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르포] "놀다가 걸리는 게 낫다"…‘불금’ 클럽 거리선 마스크 벗은 취객 넘쳐나

클럽을 찾은 손님들이 지난 25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유명 클럽 입구 앞에서 길게 줄을 서 있다. 이건율 기자




“안 죽으면 되죠. 어차피 걸릴 거라면 놀다가 걸리는 게 낫다고 봅니다.”(21세 남성 A씨)

지난 25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대 클럽 거리는 ‘불금’을 보내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천에도 클럽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빗방울이 점차 두꺼워졌지만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마스크를 턱 밑에 걸친 수십 명의 손님들이 좁은 골목 안에 모여 흡연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바닥에는 침이 가득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거리에서 ‘깡소주’를 마시기도 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지난 25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 근처 골목에서 담소를 나누며 술을 마시고 있다. 이건율 기자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이 지난 25일 저녁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인근 먹자 골목 건물 처마마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김남명 기자


같은 시각 강남역 인근 먹자 골목과 클럽 앞 대로변도 상황은 비슷했다. 세찬 바람과 함께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식당, 주점 등은 대부분 사람이 가득 찬 모습이었다. 건물 처마 아래엔 담배를 피거나 전화를 받는 사람들로 붐볐다. 마스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후 10시 밤이 늦어질수록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자주 눈에 띄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은 이른바 ‘턱스크’(마스크를 턱에 내려 착용하는 것)를 한 채 거리를 활보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수십만 명씩 쏟아지고 있지만 서울 곳곳의 클럽 거리는 여전히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코로나19 확진자와 젊은 층의 낮은 치명률이 오히려 시민들의 방역 긴장감을 무너뜨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밤 클럽 거리를 찾은 젊은 손님들은 대부분 코로나 감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젊은 층은 코로나 감염 이후에도 중증으로 번질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군대에서 최근 휴가를 나왔다는 A(21) 씨는 “안 죽으면 된다. 하루 이틀 아프고 만다던데 굳이 조심할 이유가 있냐”고 말했다. 마포구 상수동의 한 헌팅포차 앞에서 대기하던 B씨는 “놀든지 놀지 않든지 어차피 코로나19는 걸릴 것 같다”면서 “어차피 걸릴 거면 놀다가 걸리는 게 좋지 않겠냐”고 되묻기도 했다.

마스크를 턱 밑에 걸친 수십 명이 지난 25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 근처의 좁은 골목 안에 모여 흡연을 하고 있다. 이건율 기자


영업 제한 시간인 밤 11시를 넘긴 이후에서야 클럽과 주점에서 나오는 손님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다만 곧장 귀갓길에 오르지 않은 손님도 많았다.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거나 단속을 피해 영업하는 업소를 찾는 시민도 있었다. 기자에게 “한 자리 남아있다”며 말을 건 호객꾼은 “코로나에 걸리면 어떡하냐”는 질문에 “우리는 코로나 걸린 사람 없다. 걸려도 오늘 화끈하게 놀고 일주일 쉬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광경에 시민들은 최소한의 방역 지침을 지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거주하는 김 모(26) 씨는 “코로나 사망자가 늘어나 장례도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 왜 그렇게 노는지 모르겠다”면서 “본인은 크게 아프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감염시켜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천 중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유 모(26)씨는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고 생각한다”면서 “코로나에 걸리면 일주일 쉰다는 생각으로 노는 것 같다. 클럽이나 유흥주점 주변으로는 이동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클럽·주점 관계자들은 정부의 방역수칙을 적절히 지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홍대 클럽 거리의 한 주점 관계자는 “실내에서는 이동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손소독제도 비치해 두는 등 방역수칙을 어기지 않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이전에 비하면 손님들 절반도 안 온다. 감안해서 봐 달라”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이 지난 26일 저녁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일대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김남명 기자


전문가들은 본인 뿐 아니라 자신과 접촉하는 타인들까지 고려하며 생활하기를 권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젊은 층은 사망이나 중증으로 갈 확률이 매우 적지만, 그분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어린아이와 부모님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타인을 위해서라도 감염될 수 있는 환경에 의도적으로 자신을 노출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관련태그
#홍대, #강남, #마스크, #코로나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