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일본군 위안부는 11세에서 19세였다.”
"일본이 많은 나라를 식민지화했기 때문에 나는 한국 편이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에는 '나랑 남자친구, 영화 보다가 지금 엄청 슬펐음'이라는 7초 분량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 해외 틱토커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를 보다가 호랑이 역사를 찾아봤는데, 일본이 지난 세기에 한국이 대대로 지켜온 호랑이들을 모두 사라지게 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됐다"는 자막을 달았다.
실제로 일본은 1917년 ‘정호군(征虎軍)’이라는 대규모 민간 호랑이 사냥대를 조직해 함경북도·강원도 등지에서 대대적인 호랑이 사냥을 벌였고, 1920년대 이후 한반도 야생 호랑이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이 영상은 일주일 만에 조회수 120만 회, 좋아요 18만개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확산됐다.
호랑이 캐릭터 '더피'가 불러낸 ‘역사 검색’ 열풍
영상 댓글창에는 2000여 개의 반응이 달리며 일본의 과거사가 잇따라 소환됐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좋아요 2만6000여개)은 "일본인들은 한국의 민족 정체성을 억압하려고 한국의 국화인 무궁화를 근절하려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무궁화가 한국 회복력의 상징이 됐다"는 해외 누리꾼의 글이었다. 그는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영화 '부산행' 포스터 버전 중 하나에 무궁화가 가득 그려져 있었고, 그걸 분석하다가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일본은 전쟁 범죄를 역사책에 포함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자국의 잔혹 행위를 모른다”, “일본은 사과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 “대부분 위안부는 11세에서 19세, 평균 14세였다”는 구체적 증언과 “한국의 마지막 공주에게 일본인과의 결혼을 강요해 주권 계통을 훼손했다”, "한국 영문 표기가 원래 Corea였지만 일본이 C가 J보다 먼저 오는 것을 싫어해 일제강점기 동안 Korea로 바꾸도록 강요했다"는 주장도 공유됐다.
한 누리꾼은 “일본은 지난 수십 년간 과거를 감추고 리브랜딩에만 몰두했다”고 꼬집었다.
한국 누리꾼들은 “케데헌이 일본 만행을 세계에 알렸다”, “역시 문화의 힘이 크다”고 반겼고, 동시에 “일본 자본인 소니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중국 영화 ‘731’ 흥행 돌풍…반일 정서 고조
최근 중국에서도 일본 과거사를 정면으로 고발한 영화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달 18일 개봉한 영화 '731'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다뤘다. 개봉 첫날 3억 위안(약 585억 원)을 벌어들이며 중국 영화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영화는 당초 7월 31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중일 간 만주사변 발발일(9월 18일)에 맞춰 공개됐다. 중국은 매년 이날을 맞아 각지에서 ‘국치(國恥)를 잊지 말자’는 의미로 방공 사이렌을 울리는데, 반일 정서가 고조되는 시점에 맞춘 전략이었다.
상영 첫날 중국 관객들은 오성홍기를 흔들며 영화를 관람했고 “일본인들은 너무 잔인하다. 용서할 수 없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영화가 시작되자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남편과 함께 영화를 본 40대 중국인 여성은 ‘일본인들은 너무 잔인하다. 용서할 수 없다’며 목이 멘 듯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50대 중국인 여성은 “중국인이라면 일본에 가서는 안 된다. 이 역사를 기억해야만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아사히는 보도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중국 내 일본 교민 사회는 긴장하고 있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교민들에게 외출 시 일본어 사용과 일본식 복장을 피하라고 권고했으며 베이징·상하이·쑤저우 등 일본인 학교는 개봉일에 등교를 중단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했다.
한국을 뒤흔들었던 '노재팬' 운동
한국에서도 일본 불매운동은 낯설지 않다. 2019년 7월 일본이 한국을 수출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노재팬(No Japan)' 운동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소비자 구매행태 변화'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소비자의 80.4%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찬성했으며, 여성의 찬성 비율(86.0%)이 남성보다 10%p 이상 높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기업 제품 불매운동 동참합시다'라는 글이 올라와 베스트 게시물로 선정됐고, 누리꾼들은 일본 브랜드 리스트를 공유하며 자발적 참여를 독려했다.
리스트에는 토요타·렉서스·혼다 등 자동차 브랜드, 소니·파나소닉·캐논 등 전자제품 브랜드, 데상트·유니클로·ABC마트 등 의류 브랜드, 아사히·기린·삿포로 등 맥주 브랜드 등 다양한 일본 브랜드가 포함됐다.
실제로 ‘유니클로’의 매출은 불매운동 이후 약 30% 이상 급감하며 종로3가 지점을 철수했다. 당시 유니클로 관계자는 "불매운동과 관련 없이 계약 만료로 알고 있다"면서 "매장 이전 문제는 내부 사항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노재팬 운동으로 맥주와 승용차 등 일본산 소비재 수입액도 큰 폭으로 줄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0년 7월 일본산 소비재 수입액(잠정치)은 2억5257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3.4% 감소했다. 특히 일본산 소비재 중에도 맥주와 담배, 승용차 등의 수입이 급감했다.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68만5000달러로 1년 전보다 84.2% 줄었다.
한편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사실 1920년대 물산장려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제의 경제 수탈과 민족 말살 정책에 맞서 '국산품 애용'을 내걸고 전개된 운동은 민족 자본을 키워 독립의 토대를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해방 이후에도 일본이 역사 왜곡이나 망언을 일으킬 때마다 불매운동이 되살아났다. 1995년 광복 50주년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 2001년 일본 후쇼사 출판사 역사 왜곡 교과서 파동,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 2011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