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봉구 창동주공19단지 전용 90.9㎡는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5월 4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같은 평형의 매물이 올 5월에는 8억2,200만원에 팔렸다. 3년 사이 3억5,000만원가량이 오른 것이다. 노원구 상계주공3단지 전용 84.2㎡도 이 기간 5억2,000만원에서 8억4,5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껑충 뛰었다. 노원과 도봉구는 비교적 저가 단지들이 몰려 있어 자산이 적은 무주택 서민들이 찾는 외곽지역인데 이제 이곳에서도 4억원대 매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경제가 서울은 물론 수도권 등 6억원 미만 중저가 아파트의 3년 전과 현재의 실거래가를 비교한 결과 적게는 1억원, 많게는 4억원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서민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무려 21번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강남 집값은 물론 무주택자들이 주로 찾는 서민 아파트 값마저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3억~4억원 하던 아파트들이 이제는 5억~8억원으로 오른 것이다. 각종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참여정부나 현 정부나 똑같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공급을 옥죄고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며 “이렇게 하면 수요가 분산될 것으로 보는데, 이는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고가는 고가대로 중저가는 중저가대로 가격만 올릴 뿐”이라고 우려했다.
◇21번째 대책에 서울 외곽도 들썩=현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서울 외곽지역 등은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을 시도해볼 수 있는 곳이었다. 본지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5월부터 올 5월까지 3년 동안 저가 아파트 값이 크게 상승했다.
단지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중랑구 중앙하이츠 전용 84.9㎡는 3년 전만 해도 3억3,15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2억원가량 오른 5억4,0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도심 내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서대문구 구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홍은벽산 전용 84.7㎡의 경우 이 기간 3억8,000만원에서 6억5,0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뛰었다. 3억원이던 아파트가 이제는 5억~6억원대 단지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다른 외곽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관악구 관악드림타운 전용 84.9㎡는 3년 전만 해도 4억9,500만원에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7억8,000만원으로 8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강서구와 구로구 등의 5억원대 아파트 역시 이제는 7억원 이상을 줘야 장만할 수 있다.
저가 아파트 감소는 부동산114의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4억원 이하 아파트가 서울 전 지역에서 3년 전에 비해 65%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구로구는 4억원 이하 아파트가 3년 전 3만2,790가구에서 현재는 1만832가구로 67%가량 감소했다. 동대문구는 1만4,266가구에서 1,361가구로 90% 줄었다. 노원·강북·금천구 등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 있던 대다수 지역에서도 4억원 이하 아파트가 절반 이상 축소됐다.
◇풍선효과 수도권도 사정은 비슷=이 같은 현상은 경기·인천 등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2017년 5월 5억4,500만원에 실거래됐던 구리 토평마을e편한세상 전용 84.6㎡는 올 5월 8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광명 철산한신 전용 89.5㎡ 또한 같은 기간 4억3,000만원에서 2억원 이상 오른 6억5,000만원에, 인천 부평구 삼산타운6단지 전용 84㎡ 역시 4억5,200만원에서 2억원 정도 뛴 6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12·16대책 이후 풍선효과가 나타난 수원·용인·성남 등에서도 대다수 중저가 단지가 1억5,000만~2억원 정도 올랐다. 수원 영통구 망포현대아이파크1차 전용 84.9㎡가 2017년 5월 3억4,800만원에서 5억2,500만원으로, 용인 수지구 벽산블루밍 전용 59.9㎡는 같은 기간 3억1,000만원에서 4억8,500만원으로 집값이 상승했다. 성남 수정구 은행현대 전용 84.6㎡ 또한 3년 만에 3억5,000만원에서 5억7,500만원으로 2억원 이상 뛰었다. 남양주 와부읍 덕소두산위브 전용 84.9㎡는 2017년 3억4,500만원에 거래된 뒤 큰 변동이 없었지만 최근 1억원 가까이 올라 올 5월 4억4,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서민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21번째 대책까지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을 다 올려놓은 모양새다. 참여정부 때처럼 수요자가 원하는 원하는 곳에 공급은 억제하고, 수요만 억누르는 정책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발표 이후 시장이 잠시 주춤하다가 반등하면 또다시 추가로 대책을 내놓는 모습도 동일하다. 저금리 기조에 의한 시중 유동성 또한 풍선효과에 한몫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급하게 규제에 나서면서 시장의 왜곡이 심해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가격 안정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공급 감소로 서민이 오히려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준·김흥록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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