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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100척 수주 잭팟에도...축배 못드는 철강

후판 수요 물량 늘어나겠지만

실제 주문까진 최소 1년 걸려

재고 등 수익개선엔 도움 안돼

조선-철강, 후판값 인상 두고

샅바싸움도 더욱 치열해질듯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선 100척 수주 ‘잭팟’에 조선업체와 관련 업계가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철강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장기적으로 공급 물량 확대에는 기여하겠지만, 실제 주문까지 최소 1년이 걸리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주절벽에 내몰린 철강업계의 처방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후판(선박을 건조할 때 쓰이는 두께 6mm 이상 철판) 가격 인상을 두고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샅바싸움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는 카타르로부터 103여척의 LNG선을 수주할 것으로 전해졌다. LNG선 한 척을 건조하는 데 약 2만5,000톤의 후판이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약 250여만톤의 후판 수요가 생긴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조선용 후판 총 수요(500~600만톤)의 절반 가량에 해당한다. 조선업체에 공급하는 후판은 자동차 강판과 더불어 철강업계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조선업은 후판 수요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철강업계는 이번 카타르 수주낭보가 ‘예보’에 불과할 뿐, 당장의 갈증을 해소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이번 계약이 본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후판 수요 증가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소가 실제로 수주를 완료하면 선박설계를 하고 난 후에야 철강사들과 프로젝트 단위로 후판 가격협상에 들어간다”며 “후판 주문까지는 기본 1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의 수주 부진을 해소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카타르 계약이 당장 올해 후판 수요에 기여하지 못하는 데다가 현재의 가격 협상 방식으로는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일 서울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사드 쉐리다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 장관, 칼리드 빈 할리파 알 따니 카타르가스 CEO,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카타르 LNG운반선 슬롯예약계약 MOA 서명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후판 가격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는 있다. 철강사들은 자동차·조선 업체 등 대형 수요처와 반기별로 협상을 통해 제품 가격을 결정한다. 철강사들은 후판 가격의 경우 최소 톤당 2만~3만원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철강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했지만 이를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톤당 120달러선을 넘어서며 5년 만에 최고치를 찍고 조금씩 하락했지만 여전히 100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조선업계도 수주가 부진한 가운데 선박 건조비용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을 양보할 수 없는 처지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체와의 후판 가격 협상이 이견으로 아직 타결되지 않았다”며 “연말까지 계약 시기를 확대해서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철강업계는 ‘최후의 수단’으로 불리는 고로 가동 중단 대신 제품 생산량을 조절하며 대응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포항과 광양제철소의 냉연·열연 등 제품 생산라인 가동률을 낮춰 생산량 20여만톤을 줄였고, 광양3고로 개수기간을 연장해 감산 효과를 내고 있다. 또 이달 16일부터는 생산설비 가동을 일부 멈추고 유휴인력에 대해 유급휴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004020)은 이달 1일부터 당진 전기로 박판열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제철은 “6월부터 수주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 가동을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전방과 후방 산업간 상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라며 “한쪽이 고통분담을 지속해야하는 현재의 가격 협상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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