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으로 2차 ‘페이 대전’이 막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애플페이의 국내 시장 진출이 미칠 영향에 대해 페이 업체들마다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단 당장은 애플페이 결제 단말기의 한계로 기존의 시장 구도에 타격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삼성페이 등과 1차 페이 대전을 벌였던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이 공격적으로 가맹점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한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의 단말기와 호환해 국내에서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 수는 6만~7만 개 수준이다.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수는 300만 개 수준이라는 점에서 2.3% 정도만 결제가 가능한 셈이다. 국내 카드 결제 단말기의 대부분은 마그네틱 보안전송(MTS) 방식을 사용한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폰 사용자의 국내 비중이 3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당장 간편결제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거 같지 않다”면서도 “애플 고객의 충성도를 봤을 때 가맹점이 확대된다면 사용빈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애플페이가 페이 시장의 미꾸라지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애플페이가 테스트베드 성격의 결제 시장 진출 후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한다면 국내 페이사들도 가맹점 확대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실적(하루 평균)은 1981만 건, 60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6.3%, 35.0%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이 두 번 중 한 번은 실물 카드가 아닌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페이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면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모두 오프라인 가맹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확실히 새로운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금융사들도 간편결제 업체들과의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카드 업계는 한 카드사 플랫폼에서 여러 카드사의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인 ‘오픈페이’를 준비하고 있으며 9월 말 오픈을 목표로 개발 막바지 작업 중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우리페이’를 준비하고 있다. 타 카드와 계좌도 우리페이를 통해 결제 가능하도록 하는 등 편의성을 높이면서 페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