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예정된 윤석열 정부의 첫 한미정상회담은 양국이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강력한 한미 동맹’을 알리는 확실한 계기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한 지 11일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한다. 역대 대통령 중 최단기간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지난해 1월 취임한 뒤 처음으로 동아시아를 방문하는데 시작 국가가 한국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24일 일본에서 출범하기 전에 한국을 찾아 한미 동맹이 군사(한미 상호방위조약), 경제(한미 FTA) 동맹을 넘어 글로벌 기술 동맹으로 확장되는 것을 대외적으로 선언하는 셈이다. 이명박(MB) 정부 이후 공회전하던 ‘포괄적 전략 동맹’ 완성에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
◇경제안보·안보 일정‘韓美 역사적 밀착’=일정을 보면 ‘강력한 한미 동맹’이 복원된 것을 알 수 있다. 이틀간의 방한 일정에서 양국 정상은 키워드를 ‘경제안보’와 ‘안보’로 정하고 하루씩 동행한다. 20일 한국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 방문지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이다.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 기술인 반도체를 앞세운 ‘경제안보’ 행보다. 미국은 ‘CHIP4(한국·미국·일본·대만 반도체) 동맹’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연설할 계획을 조율하고 있다. 이 행사를 계기로 CHIP4 동맹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1일에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90분간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 외에 참모들이 배석하는 소인수 회담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의제는 안보다. 북핵 문제를 비롯해 대북 정책, 동아시아 내 협력 문제 등이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확대 정상회담에서는 경제안보 협력 이슈와 IPEF 참여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회담 이후 각 정상이 발표할 성명문에서 윤 대통령은 IPEF 참가를 공개적으로 선언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선언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양국이 기술 동맹으로 확장하며 역사적으로 가장 긴밀한 협력 체제가 구축됐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된다.
◇北 도발 시 韓美 정상 공동 지휘 돌입=회담에서는 군사 동맹을 과시하며 북한을 향해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보여줄 계획이다. 회담의 첫 번째 의제가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 공조 방안이라는 점도 북한을 향한 양국의 강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특히 정상회담 기간에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경우 양국 정상은 강력한 대북 억지력도 천명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한미의 확장 억제력을 어떻게 할지 액션플랜으로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또 “도발 성격에 따라 기존 일정을 변경하더라도 한미 정상이 연합 방위 태세 지휘 통제 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도록 플랜B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회담에서는 수년간 축소된 형태로 실시해온 한미연합훈련 정상화와 대규모 야외 기동 훈련,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 2016년 합의 이후 두 차례 약식으로만 열린 한미 고위급 회담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본격 가동하는 방안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韓美 통화 스와프식 금융 방파제 구축=한미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확장하면서 한국 시장에 통화 스와프에 준하는 단단한 금융 방파제도 쌓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기 상황 때 원화와 기축통화인 달러를 필요한 만큼 교환하는 ‘스와프’에 대해 김 차장은 “용어는 사용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양국 간) 논의가 이뤄진다고 알면 된다”며 “한미 간 금융이라든가 통화·재정 등에 대한 논의”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정상회담에서) 국제 재정, 금융·외환시장 안정과 한미 간 원활하고 신속하게 협의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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