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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실업급여 80% '덜 내고 더 받는' 사람에 나갔다

작년 '하한액' 적용자에 6.4조 지급

최저임금 연동돼 매년 크게 늘어

정액제로 재정건전성 도모 지적에

고용부는 "검토 중" 답변만 되풀이

구직자들이 지난 9월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설명회장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실업급여(구직급여)의 80%는 ‘고용보험료를 덜 내고 구직급여를 더 받는’ 사람에게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쇼크에다 정부의 ‘전 국민 고용보험’ 추진으로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에 연동되는 지금의 불합리한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연도별 최저 구직급여액 적용자 및 지급액’에 따르면 지난해 구직급여 하한액 적용자에게 지급된 돈은 6조4,544억원으로 전체 지출(8조960억원)의 80%를 차지했다. 구직급여는 평균 임금의 60%로 산출되지만 하한선에 미치지 못하면 ‘최저구직급여액’이라는 최소금액이 지급된다. 다시 말해 고용보험료를 덜 내도 구직급여를 더 받을 수 있다. 하한액 적용자는 지난 2017년 89만1,000명에서 2019년 118만명으로 증가했다. 지출액과 전체 구직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7년 3조6,399억원(72%)에서 2019년 6조4,544억원(80%)으로 폭증했다.

이는 구직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과 연동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구직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90%로 환산되도록 고용보험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한액은 2017년 4만6,584원에서 2018년 5만4,216원, 2019년 6만120원까지 뛰었다. 연간 인상률은 2018년 16.4%, 2019년 10.9%로 소득주도 성장에 따른 최저임금 인상률과 일치한다. 월 급여로 환산하면 월 300만6,000원 이하 소득자는 그만큼 보험료 부담이 적어도 무조건 약 180만원씩 구직급여를 받아갈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구직급여 하한선은 고용보험기금의 여건과 상관없이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지출되는 구조”라며 “최저임금에 따라 자동 인상시키는 게 아니라 정액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정 전문가들은 고용보험기금의 고갈 위기는 상당 부분 비합리적인 제도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고용부의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실업급여 계정의 법정 적립 배율을 사전에 준수했다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구직급여 지출이 현재 수준으로 늘었어도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의 차입 없이도 실업급여 계정 자체 여력을 통해 대응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보험법은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적립금을 쌓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준은 매년 실업급여 지출의 1.5배다. 실업급여가 10조원 지출됐다면 그해 15조원을 남겨둬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법정 기준이 지켜지기는커녕 더욱 악화하고 있다.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계좌)의 적립 배율은 2017년 0.9배까지 오르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부터 하락 반전해 지난해에는 0.4배까지 떨어졌다. 재정이 취약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실업급여 지출이 폭증하자 고용부는 올해 4조7,000억원을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왔다.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고갈 위기는 ‘소득주도 성장’이 초래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구직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 인상률에 연동돼 오르다 보니 한 달 최저임금수입(월 209시간)이 179만5,310원으로 구직급여액 180만원(30일 기준)보다 낮아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0월 구직급여 수급기간을 30~60일 늘렸다. 정부는 고용보험료율을 임금의 1.3%에서 1.6%로 인상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로 실업급여 지출이 급증하면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두터워진 사회안전망이 역으로 구직자의 재취업 의지를 꺾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구직급여 수급기간 중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의 비율은 2017년 29.9%에서 지난해 25.8%까지 떨어졌다.

고용보험기금의 지출 요인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고용부는 특수근로종사자(특고)도 고용보험에 의무가입하도록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고용부가 산재보험 당연가입 대상인 14개 특고 업종을 기준으로 비용 추계한 결과 오는 2021~2024년까지는 보험료 수입이 늘지만 2025년에는 구직급여 지출이 수입을 넘겨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해서라도 실업급여 제도를 고쳐 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작 정부는 ‘검토 중’이라는 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중 노사가 참여하는 고용보험위원회를 열어 실업급여 제도 개선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용보험위원회 관계자는 “계획을 들은 게 없다”고 했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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