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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고물가'에도 韓만 재정 확대…거시 지표 악화 부추겨

[다가오는 'DIRTY' 복합위기]

■연초부터 금리·환율·물가 들썩

주요국 '출구전략' 고민할때 선거앞둔 韓은 '돈 풀기' 가속

100조 추경 땐 고환율→고물가→내수·투자 위축 도미노

당분간 물가·금리 등 하락요인 없어 가계·기업 부담 커질듯

서울 한 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 목동에 사는 직장인 김준석(38) 씨는 주택담보대출 3억 원의 이자가 걱정이다. 지난해 적용 금리가 기존 2.43%에서 2.61%로 변경돼 매달 추가되는 이자 부담이 지금은 3만 8,000원 정도에 그치지만 기준금리가 몇 차례 더 오르면 이자 부담이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환율·금리·물가가 고공 행진을 하는 것은 전 세계 재정·통화 당국의 ‘출구전략’에 더해 국내 대선 주자들의 선심성 확장 재정 정책이 주요 지표를 자극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저성장·저물가’ 속에서 확장 재정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해오던 주요 국가들이 지난해부터 ‘저성장·고물가’라는 새로운 상황을 맞아 정책 재검토에 들어간 반면 우리나라는 607조 원의 본예산이 집행된 첫날부터 최대 100조 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요구가 터져 나오는 등 도리어 재정 확대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초대형 추경이 현실화하면 ‘국고채 금리 상승(국채값 하락)→외국인투자가 이탈에 따른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소비자물가 상승→내수 경기 후퇴→투자 위축’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 카드까지 꺼내 들 경우 가계는 물론 기업의 부담이 커져 고용과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한때 철회한 듯했던 이른바 ‘국토보유세’ 도입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최근 밝히기도 했다. 대선 후 우리 경제의 위협 요인인 가계부채(Debt)와 물가(Inflation), 환율(Rate), 세금(Tax), 금리(Yield)가 모두 뛰어오르는 다중 위기가 덮쳐 국민들이 ‘지저분한(DIRTY)’ 청구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위기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당장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축산물 물가는 전년 대비 14.7%나 뛰었다. 2020년 12월에는 달걀 한 판(특란 30개)을 5,628원에 구입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이 돈으로 달걀을 26알밖에 사지 못한다. 2020년 12월 한우 등심 1㎏을 구매한 돈으로는 지난해 말에는 868g밖에 못 산다. 국제 유가 상승에 지난해 12월 휘발유는 21.0% 상승했고 경유와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는 각각 26.6%, 36.5%씩 올랐다. 여기에 더해 최근 공급망 충격 등의 영향으로 광물 가격도 가파르게 뛰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자재 수요와 공급 모두 불확실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빼고는 모든 여건이 가격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고 밝혔다.

국고채 금리도 예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45%포인트 오른 1.913%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는 2.375%로 0.055%포인트 상승했다. 정부의 국채 발행 물량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퍼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국고채 발행 한도를 166조 원으로 정했지만 연초 ‘슈퍼 추경’ 편성이 확실시되면서 실제 발행 물량은 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의 매파 기조, 인플레이션, 추경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올해 국고채 금리가 떨어질 요인은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일명 ‘빅 피겨(큰 자릿수)’인 1,200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3월에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시장 분위기는 달러 강세로 기운 모습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원 80전 오른 1,196원 90전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1,199원 70전까지 오르면서 1,200원 선까지 근접했으나 오후 들어 수출 업체의 매도에 상승 폭이 축소되면서 1,196원 수준에서 마감했다. 장 중 가격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12일(1,200원 40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1,200원은 국내외 위기 상황에서 나타나는 숫자”라며 “단 외환 당국의 개입에 따라 추가 상승은 억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환율 상승에 부정적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우리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607억 4,000만 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였던 전월(604억 4,000만 달러) 실적을 한 달 만에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수입액이 613억 달러로 집계돼 무역수지는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올해 5%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데다 최대 수출 업종인 반도체 산업의 업황도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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