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갔다. 중국이 가장 관심을 가진 의제인 대만 문제는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1시간 앞두고 33년 만에 핵무기 실험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해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미국이 1992년 이후 유지해온 핵실험 중단 정책을 뒤집는 중대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핵실험’을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등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마치고 귀국을 위해 올라 탄 전용기(에어포스원) 내에서 “대만 문제는 (회담에서)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당초 그가 이번 회담에서 양안 갈등 해소를 중국으로부터 무역 합의를 이끌어낼 지렛대로 삼겠다며 장담했던 것과는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8월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당신이 대통령인 동안에는 절대 그렇게 (대만 침공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언급했고 대만에 대한 미국산 무기 신규 판매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향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 ‘반대한다’고 밝힐 것을 압박했다는 대만 측 보도도 있다. 그러나 약 100여 분간 이어진 정상회담에서 굳이 대만 문제를 꺼내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관세·무역전쟁 확전 자제 같은 시급한 문제들을 다루느라 대만 논의까지 이어지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중국이 ‘레드라인’으로 받아들이는 민감한 문제인 데다 미중 간 이견 차이가 여전히 큰 탓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추후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만 카드’를 남겨놓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미중 정상이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합의가 있었지만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문제 역시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미국은 전쟁 자금줄인 원유에 제재를 가함으로써 러시아에 종전을 압박하고 있고 다른 동맹국들에도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대만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인 현안은 원래부터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꼽혔던 난제들”이라고 짚었다. 중국 국영 매체들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중 양국은) 장기적 이익이라는 ‘큰 계산’을 해야 하고 상호 보복의 악순환에 빠져서는 안 된다”면서 “평등·존중·호혜의 원칙에 따라 계속 대화할 수 있으며 문제 목록은 줄이고 협력 목록은 늘려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관세와 반도체 등 각종 무역 공세를 펴는 미국을 향해 경고를 날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을 불과 1시간 앞두고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하겠다는 발표를 일방적으로 내놓으며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핵무기 보유 규모에서) 러시아는 2위, 중국은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5년 내에 (1위인 미국과) 비슷해질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의 핵실험 프로그램 때문에 우리도 동등하게 핵무기 실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전쟁부(국방부)에 지시했고 즉시 이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날 발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추진 및 핵 탑재가 가능한 순항미사일과 핵추진 어뢰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어뢰는 러시아 동부 해안에서 태평양을 가로질러 미국 서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대화 직전 미국에 대항해 결집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콕 집어 핵 견제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다.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은 핵탄두의 수를 급속히 늘려가고 러시아는 투발 수단을 고도화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폐막한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핵능력 강화 방안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외신들은 미국의 핵실험 재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재개된 핵 군비 경쟁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대만 독립을 둘러싼 양안 갈등은 더욱 첨예하게 흘러갈 것으로 전망된다.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전날 중국의 대만 통일 추진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공개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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