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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넘어 로봇·다큐까지…고상함 깨고 MZ 유혹

■2030 전시회 늘리는 미술관

프리즈서울 이후 미술 대중화 확산

갤러리들도 설치물·기획전 등 강화

2030 관람객 비중 70~80%로 증가

삼청동 인근 카페 등 상권도 활성화


서울 종로구 대동세무고등학교 옆에 위치한 뮤지엄헤드에는 최근 대학을 갓 졸업한 듯 앳된 젊은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입구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관객 친화’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미술관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곳에서는 ‘인공눈물’이라는 이름의 전시가 한창이다. 전시의 주제는 ‘상실’. 전쟁과 자연 재해, 연예인의 죽음과 같은 뉴스가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인이 상실과 슬픔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김문기, 박세진, 양지훈, 윤희주, 이목하, 최윤희, 추수, 허수연 등 8명의 작가가 회화,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여준다.

뮤지엄헤드에서 진행 중인 전시 ‘인공눈물’에 걸린 이목하 작가의 작품. 사진=서지혜 기자




뮤지엄 헤드의 전시 ‘인공눈물’에 전시된 종이와 테잎, 일상적인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작가 김문기의 작품 ‘진리’. 사진=서지혜 기자.


뮤지엄 헤드의 전시 ‘인공눈물’에 전시 포스터. 사진=서지혜 기자.


뮤지엄헤드에서는 오랜 시간을 두고 작품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젊은 관람객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미술관을 찾는 젊은 세대들은 인왕산 화재 사건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 영상 앞에서 헤드셋을 착용하고 영화관에 온듯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곤 한다. 김문기의 조각 작품 ‘진리’ 앞에 선 관객들은 작품 주변을 뱅글 뱅글 돌거나 쪼그리고 앉아 오랫동안 작품을 뜯어본다. 감상이 끝난 후 관람객들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미술관 카페.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방금 본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올해는 많은 전시기관이 회화보다는 설치물을 중심으로 한 전시로 봄을 맞이하고 있다. 미술관의 풍경도 예전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2023 올해의 작가상’ 전시관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곳에는 로봇을 구경하러 온 젊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종 수상자로 선정된 권병준 작가의 로봇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특수 제작된 헤드셋을 착용해야 한다. 헤드셋을 쓰면 작가가 직접 입력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음악과 작품의 움직임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작품 감상이 완성된다. 작가가 제작한 모든 로봇의 공연을 보고 나면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많은 관람객들은 혼자 또는 친구, 연인과 손을 잡고 미술관을 방문해, 헤드셋을 착용하고 ‘따로 또 같이’ 시간을 보낸다.



지난 2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성료한 ‘MMCA 현대차 시리즈 - 정연두: 백년 여행기’ 전시 당시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의 모습.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지난 2월 25일 끝난 ‘MMCA 현대차 시리즈: 정연두-백년 여행기 전시회도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관람 풍경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전시장에서는 디아스포라를 의미하는 영상이 온종일 상영됐다. 영상 앞에 놓여진 수십 개의 빈백(bean bag) 소파는 ‘쉴 곳’이자 작은 공부방이다. 빈백에 편히 앉아 말 없이 전시를 감상하다 가는 젊은 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미술관이 MZ로 상징되는 젊은 세대의 ‘놀이터’로 자리 잡은 것은 오래전 일. 한국 미술 시장에 아트페어 ‘프리즈(Frieze) 서울’이 상륙하면서 미술품 수집이 대중화 됐고, 미술 작품을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미술관과 갤러리를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최근의 변화는 미술관과 갤러리, 작가들이 기획하고 있다. 전시 기관이 전시관 곳곳에 놀고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꾸며 ‘미술관의 놀이터화’를 주도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을 방문하는 연령층이 크게 낮아지면서 장소성을 강조한 기획을 자주 시도하고 있다”며 “서울관의 경우는 각 전시 관람객의 70~80%가 2030세대인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체 방문객 중 2030 세대는 47%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65%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맞게 기획된 정연두 작가의 전시에는 전체 관람객 중 74%가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사회’ 전시는 82%가 2030 세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분위기 덕분에 삼청동은 최근 '서울 핫플(핫플레이스)’의 위상이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삼청동 갤러리의 한 관계자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미술관이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약속 장소로 여겨지자, 미술관 주변에는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는 관람객들의 지갑을 겨냥한 탬버린즈, 런던베이글 등 SNS로 입소문 난 젊은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권병준의 로봇 설치 작품들. 사진=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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