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근로자 남녀 임금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석이 나왔다. 주요 대기업의 성 직원 비중은 24%에 그치고 급여는 남성 직원의 67% 수준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15개 업종별 매출 상위 10곳을 선별, 150개 대기업의 2021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남녀 직원 수와 평균 급여를 분석해 7일 발표했다.
이들 기업의 전체 직원 수는 84만4064명이며 이중 여성이 20만2703명으로 24%였다. 남성 직원은 64만1361명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남성 직원은 9937명, 여성 직원은 3031명 늘었다. 그러나 여성 직원 비중은 24%로 제자리걸음이다.
업종별로 여성 직원 고용 편차가 컸다. 롯데쇼핑과 삼성물산 등이 포함된 유통·상사 업종 10개 기업의 여성 직원 비중은 52.9%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금융(49.2%), 식품(43.6%), 섬유(33.6%), 운수(33.2%) 등 순이었다.
반면 철강(4.9%), 자동차(5.8%), 기계(6.1%) 등은 10%를 밑돌았으며 건설(11.4%), 가스(12.9%), 전기(16.9%) 등도 10%대에 그쳤다. 단일 기업 기준으로 여성 직원 수 최다 기업은 삼성전자로 2만9228명이었다.
조사 대상 기업의 평균 급여는 남성 직원 8710만원, 여성 직원 5880만원으로 여성 직원이 남성 직원의 67.5% 수준에 머물렀다. 전년 대비 보수 상승률도 남성 직원 9.2%, 여성 직원 8.2%로 차이가 났다. 15개 업종 중 남녀 평균 급여를 비교했을 때 여성이 남성을 앞선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그나마 제약 업종의 여성 직원 급여가 5860만원으로 남성 직원의 77.1% 수준에 달해 격차가 가장 적었다. 반면 건설 업종은 여성 직원 평균 급여가 5130만원으로 남성 직원(9500만원)의 54%에 그쳤다.
근로자의 남녀 임금 격차는 2017년 63.1%에서 2018년 64.8%, 2019년 65.5% 등으로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지만 2021년에는 추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배수로는 남성 근로자의 임금이 여성의 1.5배 수준을 유지했다.
이와 같은 남녀 임금 격차는 세계적으로도 ‘꼴찌’ 수준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여성, 기업, 법 2023’ 보고서를 통해 190개국을 대상으로 여성의 경제적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 법과 제도를 평가한 바 있다. 여성의 임금과 관련된 법규를 평가하는 ‘임금’ 항목에서 한국은 25점을 받아 세계 65위로 집계됐다. 이는 52년간 세계 최하 수준을 맴도는 ‘여성 임금’ 관련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항목에서 한국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한 곳은 0점인 아프가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이집트, 기니비사우, 쿠웨이트, 수단, 시리아, 우크라이나, 서안·가자지구 9곳뿐이다. 한국은 이 조사를 시작한 1971년부터 52년간 같은 점수에 그쳤다.
여기에는 동일 노동에 대해 남녀가 동일 임금을 받는지와 여성에게도 야간근무·산업현장 근무 등 상대적으로 위험하나 고임금이 보장되는 업무를 맡기는지가 포함된다. 이런 제도가 미비할수록 남녀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 근로자의 남녀 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1996년 가입한 이래 27년째 줄곧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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