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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역 흉기 난동' 최원종, 일부 피해자는 스토커라 생각…미안함 못 느껴”

사진 제공=경기남부경찰청




14명의 사상자를 낸 이른바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의 피의자 최원종(22)이 '자신을 감시하는 스토커 조직이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질렀다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 자신의 범행 자체는 후회하지만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은 느끼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원종은 지난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최근 3년간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다가 망상에 빠져 범행을 했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최원종의 진술 및 휴대전화 등 디지털증거 분석(포렌식) 결과 그가 지난달 발생한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을 모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흉기 난동 사건 수사전담팀은 9일 오후 2시 분당경찰서 2층 회의실에서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최원종을 살인 및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10일 검찰에 구속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원종은 "나를 해하려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통해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리려고 범행했다"는 검거 당시의 진술을 유지하고 있다.

최원종은 커뮤니티에 흉기를 든 사진 등 게시물을 올린 것 역시 스토킹 집단이 커뮤니티를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고 한다.

또 서현역을 범행 장소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의 집 주변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어서 스토킹 집단 소속인 이들이 다수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서현역에서 디저트 먹는다’는 글도 스토킹 집단이 찾아올 것이라는 이유에서 작성했다고 한다.

아울러 경찰은 최원종이 "사건 사흘 전 범행을 결심했다"는 진술에 따라 지난달 31일 일을 저지르려고 마음먹은 것으로 봤다.

최원종은 자신이 범행을 저지르면 결국 검거되겠지만 이후 경찰이 스토킹 집단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여겼다. 때문에 최원종은 사건의 피해자들 가운데 실제로 스토킹 조직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경찰은 최원종의 범행이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도 일부 사전 계획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5일 성남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한 최원종. 연합뉴스


“‘신림역 칼부림’ 모방 범죄로 보기 어려워” 결론


경찰은 최원종이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을 벌인 조선(33)의 영향을 받았는지에 관해서는 해당 사건 모방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최원종의 휴대전화 및 PC 포렌식을 통해 로그 기록 등을 폭넓게 조사한 결과 신림역 사건 관련 검색·방문 횟수가 유의미하다고 볼 정도로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원종 역시 "(신림역 사건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다만 최원종이 신림역 사건 발생 닷새 뒤인 지난달 26일 온라인을 통해 흉기를 산 점 등에 미뤄볼 때 조선의 범행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태이다.

이 흉기는 최원종이 지난달 29일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밖에 나갈 때 30㎝ 회칼 들고 다니는 23살 고졸 배달원"이라고 쓴 글에 첨부된 사진 속 흉기이다. 범행에 사용하지는 않았다.

9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경찰서 2층 회의실에서 모상묘 분당경찰서장이 피의자 최원종(22)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그래머 꿈꾸던 청년…조현병 진단 후 치료 중단


2001년생인 최원종은 대인기피증이 심해 중학생이던 2015년부터 모 병원 정신과에서 진료받기 시작했다.



최원종의 가족들은 그가 프로그래머를 꿈꿨으며 이를 위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하려 했으나 일반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최원종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2017년 증세가 악화하면서 새로운 학교생활에 잘 응하지 못하고 대인 관계 역시 원만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고교 진학 1년도 되지 않아 학교를 자퇴했다.

최원종은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은 2020년에 앞서 5년여간 받아 왔던 정신과 치료를 중단했다.

최원종은 이와 관련 "정신과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어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차도가 없다 보니 (스스로 판단해) 병원을 끊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고졸 검정고시를 치른 뒤 같은 해 4년제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의 집에서 나와 범행 직전까지 혼자 살아온 최원종이 사회적으로 고립이 심해지면서 증세도 악화한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한 대형 백화점 인근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지난 3일 발생한 '분당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으로 사망한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여성 1명 뇌사 상태…찔린 시민 9명 모두 중상


앞서 최원종은 지난 3일 오후 5시 35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집에서 모친 명의의 모닝 차량을 끌고 나와 수인분당선 서현역과 연결된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으로 갔다.

최원종은 범행 현장 주변을 맴돌다가 범행을 결심한 뒤 오후 5시 56분 차를 몰고 보행자 5명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그는 오후 5시 57분 흉기를 들고 차에서 내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해당 백화점은 2층과 외부 지상이 연결된 구조이다.

최원종은 오후 5시 58분부터 백화점 안에 있던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9명의 시민이 다쳤다.

최원종은 오후 5시 59분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 백화점 밖으로 나갔다.

돌연 범행을 멈춘 이유에 대해 최원종은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는 이때부터 관련 신고가 잇달아 접수됐다.

최원종은 백화점에서 나와 분당경찰서 서현지구대 부근으로 걸어가다가 경찰관에 의해 오후 6시 5분 체포됐다. 최초 신고 접수 6분 만이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최원종이 실제 흉기를 들고 난동을 피운 시간은 2분가량인 것으로 파악했다.

한편 이 사건으로 차량에 받힌 보행자 5명 중 60대 여성 1명이 사망했다. 이 외에 20대 여성 1명은 현재 뇌사 상태이고, 다른 3명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흉기에 찔린 시민 9명도 모두 중상이다. 부상자 중 2명은 위중한 상태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 직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분당경찰서장을 팀장으로 하는 총 63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수사를 벌여 지난 5일 최원종을 구속했다.

이어 범행의 잔인성, 피해의 중대성이 인정된다며 지난 7일 최원종의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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