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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조선백자 절반, 한남동 '리움'에 모였다

국내외 14개 박물관, 미술관 협업…총 185점 전시

조선백자 국가지정문화재 59점 중 31점

청화→철화·동화로 이어지는 연출에 볼거리 UP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시관 전경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눈부신 백색의 자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대중에게 친숙한 순백의 ‘달항아리’ 뿐 아니라 코발트 빛을 은은하게 담은 청화백자까지 한 곳에 자리한 전대미문의 전시다. 모든 모양새와 색에 ‘이유’가 있는 만큼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국가지정문화재 59점(국보 18점, 보물 41점) 중 절반이 넘는 31점(국보 10점, 보물 21점)이 서울 한남동 리움 미술관에 모였다. 오는 28일에 개막하는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전을 위해서다. 이번 전시는 리움미술관이 지난 2004년 개관한 이래 처음으로 진행한 도자기 만을 주제로 한 특별전이다.

어둠 속 위풍당당한 대표 선수 42점…한 눈에 펼쳐지는 연출이 관건


그간 조선백자 전시는 대개 특유의 장식 기법에 집중해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미술관 측은 방대한 조선백자를 시대별로 소개한다. 이를 통해 조선의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의 정신 세계를 함께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미술관 측은 관람객들이 일부 유명 작품에 집중하기 보다 시대를 관통하는 조선백자 본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길 바란다. 이를 위해 전시장 연출에 심혈을 기울였다.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1부 전시관은 ‘블랙박스 라운지’다. 관람객은 까만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 눈에 42점의 백자를 볼 수 있다. 가벽을 없애고, 도자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사방을 모두 유리로 제작한 쇼케이스를 활용하는 등 연출력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여기에 작품을 고정하는 지지대도 간소화 해 자칫 백자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신비감을 자아낸다. 나아가 백자의 무늬를 한 폭의 그림처럼 평면으로 펼쳐 보여주는 ‘리움 DID’도 새로운 볼거리다. 전시를 담당한 이준광 리움미술관 책임연구원은 “1부는 조선백자의 대표 선수만 모아놓은 곳”이라며 “축구로 이야기하자면 ‘챔피언스 리그’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움미술관 입구의 DID


청화백자부터 순백자까지… 조선의 굴곡 보여주는 ‘백자 발자취’


전시는 청화백자→철화·동화백자→순백자 순서로 진행된다. 1부를 지나 2부 청화백자 전시장에 들어서면 주로 왕실에서 소장하던 ‘용 항아리’를 볼 수 있다. 특히 60cm가 넘는 크기로 현존하는 용 항아리 중 가장 큰 ‘백자청화 운룡문 호’, 화려함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백자청화동채 모란문 호’ 등이 위용을 뽐낸다. 하얀 바탕에 푸른빛 안료로 장식된 청화 백자는 문양의 변화를 통해 위엄과 품격의 변화를 함께 보여준다.



청화백자의 웅장함을 지나면 3부에서는 조선시대 중기·후기의 재기발랄함을 보여주는 철화·동화 백자가 대거 등장한다. 조선 전기 많이 사용된 청화 안료는 주로 중국에서 수입 됐는데, 조선 중기 임진왜란과 두 차례 호란의 영향으로 청화 안료의 수급이 어려워졌다. 자기는 일반 대중이 식기로도 사용 했다. 때문에 청화 안료가 부족해지면서 지방에서는 철화·동화 백자를 본격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 곳에서는 다양한 크기와 문양의 ‘백자철화 운룡문 호’를 볼 수 있는데, 중앙에서 만든 ‘백자철화 운룡문 호’와 지방에서 만든 작품의 용 그림의 차이를 살펴보는 것도 이번 관람의 묘미다.

백자 철화 운룡문 호(중앙)


백자철화 운룡문 호(지방)


4부에서는 순백자를 만나볼 수 있다. 순백자라고 해서 모든 백자가 그저 민무늬 백색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흰 눈같이 청명한 빛깔의 백자에 연꽃 잎 조각(백자양각 연판문 병)을 하는 등 몸체를 깎아 순백자도 화려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관의 끄트머리에서는 ‘백자대발’ 무리를 쇼케이스 없이 볼 수 있다. 지방에서 만들어진 백자는 생활 용기를 중심으로 제작됐다. 때문에 회색이 서려 있거나 갈색조를 보이기도 한다.

달 항아리는 3점 뿐이지만…전대미문의 국보급 백자전시 볼 수 있어


백자 달항아리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 소장 작품을 포함한 총 3점의 달항아리 작품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의 주연은 달 항아리가 아닌 수많은 국보급 백자들’이라는 사실 분명히 했다. 실제로 전체 185점의 백자 중 국보가 18점, 보물은 41점에 이른다. 국가지정 문화재 59점 중 절반이 넘는 31점이 한 전시관에 모인 셈이다. 이를 위해 국내 8개 기관(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부산 박물관, 호림 박물관, 간송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동국대학교박물관)과 일본 6개 기관(도쿄국립박물관, 일본민예관, 이데미츠미술관,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야마토문화관)이 힘을 모았다. 모리야 마사시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장은 “리움·호암 미술관과 학술교류와 소장품 출품 등 부단한 협력이 한국과 일본의 문화예술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를 보다 풍성하게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마련했다. 전시를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이준광 전시 담당 큐레이터의 강연 등이 3월부터 5월까지 다채롭게 진행된다. 전시는 5월 28일까지며, 관람은 2주 전 온라인으로 예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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