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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인하·기금 등 '상생' 필요...내부 자정시스템도 갖춰야"

[플랫폼 규제 전문가 진단]혁신 본능 회복 시급한 플랫폼

美기업 맞서 유례없는 성과냈지만 수익 몰두에 반감 불러

전략적 파트너로 종사자 대우...스톡옵션 등 인센티브 줘야

규제는 최후의 수단...정부 정치적 역량·협상력 발휘 필요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카카오(035720)·쿠팡 등 온라인 ‘공룡’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등 금융 당국과 정치권의 공세가 거세다. 정치권과 정부·소상공인·시민단체 등은 무리한 문어발 식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소비자 피해 등을 플랫폼 기업의 문제로 꼽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카카오·쿠팡 등이 있다. 카카오는 국내 계열사만 117개에 이른다. 페이·뱅크·택시·대리·꽃배달·교육·헤어숍 등으로 끝없이 사업 분야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편리한 플랫폼이라는 무기로 앞세워 국민의 온갖 일상에 스며들면서 소상공인들의 이익을 지나치게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쿠팡 역시 지나친 물류·유통 확대로 소상공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 학계 및 정보기술(IT) 업계 전문가들은 혁신과 성장의 상징이었던 플랫폼 기업들이 최근 들어 이윤 추구에 급급한 나머지 플랫폼 종사자, 중소상공인들과 과실을 나누고 상생안을 모색하는 데 소홀했다고 지적한다. 과도한 욕심과 부의 집중으로 반감을 샀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업체들이 사업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혁신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스스로 자정 능력을 보여줘야 플랫폼 경제가 지속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소상공인 등이 없으면 플랫폼 기업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서는 법과 규제로 해결하기에 앞서 기업들이 먼저 나서 문제를 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규제는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은 12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혁신 기업들이 원래의 혁신성을 잃어버리면 문제가 되는데 지금 플랫폼 기업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 플랫폼 기업들은 혁신은 뒷전이고 수수료나 광고료 수익 확대에 몰두하며 영세 사업자들을 착취하는 인상을 보여줬다. 마치 톨게이트에서 이익을 챙기는 ‘톨게이트형 산업’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또 “(플랫폼의) 본질적 기능은 사실 종사자와 소상공인들이 맡고 있다”며 “이 사람들이 없으면 플랫폼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객 수가 100만 명일 때와 1,000만 명일 때 비용이 다른데 규모의 경제가 있으면 그만큼 ‘윈윈’하는 상생 구조를 만들어야지 다 가지려 하니 갈등 요인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쟁법학회장인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들은 그동안 전 세계 유례없게 미국 기업에 맞서 혁신과 성과를 냈다”면서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혁신보다는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로 생태계를 착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양면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할 때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영세상공인·근로자들이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여러 이익을 함께 고려하고 나누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국가는 물론 기업 스스로에도 좋다”고 강조했다.

상생안과 관련해 구체적으로는 스톡옵션 제공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나누거나 지역 상생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대리 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에게 기여한 기간에 따라 1주·5주·10주를 나눠주는 것”이라며 “플랫폼 노동자들을 단순 계약 관계가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생각하고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물류 기업의 매출액을 시군구읍면동 단위로 분석해 해당 지역에 일정 비율을 내는 상생 기금 모델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이 낸 자금을 정부가 매칭해서 주차장도 만들고 인프라 현대화 등 상권 활성화에 쓴다면 로컬업자들이 마냥 쿠팡과 같은 플랫폼 기업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수수료를 지금보다 더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성진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구글·애플의 앱 마켓 수수료가 높다고 반발했던 국내 플랫폼사들이 정작 높은 수수료로 장사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스스로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백화점이나 홈쇼핑도 갖은 규제에 요율을 기존 30%대에서 20%대 초반까지 낮추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국내 플랫폼이 높은 수수료율을 유지한다면 구글 등 해외 플랫폼과 경쟁에서도 불리하다. 지금은 내수 장벽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외국 기업 수수료가 더 낮기 때문에 언제든지 사업자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지금의 플랫폼 규제 분위기가 자칫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이황 교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견제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혁신을 저해한다거나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는 결과를 낳아선 안 된다”며 “지나친 정치 논리로 규제를 위한 규제가 되지 않도록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최소한의 수단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 원장은 “자정이 없다면 규제로 이어지겠지만 이는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며 “기업들이 스스로 먼저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한상 교수는 “무분별한 행위 규제라든지 가격 규제, 세금 걷기와 같은 시장 파괴적인 정책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며 “장기적으로 경쟁을 촉진하면서 기업 스스로 보상과 이익을 환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치적 역량이나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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