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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투자·고용계획 손도 못대"…4분기부터 실적 '먹구름'

[7대 주력업종 시계제로]

<상>공급망 재편 등 수출길 첩첩산중

美中 노골적 보조금 추진…반도체는 기밀까지 내줄판

자국 우선주의 확산에 車·배터리 수출길 더 좁아져

철강·석유화학 NDC 직격탄…조선은 숙련공 태부족





코로나19로 붕괴된 글로벌 공급망이 미중 패권 다툼 및 탄소 중립 가속화와 맞물려 급속히 재편되면서 우리 주력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배터리 등은 미국 등의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 요구에 응하면서 주요 원자재 조달처이자 거대 시장인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국내 산업 생태계까지 확대해야 하는 상충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본격화와 중국의 보복 우려, 탄소 중립 비용 부담 등은 우리 기업의 대응 능력을 저하시키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올 상반기까지 국내 기업들이 호실적을 거뒀지만 4분기부터는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대 기업의 한 임원은 “불확실한 변수들이 너무 많아 내년 투자와 고용 전략도 못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에 낀 반도체=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정보 요구로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미 정부는 지난 9월 글로벌 반도체 업계와 화상회의를 갖고 이달 8일까지 반도체 재고와 주문·판매 정보를 담은 설문지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업계는 세계 D램 업계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민감한 영업 비밀이 노출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은 “미국 정부에 제출한 자료가 중국 제재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곤란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나서 영업 비밀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 반도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자칫 중국의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공급망 붕괴는 반도체 산업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부품 수급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완제품 생산이 미뤄지고 있고, 이는 반도체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코로나19 일상 회복 영향, 부품 수급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내년 메모리 시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토로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의 매서운 추격으로 초비상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주도했던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집어삼킨 경험이 있는 중국 업체는 최근 LCD 패널 가격이 폭락하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자국중심주의 타깃 된 자동차·배터리=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차질에 시달리는 자동차 업계도 반도체와 유사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세계 각국은 자동차와 배터리 제조 기지를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미국 하원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전기차 보조금 지원법’을 몰아붙일 기세다. 자국 노동조합이 결성된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한해 4,500달러의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2027년부터는 아예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이 법은 철저하게 자국 완성차 기업의 편을 들어주는 독소 조항이다. 우리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의 미국 생산을 개시해야 하지만 이는 국내 전기차 산업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 효율화가 필수적이지만 노조이기주의로 이마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도 전기차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면서 수출길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2030년까지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만 62만 5,000루블(약 98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중국은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거나 세금을 깎아주는 방법으로 자국 기업을 우대하고 있다.

배터리 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 등이 자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우대하기로 하면서 공장의 해외 이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중국은 아예 자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편파적 정책을 쓰고 있다. 배터리 산업은 중국산 원재료 의존도가 높아 언제든 중국의 보복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철강·조선, 탄소 중립에 무방비=철강 업계 역시 미중 갈등으로 인한 간접적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2018년부터 끌어온 유럽연합(EU)과의 철강 관세 분쟁을 최근 해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더러운 중국산 철강의 접근을 제한한다”며 EU에 부과하던 25%의 관세를 철폐했다. 문제는 이 조치로 한국산 철강 제품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점이다. 여기에 정부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40%로 끌어올리면서 철강 업계의 비용 부담도 늘어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철강 업계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71조 770억 원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석유화학 업계도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비용으로 91조 7,530억 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철강 못지않은 위기에 처해 있다. 조선 업계는 십수 년 만에 호황기를 맞았지만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그간의 불황기로 인해 숙련공이 현장을 이탈하면서 심각한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데다 조선용 후판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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