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가총액 1위 ‘빅테크’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요 공급업체들에게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하겠다는 회사 자체 목표를 달성하려면 밸류체인에 있는 기업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진단에서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그 여파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1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멜라니 나카가와 MS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는 “대량 공급 기업들에게 2030년까지 100% 무탄소 전기를 사용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사안은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시작과 시행될 전망이다.
그는 또 “지금은 많은 공급업체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면서 “수천 개의 공급업체 중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것은 가장 큰 규모의 공급업체들”이라고 했다. 규모가 큰 기업들을 선별해 우선 시행하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 다만 해당 기준을 따르지 않았을 때 공급망에서 퇴출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MS의 방침은 자체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급 업체들의 동참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MS는 오는 2030년까지 탄소의 순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회사의 탄소 배출량은 좀처럼 줄어 들지 않았다. 특히 MS의 직접 관리에서 벗어난 이른바 ‘스코프3’ 간접배출 영역에서 탄소 배출이 증가하고 있어 회사가 대응할 필요성을 체감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지난해 스코프1과 스코프2의 탄소 배출은 2020년 대비 6.3% 줄어든 반면 스코프3 배출량은 31% 증가했다. 이 영향에 MS의 총 탄소 배출량도 이 기간 2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MS는 “생성형 AI를 운영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탄소 배출 증가의 주요 이유”라면서 “스코프3 배출량의 증가는 데이터센터 구축과 건축 자재, 반도체, 서버 등과 같은 하드웨어 탄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MS의 이 같은 방침은 IT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WSJ는 “MS는 광범위한 공급망과 시장 내 지배적 위치로 기술 부문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면서 “공급업체가 새로운 지침을 준수하도록 강요하는 움직임은 단기적으로 업계 전반에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 기업들도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TSMC와 함께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MS의 주요 공급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도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사업 운영의 33%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WSJ은 관련 사안에 이들 회사들이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MS는 “최우선 과제는 공급업체와 협력해 공급업체가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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