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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에도 이례적 대주주 지위 유지…경영권 행사는 제한

[태영건설 워크아웃 윤곽]산은, 기업개선 계획 초안

티와이홀딩스 지분출자 대신 대출

무상감자에도 지분율은 더 늘어

일각 "당국 예정된 수순" 지적에

채권단은 "문제될 게 없다" 입장

이달말 채권자協 열어 결의 예정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16일 마련한 ‘기업 개선 계획 초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대주주 티와이홀딩스의 지분 변화다. 산은의 계획대로라면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에 따른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지분율은 현재 27.8%에서 60%대로 갑절 넘게 뛴다. 금호산업과 동부제철·HMM 등 그간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들은 대부분 대주주의 지분율이 크게 떨어져 경영권을 내려놓고 물러났다. 이번 티와이홀딩스 사례처럼 대주주의 지분율이 되레 공고해진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국내 워크아웃 역사에서 유례가 없었던 일이 발생한 것은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에 기존에 대여했던 7000억 원(워크아웃 전 대여 자금 4000억 원+워크아웃 이후 대여 자금 3000억 원)을 출자 전환했기 때문이다.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을 지원했던 자금이 대여 방식이기 때문에 감자 이후 출자 전환을 하면 빌려준 돈을 태영건설의 지분으로 바꾸게 된다. 기존 지원 규모가 7000억 원으로 일반 채권단이 출자 전환하기로 한 무담보채권의 50%(약 3000억 원)에 비해서도 규모가 훨씬 크다 보니 출자 전환 이후 지분율이 오히려 크게 확대된 것이다.

이에 앞서 감자 조치가 이뤄지지만 출자 전환의 효과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산은이 마련한 초안에 따르면 대주주와 소액주주 지분은 각각 100대1, 2대1로 무상감자된다. 기존 주식의 가치를 떨어뜨린 것인데 티와이홀딩스 입장에서 보면 같은 규모로 출자가 이뤄지더라도 전보다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이 늘어난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지분 변화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에 자금을 지원할 때 지분 투자가 아닌 대여 형식을 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태영건설이 지분 투자를 했다면 이번 감자 과정에서 지분을 대거 잃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당국과 산은은 티와이홀딩스가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분담하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대주주가 경영권을 상실했지만 티와이홀딩스의 경우 대주주가 자본 확충에 대규모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동일선에 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티와이홀딩스가 경영권 지분을 취득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채권단이 무담보채권의 100%를 출자 전환해야 하는데 이는 오히려 채권단의 손실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주주가 정상화에 필요한 상당 비용을 출자 전환을 통해 뒷받침했으니 지분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동부제철 등 과거 워크아웃 절차를 밟은 기업의 대주주는 자본 확충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유동성을 전혀 투입하지 않았던 만큼 티와이홀딩스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기업 개선 계획은 채권단 75%의 동의를 거쳐 시행된다. 개선 계획 결의에 필요한 채권자협의회는 이달 말 열릴 예정이다. 산은은 “대주주는 보유 채권을 전액 자본 확충에 투입함으로써 정상화의 책임을 다하고 금융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면서 “채권자는 태영건설의 영업 활동 지원을 위해 제2차 협의회에서 의결한 신규 자금과 신규 보증도 지속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은 이번 개선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티와이홀딩스가 대주주 지위를 지키고 있지만 의결권을 쥐고 있는 것은 채권단이다. 대주주는 워크아웃 기간에는 의결권이나 경영권을 채권단에 위임해야 해 워크아웃 기간에는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 채권단은 워크아웃이 실패하면 태영그룹 지분을 처분해 채권을 회수하고 워크아웃이 성공하면 담보를 해지해 의결권을 회복하는 구조다.

채권단으로서는 개선안 도출이 지연될수록 재무 부담이 커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출자 전환 및 감자 과정에서 (출자금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가 오르는 등 무조건 반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금융사들이 엄청난 규모의 충당금을 쌓고 있는 만큼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빠르게 털어내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구조조정 때 채권단이 울며 겨자 먹기로 출자 전환을 해왔다”며 “채권단 입장에서는 출자 전환을 덜하고 지분 대신 채권 형태로 들고 있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 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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