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할 때 마다 사용이 되는 지 확인하는 것이 어려워 평소에 못 먹는 고급 음식점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사용했습니다.”
경기도 광주시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동네를 거닐다 포기했다. 일부 매장에 ‘소비쿠폰 사용가능 매장’임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있었지만, 극히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임을 가지려고 해도 일반음식점들이 사용 불가 매장으로 분류돼 소비쿠폰 사용이 쉽지 않았다. 결국 A씨는 1인 당 단가가 높은 오마카세집에서 소비쿠폰을 소진했다.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사용처를 두고 시민들과 자영업자 간 혼동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사용처를 명확히 구분하고 스티커 등 편의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스티커 배부까지 작업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물량마저 부족해 실제 부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2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7일 기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대상자의 78.4%인 3967만명이 신청해 7조1200억 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긴급재난지원금이나 국민지원금의 같은 기간을 비교했을 때 신청 비율이 각각 24.0%p, 10.2%p 증가한 수치다.
소비쿠폰 지급대상에 해당하는 국민 10명 중 약 8명이 지급받았지만, 실제 사용처를 파악하기에는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매장은 연 매출 30억 원 미만의 전통시장, 동네마트, 식당, 의류점, 미용실, 안경점, 학원, 약국, 의원,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다.
그러나 일부 사용처가 누락되며 혼동이 불거진 것이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고객 B씨는 “대형 옷 브랜드 매장이 카드사 앱에는 사용처로 나와있었지만, 직접 가보니 사용불가 매장으로 소비쿠폰을 못 썼다”며 “실제 매장이 사라진 곳도 리스트에는 올라와 있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신촌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C씨는 일반음식점으로 분류가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류를 판다는 이유로 사용처에서 제외됐다. C씨는 “빈대떡집, 이자카야같은 곳들이 유흥주점도 아니고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곳들인데 사용처에서 제외됐다"며 "유흥, 사행업종으로 분류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치구나 지역 별로 소비쿠폰 사용처에 대한 명확한 안내가 나가고 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사용처마다 확인을 해 사용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한 방’에 결제하자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자녀들 학원비나 오마카세, 한우 등 평소에 접근이 어려웠던 곳들을 찾고 있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 취지와 어울리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담배 사재기 현상이 대표적이다. 편의점에서 술과 담배도 소비쿠폰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보니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를 소비쿠폰으로 구매해 현금으로 바꾸는 일종의 ‘세탁’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과거 긴급재난금 지급 당시 담배 판매량이 늘어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결제가 되지 않아 고객들이 환불하고 가는 탓에 매출에 오히려 지장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며 “매번 사용처를 검색하고 가기가 어려워 한 번에 사용하는 국민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는 앞으로도 지자체 및 지역 소상공인 등과 협력해 소비쿠폰이 지역경제・골목상권 회복을 위한 ‘가치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홍보・캠페인 등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상공인 지원 취지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대기업・외산 고가제품 등의 구매를 자제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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