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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표 구하려고 양보 없는 권리투쟁…연극 '더 라스트 리턴'

[리뷰] 연극 '더 라스트 리턴'

공연 취소표 쟁취하려는 관객들 간 싸움

도덕 잃은 사람들과 작동 않는 시스템

현대인과 현대사회 풍자한 블랙코미디

연극 '더 라스트 리턴'의 한 장면. 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




너무나 보고 싶은 공연의 마지막 날. 취소표를 구하기 위해 매표소로 몰린 사람들 사이에서 난장판이 벌어진다. 표를 차지하기 위한 소란 속에서 인물들은 점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고, 이들을 관리해야 할 극장 직원은 자신의 책임을 방기한다.

매해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주제를 작품으로 제작해 무대에 올리는 두산아트센터 두산인문극장은 올해 주제로 ‘권리’를 선정했다. ‘더 라스트 리턴’은 올해 예정된 3편의 무대 작품 중 첫 번째 공연으로 한정된 티켓을 ‘권리’로 은유해 보여준다. 그리고 권리를 쟁취하려는 각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권리투쟁의 본질을 관객들에게 일깨운다.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캐릭터들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현대인들과 현대 사회를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다.

연극 '더 라스트 리턴'의 한 장면. 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


개인적 권리에 관한 내용으로 읽힐 수 있는 이 연극은 작품 후반부 국제정치 담론으로까지 주제를 확장시킨다. 국제관계론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작품을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국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우리를 대변한다”는 정치현실주의적 시각과 “국제규범과 윤리, 도덕, 선이 국제정치에도 반영돼야 한다”는 정치이상주의적 시각의 대립 속 자유주의의 대두까지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작품 속에서 이러한 내용이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은 아쉽다.

연극 '더 라스트 리턴'의 한 장면. 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


작품은 지난 400년 간 제 3세계를 약탈해 온 전체주의 국가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 서구 문명을 비판하기도 한다. 작품은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폭력적 야만성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소위 ‘문명인’으로 포장된 등장인물인 교수, 군인, 회사원 모두는 트라우마와 약점을 가지고 있어 이들의 불완전성을 보여준다. 유럽인들이 만들어낸 가상의 질서는 어쩌면 너무나 불합리하기 그지없다.

연극 '더 라스트 리턴'의 한 장면. 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




이들이 기다리고 있던 연극은 가상의 연극인 오펜하이머의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 공연의 제목은 이 모든 난장판의 비극적이면서도 희망적인 역설적 결말을 예고한다. 오펜하이머는 세계 최초로 핵무기를 개발한 물리학자의 이름이고, 힌덴부르크는 히틀러 이전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대통령이자 그의 이름을 딴 비극적 참사의 주인공인 비행선 힌덴부르크 호를 떠올리게 한다. 히틀러를 총리로 임명한 시대로 돌아간다는 말은 곧 그의 만행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배경으로 보이는 끔찍한 풍경은 그 아이러니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연극 '더 라스트 리턴'의 한 장면. 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


‘더 라스트 리턴’은 아일랜드 극작가 소냐 켈리의 작품으로 2022년 스코츠맨 프린지 어워드를 받았다. 윤혜숙 연출은 “취소표를 구하는 것은 절망 속에서 가느다란 희망을 붙잡고 있는 것”이라며 “유머를 잃지 않으며 희소성, 이익, 분배, 기회비용 등 권리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건드리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1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연극 '더 라스트 리턴'의 한 장면. 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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