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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탄소중립 땐 공공료 인상 불보듯…'서민 저항' 부를수도

[정부 내부서도 '탄소중립 속도조절론']

건물·수송부문 감축 독촉할수록

취약층 탄소저감 할당량 눈덩이

"탄소배출 많은 산업 현실 외면땐

최대 130만개 일자리 사라질 것"





정부 경제정책의 책임자 중 한 명인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탄소 중립 ‘속도 조절’을 거론한 것은 정책 목표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주도로 급진전되고 있는 탄소 감축 정책은 자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파산’ 직전인 서민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여기다 정부의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 확대가 난방비와 전기요금, 자동차 유류세, 경유세 등 서민과 직결된 공공요금·세금 인상으로 직결돼 ‘탄소 중립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되는 점도 속도 조절에 힘을 싣고 있다. 전문가들도 기후 악당이 될 수도 있는 만큼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겠지만 주력 산업과 발전 부문의 현실을 고려해 속도 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 양극화’ 심화할 우려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2020 한국의 사회 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는 경제적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가장 불평등한 문제로 ‘감염 확산에 의한 경제적 피해를 보상받을 기회’를 꼽은 수가 38.6%로 가장 많았다. 또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일자리에 종사하면서 동일한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응답자는 절반인 50.3%에 불과했다. 반면 포스트 코로나 이후 고용 회복이 빠른 일자리는 ‘높은 학력과 자산을 보유한 노동자, 디지털 경제에 부합하거나 내수용 생필품 생산에 주력하는 기업, 첨단 기술 업종’ 등이 꼽혔다. 코로나19가 경제 양극화 심화라는 깊은 상흔을 남긴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탄소 중립까지 시행될 경우 서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민간 저탄소사회비전포럼이 올 2월 발표한 검토안에 따르면 탄소 감축 폭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를 택할 경우 2017년 대비 건물 부문은 3,530만 톤(66.8%), 수송 부문은 7,200만 톤(73.3%)의 탄소량을 각각 줄여야 한다. 문 대통령이 13일 기후목표 정상회의 연설에서 오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더욱 상향하겠다고 밝힌 만큼 난방과 수송 등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취약 계층이 감당해야 할 탄소 저감 할당량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에 비해 탄소 배출이 많은 국내 산업 구조를 고려하면 무리한 탄소 중립 추진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지난해 기준 28.4%로 유럽연합(EU) 16.4%, 미국 11%보다 최대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며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 비중 역시 8.4%로 독일 5.6%, 일본 5.8% 등 주요국보다 높다. 실제 올 7월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등 5대 업종협회는 급진적 탄소 중립 추진 시 제조업 생산은 최대 44% 감소하고 일자리 역시 적게는 최소 86만 개에서 최대 13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탄소중립, 기간산업 악영향 끼쳐선 안돼”

그럼에도 정부는 탄소 중립 추진 고삐를 더욱 죄려는 모양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총괄하는 국책 연구 기관을 중심으로 탄소 중립을 위한 복수의 시나리오를 마련해 내년 말까지 에너지·산업·수송 등 분야별 전략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또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배출 증가량을 고려한 전망치의 37%)’를 2025년 이전에 상향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을 위해 관련 법정 계획을 정비하는 한편 이를 국가계획(2022~2023년)에 반영할 계획이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증가한데다 지난해 배출량이 전년 대비 3.4% 감소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목표치가 가파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탄소 중립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한국 사정에 맞는 전략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탄소 감축만 강조하면 정유와 석유화학·철강 등 국가 기간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고 생산량을 줄이거나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수밖에 없다”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다 일자리를 외국으로 내쫓을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이 세계 최초로 탄소 중립을 법제화하는 등 굳이 국제사회를 선도할 필요는 없다. 국제적으로 보조를 맞추는 식이 낫다”며 “중국·인도 등 다른 나라들도 비전만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행동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산화탄소 포집·이용·저장(CCUS) 등 국내 탄소 저감 기술 수준은 탄소 중립 속도전을 벌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 역시 정부가 외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탄소 포집 기술이 없는 탄소 중립은 어불성설”이라며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을 배척하며 탄소를 급격히 줄이겠다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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