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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일대일로 국가→한·일·동남아로...위안화 블록 확대 나설듯

[베일 벗은 中 디지털위안화-中 통화패권 시나리오는]

페이 활성화 홍콩, 유통 확대 '트로이 목마' 역할 기대

경제원조 지원·국가간 교역에서도 사용 압박해 국제화

'디지털화폐 패권' 통해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 최종 목표

중국 쑤저우의 한 카페 앞에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쑤저우=최수문기자




중국이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를 도입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 패권을 위해서는 통화 주도권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에서다. 기존 실물 위안화로 ‘달러 제국’에 도전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디지털 화폐로 판을 뒤엎어 보겠다는 것이다. 일단 홍콩에서 사용하면서 국제적인 통용 가능성을 시험해 본 뒤 중국 경제블록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국가에서 본격적인 ‘위안화 블록’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제국’ 건설을 통해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에 오르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20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디지털 위안화 국제화의 핵심 연결 고리로 홍콩이 주목받고 있다. 홍콩에서 디지털 위안화의 중국 본토 외 첫 사용이 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은 자유무역항이자 달러페그제를 유지하는 지역이다. 홍콩에서 디지털 위안화가 안착하면 다른 나라에서의 성공에도 중요한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증권망은 홍콩의 실질적인 중앙은행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의 위웨이원 총재가 조만간 홍콩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위 총재는 최근 발표한 ‘금융 기술의 새 추세, 역외 지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중국 인민은행의 디지털화폐연구소와 디지털 위안화의 역외 지불 기술 테스트 방안을 논의하면서 관련된 기술적 준비를 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 같은 글이 중국 금융 당국과의 논의 없이 나올 수 없다는 사실에서 실제 홍콩에서의 디지털 위안화 사용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 총재는 “아직 디지털 위안화 도입의 구체적 시간표가 나온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홍콩과 중국 본토 주민들이 서로 상대 지역에서 소비할 때 지불 방식을 하나 더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이 홍콩을 주목한 것은 위안화 사용 지역이 아니면서도 위안화가 광범위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중국인과의 교류가 많은 홍콩에서는 디지털 위안화와 비슷한 위챗페이나 알리페이 등 중국식 페이(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시스템도 널리 사용된다. 홍콩인들도 페이에 익숙하기 때문에 디지털 위안화를 낯설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홍콩과 함께 디지털 위안화의 사업 대상으로 한국이나 일본·동남아 등 중국인 관광객이 많고 중국과의 인적 교류가 많은 지역도 주목되고 있다. 이미 이들 지역에서도 중국의 페이 시스템이 널리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 페이 시스템이 디지털 위안화 침투의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한 나라의 통화 사용량이 해당 국가의 경제력을 반영한다고 할 때 중국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본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세계 총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6.3%이다. 하지만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가 집계하는 글로벌 지급 결제 통화에서 위안화 비중은 2%에도 못 미친다.



베이징의 한 금융 전문가는 “위안화가 국제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것에 대해 중국에서는 미국이 ‘달러 패권’ 유지를 위해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며 “2018년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된 후 이러한 시각은 더욱 강해졌고 미국이 여차하면 국제 달러 결제망에서 중국을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디지털 화폐는 기준 달러 결제망과 다른 차원에서 운용될 예정이다. 특히 중국이 조속히 디지털 위안화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은 기술 표준화 선점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이를 통해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는 일단 자국과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 중인 국가들을 축으로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대일로 대상 국가에 경제 지원을 하거나 교류할 때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원조가 아쉬운 국가들이 이를 무조건 피하기는 어렵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디지털 위안화가 도입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위안화의 유통 확대와 국제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를 통해 글로벌 통화 금융 질서가 ‘달러화 블록’과 ‘위안화 블록’으로 양분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경제뿐만 아니라 통화에서도 각국은 주요2개국(G2) 사이에서 편 가르기에 나서야 할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가 미국을 압도할 경우 위안화 패권 시대가 열리는 것도 ‘꿈’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거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금융에서도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며 “디지털 위안화는 달러 패권을 허물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 위안화 2차 공개 시험이 진행중인 중국 쑤저우의 한 카페 앞에 손님이 디지털 위안화로 결제를 하고 있다. /쑤저우=최수문기자


다만 디지털 위안화의 성공을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 중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위안화의 국제결제 비중이 낮은 이유 중에 중국의 금융 규제도 한몫하기 때문이다. 공산당 일당 체제와 계획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자국 통화의 대외 교류를 제한한 결과다. 즉 자본 계정 자유화가 안 된 상황에서 디지털 위안화라고 해도 다른 국가에서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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