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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기업가치에 CES 수상까지…경쟁력 달라진 '교수 창업'

2차전지·인공지능·전기차 등

창업 분야도 딥테크 전반 확산

기술만 믿다간 낭패보기 십상

전문 CEO와 분업체제 갖춰야





교수 창업자를 향한 벤처캐피털(VC)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실험실 창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VC의 러브콜을 받으며 수천 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창업자들이 등장할 정도다. 과거 바이오 분야에 한정됐던 대학 교수의 창업 분야가 2차 전지와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 등 딥테크 전반으로 확산된 것도 투자업계에서 관심을 받는 배경으로 꼽힌다.

◇시리즈 C 투자유치..상장 눈앞

교수 창업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에스엠랩’, ‘토모큐브’, ‘원프레딕트’ 등이 거론된다. 에스엠랩은 누적 투자유치금이 1000억 원이 넘는다. 이 회사를 창업한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특훈교수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조 교수는 2019년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한 국내 노벨상 근접 과학자 17명에 포함되기도 했다.

박용근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가 창업한 토모큐브는 급성 패혈증이나 폐렴을 몇 초 안에 진단하는 3차원(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제조한다. 일반 광학현미경을 이용한 기존의 진단 방식은 세포를 염색하거나 유전자를 조작해야 했지만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은 살아있는 세포를 그대로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혁신적 기술 덕분에 토모튜브는 전세계 28 개국, 150여 개 기관에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하버드의대, 존스홉킨스의과대학 등에서 토모큐브의 현미경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442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 약 2000~3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동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2016년 설립한 원프레딕트는 지난해 300억 원(시리즈C)을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산업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핵심 설비를 진단하고 이상 여부를 사전에 예측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미국 법인을 설립하는 등 북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CES가 주목한 ‘교수님들’

교수 창업의 최대 장점은 설립 초부터 남다른 기술력을 기반으로 ‘본 투 글로벌’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축제인 'CES 2023'에서 한국은 참가국 가운데 '최고 혁신상(Best of Innovation)'을 최다 수상했다. 20개사 중 9개사가 우리나라 기업으로, 스타트업은 5개사가 수상했다. 이중 ‘지크립토’, ‘마이크로시스템’, ‘그래핀스퀘어’ 등은 창업자가 교수 출신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혁신상을 받은 지크립토의 ‘지케이보팅’은 블록체인 전문가인 오현옥 한양대 교수(대표이사)와 시스템공학자인 김지혜 국민대 교수(최고기술이사)가 공동 개발한 서비스다. 앱에서 여러 후보 중 한 명을 클릭해 선택하면 블록체인을 통해 투표자의 신원은 완벽히 감춰지고, 투표자는 블록체인에서 자신의 표가 개표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의 킨제이 파브리치오 수석부사장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기술 세 가지 중 하나”라며 ‘지케이보팅’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정상국 명지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대표로 있는 마이크로시스템은 저주파 전기신호를 통해 유리에 맺힌 이물질을 스스로 제거하는 자가세정 유리를 개발했다. 이 기술을 차량 유리에 접목하면 기계식 와이퍼를 부착하지 않아도, 1초 이내에 습기, 빗물, 먼지 등을 제거할 수 있게 된다. 마이크로시스템은 이 기술로 2019년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사 빅베이슨캐피털로부터 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래핀스퀘어는 서울대 화학부 교수인 홍병희 대표가 2012년 창업한 회사다. 그래핀을 이용한 가상 난방 가전인 ‘그래핀 라디에이터’로 가전제품 부문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얇고 강하다고 평가받는 신소재인 그래핀은 다른 소재보다 에너지 효율이 30% 높다.

◇분업 체제 필수…수익성 확보는 숙제

전문가들은 전문 지식에 기반한 창업이 한국의 미래먹거리를 책임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미 바이오 분야에서 교수와 연구진이 창업한 기업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씨젠, 백신 개발에 나선 제넥신 등이 대표적이다. 씨젠은 이화여대 교수 출신인 천종윤 대표가, 제넥신은 포스텍(포항공대) 교수인 성영철 회장이 설립했다.

아울러 교수 창업 기업이 코스닥 상장 등 지속가능한 수준까지 성장하려면 창업자와 전문경영인의 분업 체제를 갖추는 것이 필수라고 말한다. 창업자의 기술력만 믿어서는 낭패를 보기 쉽다는 것. 실제 토모큐브는 이를 위해 일찌감치 창업 이력이 있는 전문경영인을 데려와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맡겼다. 창업자인 박 교수는 현재 직함은 CTO(최고기술책임자)다.

다만 바이오 분야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엑시트 성공이나 코스닥 상장 사례가 없다는 점은 교수 창업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실제 남다른 기술력에 기반해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키우는 데 성공은 했지만 수익성 모델 마련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곳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VC 파트너는 “자금조달 계획 불투명 등으로 대외적으로 공표했던 상장 스케줄을 지키지 못한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교수들이 창업한 기업 중 수익성 모델을 갖춘 사례는 극소수”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수 출신 창업자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사업의 전부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창업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기술 자체보다는 결국 그 기술을 실행하는 역량이다. 아직까지 최종 상장에 성공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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