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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만에 초과세수 전망 수정…지원금 명분만 세워준 홍남기

['이재명 지원금' 끌려가는 기재부]

■ 與 공세에 또 무너지는 재정보루

세수 더 걷혀도 75조 적자인데

'李 지원금' 버티는 홍남기 압박

기재부 "초과세수 19조" 실토에

일각 "당정 짜고치는 쇼" 비판도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16일 올해 초과 세수 규모가 19조 원에 이른다고 실토했다. ‘이재명표 지원금’을 둘러싸고 여당의 공세에 또 재정 보루가 무너지는 모양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여당과 국민을 상대로 “전 국민 지원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막판에 기존 세수 전망을 뒤집었다. 이날 11월 재정 동향을 발표하며 10조 원 안팎이라고 밝혔던 초과 세수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여당 대표의 주장대로 19조 원으로 인정했고 이미 전날 여당과 협의했다고 실토했다. 다만 추가 세수를 토대로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기는 불가능하고 내년 국세 수입 예산안에 넣기도 쉽지 않아 일상 회복 지원금 지급을 두고 당정이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당정은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를 나타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기재부를 상대로 국정조사 가능성까지 거론하자 당정이 나라 살림살이를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당초 이번 공방의 핵심은 도대체 올해 세수(稅收)가 기존 예상보다 얼마나 더 걷히느냐였다. 초과 세수 규모에 따라 ‘이재명표 지원금’ 지급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편성한 올해 본예산에서 국세 수입 전망치를 282조 7,000억 원이라고 했다가 올 들어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살아나자 지난 7월 2차 추경 편성 때 올해 세입 전망을 기존보다 31조 5,000억 원 더 늘어난 314조 3,000억 원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7월 전망치 수정 이후로도 국세가 예상보다 더 잘 들어오자 홍 경제부총리가 나서 “2차 추경 대비 초과 세수가 10조 원을 조금 넘길 것 같다(11월 국회 예결위)”고 전망해 왔다. 하지만 이날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초과 세수가 19조 원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못을 박으며 국조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당정이 초과 세수를 두고 정면 충돌한 것이라는 예측은 불과 반나절 만에 빗나갔다. 진실 공방은 이날 오후 기재부가 예정에 없던 긴급 보도 자료를 내고 “올해 초과 세수가 19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날인 15일 청와대와 여당에 이런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히면서 단숨에 진화됐다. 기재부는 “이번 초과 세수를 금년 중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손실보상 비(非)대상 업종에 대한 맞춤형 지원 대책에 활용하고 나머지는 국가 재정법에 따라 내년 세계잉여금으로 넘기게 된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가능한 많은 자금을 본예산에 반영해 이재명표 지원금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추가 세수가 더 발생해도 자영업자 지원 등에 투입하면 전 국민 지원금에 쓰기는 어렵다”고 강조하지만 이미 여당의 일상 회복 지원금 프레임에 끌려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고 나라 살림살이에 여유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9월 누적 기준 29조 6,000억 원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각종 기금 수입을 빼 실질 나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적자 규모가 74조 7,000억 원으로 더 크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수십조 원 규모 재정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곳간에 쌀이 넘쳐난다’는 식으로 국민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며 “미래 세대를 생각한다면 초과 세수로 부채부터 해결하고 재정 승수 효과가 큰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을 지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2년 새 매년 100조 원에 가까운 적자 국채를 발행했던 점을 고려해 추가 세수가 발생해도 국채 상환에 써야 한다는 의미다. 당정 관계에서 번번이 여당에 끌려갔던 정부가 이번에는 재정건전성을 위해 곳간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그동안 초과 세수가 “10조 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해온 홍 부총리가 단번에 말을 뒤집으면서 ‘거짓말’ 논란도 함께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초과 세수가 10조 원을 조금 넘긴다고 하면 많아야 13조 원 정도를 상상하는 게 상식 아니냐”며 “갑자기 19조 원이라는 수치를 들이대는 것은 한 나라의 경제 수장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의 거짓말이 이재명 지원금에 명분을 주기 위한 ‘짜고 치는 쇼’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상적 정책 수립 과정이라면 초과 세수 규모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지원금을 주는 게 옳은지 여부를 총체적으로 분석해야하는데 ‘숫자 공방’으로 시선을 돌려 김을 빼버렸다는 얘기다. 최영전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이날 오전까지도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거래가 올해 여름부터 감소하는 추세여서 세입으로 잡히는 시차가 반영되기 시작하면 양도세 등 관련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사실상 허위 브리핑을 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편 당정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청와대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부총리를 설득하는 것보다 여야 간 의견을 나누는 게 더 중요하다”며 “(홍 부총리와의 논의는) 순서상 그다음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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