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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채용' 사상 최악…출구 없는 '취업 절벽'

■하반기 사업체 노동력 조사

내년 3월까지 25.3만명 채용 계획

역대 최저…기업 전반 '고용 한파'

정부는 '단기 알바' 땜질식 대책만

"노동 생산성 강화해야 출구 보여"

권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세종=연합뉴스




5인 이상 민간 기업의 올해 4·4분기~내년 1·4분기 채용 계획 규모가 지난 2008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득 주도 성장 등으로 노동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공공 아르바이트를 중심으로 고용시장을 방어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산업 재편과 구조 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돼 연착륙을 위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가 29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상용 근로자 5명 이상 민간 기업의 올해 10월~내년 3월 채용 계획 인원은 25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2008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일반적으로 경력 채용이 연말 연초에 집중되고 상반기 신입 사원 채용이 1~3월에 시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민간 부문 전반으로 고용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고용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19다. 하지만 채용 계획 인원 추이를 보면 기업이 이전부터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해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채용 계획 인원은 꾸준히 20만 명대 후반~30만 명대 초반을 유지해왔지만 지난해 25만 6,000명으로 주저앉았다.

지난 3·4분기 실제 구인 채용 인원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구인 인원은 62만 1,000명으로 2012년 이후 가장 적었으며 실제 채용 인원은 55만 7,000명으로 2013년 이후 최저치였다. 실제 채용 인원 역시 지난해를 기점으로 59만 8,000명으로 6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소득 주도 성장, 근로시간 단축, 제조업 구조 조정 등으로 기업이 채용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셈이다.



이번 통계는 그동안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고용 타격을 막기 위해 추진했던 정책이 민간 부문에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용부가 매달 발표했던 월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서는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가 올해 4월 전년 대비 36만 5,000명 감소해 저점을 형성한 후 10월 -4만 명, 11월 -4만 5,000명으로 회복 추세로 접어들었다. 공공·민간 부문을 모두 조사하는 월간 조사와 달리 반기 통계는 민간 부문의 고용 동향만 조사한다. 결국 공공 단기 아르바이트가 노동시장을 방어했다는 얘기다. 정부는 정보기술(IT) 직종에 청년을 채용하면 보조금을 주는 사업 등으로 민간 부문의 채용을 독려하려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고용 상황의 반전 기미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민간 부문의 채용 확대는 경기 전망과 연동돼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채용 계획이 확대될 것 같지 않다”며 “적어도 내년 1·4분기까지는 고용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노동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IT 중심의 산업 재편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채용 동향을 업종별로 분석하면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의 신규 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0.9%, 10.8% 증가했다. 반면 지난달 제조업 종사자는 같은 기간 7만 4,000명이 줄어 올 6월 이후 반년 동안 7만 명대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산업 재편의 물꼬가 트였다는 분석이다.

결국 고용 부진의 탈출구는 산업구조의 재편에 맞춰 노동 생산성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관계자는 “경기 반등에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경제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기업의 직접 채용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노사 관계, 노동 형태, 노동 이동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여 직업훈련 등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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