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비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농작물이 냉해를 입고 벌꿀 생산량도 급감할 것으로 예측돼 농사에는 비상이 걸리고 소비자들은 걱정이 앞서고 있다. 5월이 되면 급등했던 채소, 과일 등 가격이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같은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이 이어질 경우 가격의 폭등세가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6일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 전날 오후 5시 30분부터 이날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소청대피소에 40㎝, 중청대피소에 20㎝의 눈이 쌓였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향로봉에는 14.9㎝의 눈이 쌓였다. 그밖에 기온이 낮은 해발고도 1000m 이상의 높은 산지에도 10㎝ 이상의 많은 눈이 쌓였다.
5월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되기는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이처럼 때아닌 큰 눈에 수확을 앞둔 산나물 냉해를 입은 농가는 한마디로 ‘날벼락’을 맞은 상황이다.
해발고도 1100m의 강릉 안반데기에서 산나물을 재배하고 있는 임업인 김봉래(58)씨 연합뉴스에 "1만평 가까이 되는 경작지에 심은 산나물이 다 얼어버렸다"며 "툭 치면 부러지고 다 망가져 모두 버려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 씨는 이어 "산나물은 금방 심는다고 금방 수확되는 게 아니라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수확을 앞둔 상황에서 피해를 봐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3년 전 5월에도 갑작스러운 눈으로 인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고도 털어놨다.
이날 해발고도 1256m에 달하는 평창 미탄면 청옥산 정상 육백마지기 등에도 눈이 쌓여 농가 피해가 잇따랐다.
양봉 농가에소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에도 꿀벌의 월동 상황이 좋지 않아 채밀도 해보지 못한 채 이상기후로 인해 양봉 농사를 포기하고 있다며 농사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박근호 한국양봉협회장은 “아까시 개화기가 예년보다 빨랐던 데다, 개화기인 이달 5∼6일 남부지방에 큰비가 연속해서 내리면서 저온이 이어져 꿀벌활동이 저하됐다”며 “남부지방 양봉농가에선 재해로 인정해달라고 정부 측에 요청할 것을 협회에 건의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화분매개용으로 꿀벌 수요가 치솟은 점도 꿀 생산량 예측을 어둡게 하고 있다. 박근호 회장은 “경영압박을 못 견딘 양봉농가가 수요가 높아진 화분매개용으로 꿀벌을 판매하다 보니 벌꿀을 생산할 수 있는 채밀군이 예년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설명했다.
5월의 때 아닌 폭설 등 이상기후로 인해 농가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며 우려하고 있다. 주부 A씨는 “이렇게 비가 많이 오고 폭설까지 오면 채소, 과일 가격이 전혀 잡힐 것 같지 않다”며 “이제 꿀 가격도 오를 거라고 생각하니 장보기가 무서워 진다”고 전했다. B씨도 “김도 수출하느라 가격이 오르고, 이제 비, 눈이 많이 와서 산나물까지 잘 안되면 산나물은 먹어보지도 못할 것은 뻔하다”며 “그 외에 채소, 과일 가격도 잡히지 않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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