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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현장]"눈치 안 보고 싶었다"…'사라진 시간'으로 피어난 정진영의 꿈

/사진=양문숙 기자




배우 정진영의 연출 데뷔작 영화 ‘사라진 시간’이 베일을 벗었다. 모호한 장르, 규정지을 수 없는 낯선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통할 수 있을까.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사라진 시간’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정진영 감독과 배우 조진웅, 배수빈, 정해균이 참석했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33년간 연극과 영화, 드라마는 물론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까지 활약을 펼쳐온 관록의 배우 정진영이 오랜 연출의 꿈을 이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진영 감독은 “어렸을 때 꿈이 영화 연출이었다. 그런데 성인 삶의 대부분을 배우로 지냈다. 20여 년 전 연출 막내를 하긴 했지만, 꿈을 접고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4년 전 쯤, 50이 넘은 뒤 능력이 되든 안 되든 하고 싶은 얘기를 소박하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무서웠던 건 ‘망신당하면 어떡하지’ 했던 족쇄였다. 그런데 ‘망신당할 수도 있지,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개봉할 때가 되니 ‘왜 이 자리가 이렇게 무서운 자리라는 걸 생각 안 했지’ 싶더라.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 어떤 생각을 하실지가 궁금하고 떨린다”고 털어놨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정진영은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나는 뭘까?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규정하는 나는 왜 충돌할까‘로 출발했다.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외로울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글을 썼다”고 말했다.

영화의 장르에 대해서는 ’슬픈 코미디‘라고 답했다. 그는 “연약한 인간의 외로움을 담은 슬픈 코미디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가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엔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이 영화가 미스터리라고 알려져 있는데 끝까지 답을 알려주지 않아 미스터리라고 표현하기도 어렵다. 처음부터 답을 주려고 만든 것은 아니었다. 답이 없는 것이 우리 영화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사진=양문숙 기자




조진웅은 영화에서 의문의 화재사건 현장을 수사하기 위해 어느 시골 마을을 찾아온 형사 형구 역을 맡았다. 정진영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현역 배우이자 감독님이시지 않나. 첫 번째로 이로운 거는 소통이 잘 된다. 어디가 가려운 지를 잘 아신다”며 “감독이 돼도 소통의 방편을 잘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사라진 시간‘만의 매력에 대해서는 “미묘한 지점들이 존재한다. ’이게 말이 돼?‘ 하는데 세상 말이 되게 사나. 코로나도 말이 되나. 아이러니하다”며 “명제를 두고 뒷받침하는 설명은 아닌 것 같다. 가슴 속으로 진하게 밀려드는 거다. 사랑도 다들 하시지만 어디 있나. 그런 느낌이다”라면서도 “그럼에도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이게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배수빈은 소도시 시골 마을의 초등학교에 새로 부임한 교사이자 아내를 끝까지 지켜주는 남편 수혁을 연기한다. 그는 “마흔이 넘고 배우로서 어떻게 걸어가야 하나 생각을 하던 와중이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봤는데 정진영 감독이 ’잘 모를 수도 있는데 재밌는 거 같아‘라고 하시더라. 저도 장르가 뭐지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건 내 얘기일 수도 있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꿈꿔왔던 꿈 속 일부분이 될 수 있음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수혁과 이영 부부의 비밀을 가장 먼저 알게 되는 의뭉스러운 마을 주민 해균 역에는 정해균이 출연한다. 그는 “저는 뭔지도 모르고 하게 됐다. 이게 말려드는 거였다. 그랬다가 후회 많이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앙냈다. 이어 “지금도 모르겠다. 그냥 믿고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쫑파티 때도 다들 ’무슨 이야기지?‘ 했다”며 “감독님이 꼼꼼하게 잘 챙겨주셔서 몰입이 잘 되게 해주셨다”고 했다.

정진영 감독은 이 영화만의 매력 포인트에 대해 “자유롭게 끌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존의 어법, 규칙을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이 전에 먼저 썼던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버렸다. 익숙한 관습들이 저도 모르게 들어가 있더라. 그걸 버린 뒤 내가 한다면 새롭고 이상한 걸 해야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눈치를 안 보고 싶었다. 낯섬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라진 시간‘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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