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악관, 스콧 배선트 미 재무장관이 7월 8일까지인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안심할 수 없다고 정부 고위관계자가 밝혔다. 우리의 주력 대미 수출품인 자동차, 철강에 대한 품목 관세에 대해서는 협상 마지막 순간까지 미국을 설득해 우리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7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지금은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26일 백악관은 상호관세 유예 가능성을 언급했고 27일 베선트 장관도 미국의 노동절인 9월 1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유예를 시사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다음주 혹은 1주 반(열흘) 내에, 혹은 아마도 그 전에 서한을 보내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그들이 지불해야 할 것을 밝힐 것"이라며 순순히 관세를 유예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볼 때 트럼프 행정부가 7월 8일 시한이 왔을 때 모든 국가에 자동적으로 연장을 하면서 협상을 계속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확실하지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이 일부 국가와는 원론적인 무역협상 타결을 할 수 있고, 타결을 하더라도 세부적인 것은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며 "또 선의로 협상을 해왔다고 인정되는 국가는 유예를 하면서 협상을 하자고 할 수 있다. 선의가 없고 미국으로서는 협상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국가는 어떤 형태의 패널티가 올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여러 불확실성이 지속이 돼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해 자동차, 자동차 부품, 철강, 알루미늄 및 그 파생제품에 부과되는 품목별 관세에 대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이 부분은 우리 주력산업이고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를 굉장히 많이 한 부분이다. 미국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최대한 관세를 없애는 것이 한국 새 정부에는 중요하다'고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협상 끝까지 가는 이슈"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주장을 하며 최대한 (우리 입장이)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호관세와 관련해서도 "한국의 미국 제품 평균실효관세율이 0.79%로 미국의 모든 제조업 제품이 사실상 무관세로 한국에 수입되는데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중 한국이 가장 불공정하게 상호관세율을 부과받았다는 부분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대한 참여에 대해 이 관계자는 "미국에 여러 에너지 프로젝트가 있지만 현 미 대통령이 직접 프로젝트를 거론하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은 알래스카 프로젝트 하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사업성 등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은 있지만 현재 미국 내에서는 계속 프로젝트가 진전을 보이는 것 같다. 우리도 계속 협의를 하면서 선의의 협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지난 4월 2일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를 7월 8일까지 유예하기로 하고 현재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와 무역 협상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를 만나 관세 문제를 논의했으며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을 실무대표로 한 정부 대표단이 미국과 3차 한미 기술 협의를 했다. 미국은 자국 상품 구매 확대를 통한 무역 균형 추구와 더불어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부터 구글 정밀 지도 반출에 이르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을 우리 측에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수출통제와 공급망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 대중국 견제 협력을 요청했냐는 질문에 정부 고위관계자는 "경제안보 차원에서 특히 미중 간에 지정학적 경쟁이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 미국의 우려는 분명히 있다"고 답했다. 여한구 본부장은 방미 기간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만나 상무부가 중국에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 대한 반도체장비 수출을 이전보다 제한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고위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가 결국 글로벌 공급망에 굉장히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고 그렇게 되면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과 세계 시장이 굉장히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은 그 부분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여 본부장은 "이번 협상은 단순한 관세협상이 아니라 향후 한미 간 협력의 틀을 새롭게 구축할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의 기회이기도 하다"며 "미국의 관세 조치로 인해 그간 한미 양국이 쌓아온 협력 모멘텀이 약화되지 않도록 미측과 치열하게 협의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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