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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만들라더니...해외 기업사냥꾼에 경영권 휘둘릴판

해외투기세력 연합하면 입맛대로 감사 뽑기 가능

회사 모든 정보 열람 권한...기밀유출에도 속수무책

자회사 간섭 가능한 다중대표소송도 경영위축 불러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다중대표소송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의 개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상법 개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재계는 투기자본의 경영간섭 등 기업 경영활동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무부의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이 주요 내용이다.

재계에서는 특히 정부의 권고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기업일수록 이번 상법 개정으로 투기자본에 휘둘릴 우려가 커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를 공격했던 것처럼 해외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흔드는 일이 빈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0일 법무부가 밝힌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의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가 뽑은 이사들과 따로 선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된다. 또 기업의 자회사 이사가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킬 경우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내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된다. 재계가 추진에 반대해온 제도 중 하나인 집중투표제는 이번 법안에서 빠졌다.

①감사위원 분리선임=현행 상법은 이사를 먼저 선임한 뒤 이사 가운데 감사위원을 선출한다. 하지만 개정 상법에 따르면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한다. 감사위원이 대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하게 한다는 취지지만 재계 입장에서는 감사위원 선임결정권에서 대주주가 사실상 배제될 수 있다. 또 펀드나 기관투자가들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미 최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약돼 있지만 해당 제도 도입 시 펀드나 기관투자가는 더 적은 지분으로도 연합을 통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세력이 단기차익을 노리고 들어올 경우 감사위원 선임 등을 무기로 배당 확대 등에 집중해 기업의 장기 성장 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감사위원에게는 회사의 모든 정보를 열람할 권한이 있는 만큼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외국계 헤지펀드나 경쟁사와 연관된 펀드가 이를 악용해 회사 기밀을 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지주사일수록 경영권 침해 여지가 더 크다는 문제도 있다. 일찌감치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LG그룹과 GS그룹이 대표적이다. LG 오너가의 ㈜LG 지분율은 46.15%, GS 오너가의 ㈜GS 지분율은 50.96%에 달한다. 현 정부에서 대기업 지배구조의 모범으로 꼽혔던 곳일수록 더 큰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해외에서도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 경총 관계자는 “감사위원이 이사 지위를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사 선임 단계에서부터 대주주의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라며 “이사 선임 시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주주권 침해로 아직 외국에서도 입법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②다중대표소송제 도입=개정 상법에는 임무를 게을리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모회사 주주가 법적 책임을 묻는 다중대표소송 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비상장회사 주식 전체의 100분의1, 상장회사는 1만분의1을 보유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현재 상법에서는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를 상대로 손해의 책임을 추궁하는 대표소송을 인정한다. 그러나 대기업 총수가 장악한 자회사의 불법행위로 모회사가 손해를 볼 경우 일반주주가 사측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재계는 다중대표소송제로 모회사가 자회사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해 경영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자회사에 대한 모회사 주주의 부당한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모회사 주주는 자회사 주주에 비해 적은 지분으로도 회사 이사에 대한 소송이 가능해 모회사 주주와 자회사 주주 간 평등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문제점 때문에 독일·프랑스·영국 등 대다수 국가에서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제도를 도입한 미국·일본도 매우 엄격한 소송 제기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60%를 소유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자회사 주주가 해당 회사(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하려면 자회사 주식의 1%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반면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실질적으로 자회사 주식의 0.6%(모회사 지분 1%×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60%)만 보유하면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주주권의 형평에 맞지 않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③감사 선임 시 주주총회 결의 요건 완화=상장회사의 감사위원을 선임·해임할 때 2조원 이상의 상장사와 나머지 상장사를 이원화한 것을 일원화해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을 합해 3%까지, 일반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했다. 아울러 전자투표를 실시해 주주의 주총 참여를 제고한 회사에 한해 감사 등을 선임할 때 주주총회 결의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감사위원회 위원 및 감사 선임 시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의 수로 의결한다. 앞으로는 전자투표를 실시한 회사의 경우 발생주식 총수 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출석 주주의 과반수로 의결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정한 시점을 배당기준일로 전제한 규정을 삭제해 배당기준일 관련 규정도 개선한다. 이를 통해 12월 결산사의 3월 말 이후 정기 주주총회 개최가 가능해지는 효과 등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변수연·김민형·박한신·박효정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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