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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조율 없이 '깜짝카드'..."정책신뢰 허물고 희망고문 키워"

[대선發 부동산세 대혼란]이재명 다주택 양도세 완화 제안

다주택 매물잠김 해소·시장 공급확대 효과 있지만

정부 "현정부 추진 불가능" 명확한 반대 입장 고수

표 의식한 巨與, 여론 수렴없이 누더기 세제 흔들어

12일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사무소에 월세 관련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반대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카드를 꺼내 들면서 또다시 당정·당청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불안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그간 강행해온 징벌적 규제 기조가 바뀐다고 인식돼 시장에 자극을 주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에서 이 후보의 부동산 세금 정책이 마뜩잖다. 앞서 무위에 그친 2% 종합부동산세와 1세대 1주택자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과 같이 거대 여당이 정부를 ‘패싱’한 채 부동산 세제 정책을 툭툭 던지면서 시장만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징벌적 세제 등을 제자리로 돌리는 방향 자체는 맞다 하더라도 여론과의 소통이 사라져 조세정책의 신뢰도가 허물어지고 ‘희망고문’만 심어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윤후덕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취재진과 만나 보유세·거래세 조정 방안과 관련해 “당 정책위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관련해 “1년 정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아이디어를 제가 내서 당과 협의 중”이라며 “6개월 안에 처분을 완료하면 중과 부분을 완전히 면제해주고, 9개월 안에 완료하면 절반만 면제, 12개월 안에 완결하면 4분의 1만 해주고, 1년이 지나면 예정대로 중과를 유지하자는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제안은 종부세 폭탄을 맞았는데도 양도세 중과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준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주택자 매물 잠김을 풀어주면 최근 주춤하고 있는 시장에 공급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당의 검토 제안을 받은 적도 없고, 현 정부에서는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명확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기획재정부는 1일 여당이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거론하자마자 부작용이 더 크다는 점을 우려했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정부 내에서 논의된 바 없고 추진 계획도 없음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익명의 관계자는 “이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그때 하면 되지, 당장 추진하자는 건 문재인 정부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처럼 당정 사전 조율 없이 정책을 꺼내는 사례는 올해만 수차례 되풀이되고 있다. 여당은 부자 감세라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양도 차익이 클수록 공제율을 줄이는 방향의 양도세 장특공제(거주 기간 40%+보유 기간 40%) 개편안과 함께 거주·보유 기간 기산점을 현행 해당 주택 취득 시점에서 최종 1주택자가 되는 시점부터로 변경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야당과 정부 반대로 불발됐다. 또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상위 2% 종부세를 추진했다가 조세법률주의 위반 논란 속에 공시가 9억 원 기준을 11억 원으로 변경했다. 1주택자 양도세를 매기는 고가 주택 기준 가격을 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는 안도 정부가 동의하지 않자 정기국회 막판에 후다닥 처리했다. 지난해 당정이 손발을 맞춰 양도세·취득세·종부세 세율을 대폭 올리고 임대차 3법을 통과시켰을 때와는 완전 딴판이다. 정부는 종부세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내년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로 올리되 예상하지 못한 주택 상속으로 개인의 종부세 부담이 폭증하지 않도록 상속 주택의 경우 주택 수 산정 때 더 폭넓게 제외해주는 방향으로 시행령 개정을 내부 검토 중이다.

집권 여당이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표를 의식해 그렇지 않아도 누더기가 된 부동산 세제를 흔들어대면서 정책 신뢰가 급격히 무너진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집을 팔고 다주택 상황을 해소한 경우 과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불필요한 혼선을 준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청와대 정책 방향과 다르기 때문에 바로 법을 개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자신의 생각인지 대선 공약 성격인지 명확하게 표현해야만 시장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적인 신호가 아니라 정말로 필요하다면 자세한 사안을 구체적인 공약으로 내놓아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중과세 유예 또는 경감을 애타게 기다리는 분들에게는 희망고문”이라며 “정기국회에서 양도세를 처리할 때는 가만 있다가 끝난 다음, 가능성이 없는 시기의 발언은 진의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선거 기간 중에 논의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당장 민주당 내부에서도 불로소득으로 인식하는 ‘집토끼’들의 반발이 나오며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것은 후보의 구상이다.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매물 유도 효과를 보려면 1년보다 기간을 더 늘리고, 판 사람들이 다시 살 때 취득세를 중과하는 방법으로 수요를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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