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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한마디에 검찰 범죄자 취급"…檢, 집단 반발 움직임

■檢 폭풍전야

"추 장관 수사 지휘권 행사 잘못됐다"

현직검사 '秋 저격'에 동조댓글 170개

윤 총장엔 "외압에 흔들리지마라" 응원

윗선 추가 반발땐 '檢亂' 불지필수도

시민들이 2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대형 TV로 생중계되는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쏜 ‘폭로 화살’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라는 과녁에 적중하면서 검찰이 ‘폭풍전야’다. 지난 21일 현직 부장검사는 추 장관에 수사 지휘권 행사가 ‘정치적 행위로 의심받는 일’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열린 22일에는 이른바 ‘라임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수장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국감에서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작심발언’을 쏟아내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 내부의 불만이 집단 표출하면서 ‘검란(檢亂)’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그동안 숨죽이던 검찰 내부 목소리가 일순간 쏟아지면서 검사들이 연판장을 돌리는 등 단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라임 사태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8월11일 부임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그는 입장문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1조5,0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준 라임 사태와 관련해 김○○(김 전 회장)은 1,000억원대의 횡령·사기 등 범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 그 본질”이라며 “로비 사건은 그 과정의 일부일 뿐인데 김 전 회장의 2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라임 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사 술접대 등 비리 보고 부분에 대해 “김봉현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아 대검에 보고 자체가 없었고 야당 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은 5월께 전임 남부지검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 면담에서 보고서를 작성해 총장에게 보고했다. 그간 수사 상황을 8월31일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총장 지휘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며 추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에 반론도 폈다. 이는 앞서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남긴 글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정 부장검사는 “3일 만에 소위 ‘검찰총장이 사건을 뭉갰다’는 의혹을 확인하시는 대단한 ‘궁예의 관심법’ 수준의 감찰 능력에 놀랐다”고 비꼬았다. 또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의혹을 부인했으나 또다시 2차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놀랐다”며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현역 정치인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는 개인적 바람을 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현직 검사장과 부장검사가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추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이 잘못됐다고 한목소리를 낸 셈이다.

22일 사의를 표면한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검·수원고검 산하 검찰청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 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라임 사태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사의 표명했다. /연합뉴스




두 현직 검사의 글에 검찰 내부도 ‘동조한다’는 취지의 댓글이 달리는 등 조직 전체가 동요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 부장검사 글이 올라온 지 하루도 안 돼 170여개의 댓글이 달렸을 정도다. 박 지검장의 글에도 몇 시간 만에 70~8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두 사람 글 아래에 이어진 댓글에서 공통되게 거론되는 이는 윤 총장과 추 장관. 한 검사는 “사기꾼의 한마디에 이런 소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 뿐”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검사는 “시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 2조원을 세치 혀로 순식간에 공중분해 시켜버린 사기꾼의 말 한마디에 정치권은 수십만 쪽의 수사 기록을 휴짓조각 취급하고,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을 범죄 조직 취급하며, 외풍에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야 할 장관께선 이에 동조하며 총장·검사를 거짓말쟁이 취급하고 있다”고 추 장관을 직접 겨냥했다.

반면 윤 총장에 대해서는 “외부의 어떤 압력과 위협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치인들의 눈에는 모든 것이 정치적인 것으로 보이나 봅니다. 그들이 뭐라고 하든 법률가이자 검찰의 수장으로서 검찰이 그 본연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시리라 믿는다”는 등 응원 글이 달렸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개별 검사의 동조가 집단적 반발로 이어지면서 검찰이 정부·여당에 반기를 들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 소용돌이에서 검찰 내부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법무부·대검 사이 갈등을 계기로 검찰이 하나로 뭉치면서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검찰은 ‘개혁의 대상’이라는 외부 뭇매에 침묵해 왔으나, 최근 사태를 두고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며 “현직 부장검사나 검사장에 이어 수뇌부나 지휘권을 가진 고검장 등 윗선이 반대 움직임에 동조하면서 움직일 경우 검찰 내 조직적 집단행동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현덕·손구민·김태영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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