 경우 수사의 중립성과 객관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고, 재판 과정에서 증거와 법리 문제가 제기되어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현 정권 인사들이 연루된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등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최근 법무부가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족 비리 관련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과정에서 검찰과 충돌을 빚었기 때문이다. 두 사건 처리 과정에서 기소 의견을 낸 수사팀과 기소를 지시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를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집했다. 추 장관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총장이 아닌 일선 검사장에게 있다”는 의견을 밝히며 사실상 검찰 기소가 잘못됐다는 의견을 냈다. 전결권자인 차장검사 결재로 이뤄진 최 비서관 기소에 대해서는 ‘날치기’라고 비판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결국 검찰 내에서 수사와 기소 단계를 분리하려는 것은 검찰의 기소권을 통제하려는 심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특정 사건’에 대해서는 제도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며 오해라는 입장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최근 국회가 입법 추진 중인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검찰 입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임 검찰총장 때부터 논의됐다? 사실은=논란이 계속되자 추 장관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 때부터 이 같은 논의가 있어 왔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문 전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수사와 기소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 권력에 대한 통제·견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전 총장은 지난해 5월 기자회견에서 “수사 착수한 사람이 결론까지 내놓는 부분이 많은 문제를 만들었다”며 검찰의 과오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특수수사의 총량을 줄이고 대검에 인권부를 설치하며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문 전 총장은 퇴임 직전 고려대를 찾아 진행한 강연에서도 “검찰 수사에 낱낱이 개입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개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수사에 대해 결론을 내릴 때 법률적인 논쟁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를 추 장관이 추진 중인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 일명 ‘분권형 형사사법 시스템’과 같은 차원으로 보기는 어렵다. 추 장관은 ‘수사와 기소 주체를 달리하는 제도’를 추진한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하지만 문 전 총장이 중점을 둔 부분은 검찰 내에서 수사·기소 담당을 분리하는 시도보다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면서, 이에 대한 법률적인 통제장치를 도입하는 데 가깝다. 한번 더 견제받는 단계를 추가하는 것이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고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추 장관의 표현대로라면 검찰 내 일부 검사는 기소 권한이 없는 검사가 된다.

문 전 총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을 통해 “판사가 재판을 하지 않고 판결을 선고할 수 없듯이, 검사가 수사를 하지 않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고, 검찰이 기소를 전담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검찰 내 기능 분리에 대한 질문은 아니었지만, 검사로부터 기소 기능을 분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 전 총장은 이 답변서에서 “수사와 기소는 성질상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OECD 국가 등 검찰제도를 두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검찰이 기소기능과 함께 수사기능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문 전 총장의 주장은 검찰 수사 후 결론을 내는 과정에서 내·외부 개입 절차 등을 보완해 검찰에 대한 충분한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오후 부산고등·지방 검찰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 하고 있다.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한 차장검사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수사 등을 지휘하다 부산고검으로 인사 이동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 후 첫 지방검찰청을 격려 방문했다. /부산=연합뉴스


◇장관발 검사장 회의 소집…차가운 일선 반응=추 장관은 사상 첫 ‘검찰총장 없는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며 논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법무부안(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검사장들의 동의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검사장들은 “현행법상 가능한 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도 “터무니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한 현직 검사장은 “추상적인 말부터 던져놓고 ‘갑시다’ 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안을 법무부가 연구·제시해야 논의가 가능하다”며 “수많은 학자와 전문가가 현행법상 불가하다는 지적을 일치되게 내놓는 상황에서 불가능한 방안(수사·기소 분리)을 논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검사장 역시 “일본과 관련해 잘못된 예시를 들기도 했던 만큼 정말로 검찰 내 수사와 기소 기능 분리라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기소를 못 하면 검찰이라고 볼 수 없다. (추 장관) 발언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기자회견 당시 일본 도쿄·오사카·나고야지방검찰청의 ‘총괄심사검찰관’을 선례로 들었으나 이는 내부 견제 차원의 ‘레드팀’ 역할에 그치는 제도로 확인됐다. 또한 문 전 총장이 2018년 이미 도입한 ‘인권수사자문관’ 제도가 이를 본딴 것으로, 현재 일선 검찰청에서 시행 중이다.

지난 3일 오전 ‘2020년 상반기 검사 전입 인사’ 행사가 열린 서초동 대검찰청 로비에 윤석열 검찰총장 응원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검찰 내부에서는 최근 추 장관이 검찰의 의견 표명, 이의 제기에 대해 감찰을 시사하는 등 강한 어조로 비판을 이어왔는데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10일 윤 총장이 주재한 총선 수사 대비 회의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개 비판한 데 대해 추 장관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언급했다. 더군다나 추 장관은 검찰 인사권자로, 이미 두 차례 대규모 인사를 통해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검사장 회의를 소집한 데 대해 검찰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 시그널을 줄 수 있어 수사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법무부 장관의 검사장 소집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법무부 장관이 주재하는 검사장회의는 지난 2003년 강금실 전 장관 이후 17년 만이다. 당시 강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검사장회의를 소집해 검찰개혁 추진 방안 등 당면과제를 논의했다. 특히 검찰총장 없이 검사장회의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회의에 불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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