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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국 or 노인국?’ 한국이 전세계서 가장 빨리 늙는 이유 [썸오리지널스]







영화 속 캡틴 아메리카는 냉동인간이 되어 70년 뒤 미래에서 깨어나 세계를 구하는 히어로로 활동합니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생기자 캡틴아메리카는 냉동인간이 되길 포기하고 히어로의 삶 대신 남들처럼 평범하게 늙는 것을 선택하죠.



만약 지금 우리가 냉동인간이 되어 50년 뒤 깨어날 수 있다면 한국의 모습을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가 반으로 줄면 빈 집이 늘어나 말도 안되게 비쌌던 부동산값이 하락하고 취업 경쟁은커녕 일할 사람이 없어 기업에선 너도나도 청년들을 모셔가는 상황을 상상하시나요? 게다가 첨단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한결같은 젊음을 유지하며 무병장수할 수 있을테고요. 그런데 우리가 곧 겪게 될 노년의 삶이 과연 우리의 상상처럼 여유로운 삶을 만끽하는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요?

■‘매년 80만 명 은퇴’ 50년 뒤, 한국 성인의 절반이 ‘노인’

고령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 단연 ‘일본’을 꼽는데요. 하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이 고령화 대표국가로 자리매김할 예정입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돼 앞으로 48년 뒤에는 10명 중 4명(46.5%)이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됩니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 고령 인구 비율은 14.9%로 OECD 가입 201개국 가운데 52위지만 불과 50년 뒤엔 세계서 가장 늙은 국가 1위가 될 예정입니다.



실제로 당장 올해부터 인구 연령대 중 가장 두터운 층인 베이비부머(1959~1974년생)가 순차적으로 은퇴하면서 노령화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매년 새롭게 은퇴연령에 진입하는 인구가 연평균 80만 명을 넘어선다고 하죠. 통계청은 향후 6년간 은퇴하는 인구를 총 524만 명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총 인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이미 기업에선 명예 퇴직 등을 실시해 많은 베이비부머들이 정년을 채우기도 전에 산업 현장에서 멀어지고 있는데요. 고령자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인만큼 은퇴 후 그간 벌어둔 돈으로 치킨집 등 자영업에 뛰어들거나 경비 등 일용직의 하루벌이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고령 은퇴자 증가로 인해 사회·경제적 양극화도 심해지는 거죠.

설상가상 은퇴자는 점점 늘어나는데 일할 청년들은 점점 줄어든다고 합니다. 통계청은 현재(2019년 기준) 72.7% 수준인 경제활동인구가 2067년엔 45.4%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일할 사람보다 은퇴한 사람이 더 많아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때문에 우리나라 생산인구 100명이 부담해야 하는 노년부양비는 2019년 20.4명에서 2067년 102.4명으로 폭증하게 됩니다. 2067년 세계 평균은 30.2명이라고 하는데 그에 비해서도 3배 이상 높죠. 게다가 정부가 예상하는 2054년쯤 국민연금마저 고갈된다면 빈곤한 노인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청년들의 불만은 커질 겁니다. 세대 간 양극화도 심화되겠죠.

■‘늙는 속도가 5G급’ 한국만 빨리 늙는 이유는

그런데 사실 고령화 현상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65세 이상 구성비는 2019년 9.1%에서 2067년 18.6%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가운데 노령인구의 기대수명은 빠르게 늘어나 고령화에 따르는 문제들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실제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로 세계 최저를 기록한 반면 기대수명은 남녀 평균 82.7세로 세계 평균(80.7세)보다 높죠. 고령화에 놓인 수많은 국가 중에서도 왜 하필 우리나라만 유독 빠르게 늙는 걸까요? 비밀은 영화 속 캡틴 아메리카가 잠들어 있었던 70년 세월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가 동면기에 들어갔던 때는 세계 2차대전 이후인데요. 당시 우리나라는 6·25전쟁을 치르고 나서 암흑기를 겪을 때였습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 한 번쯤 들어봤죠? 한국은 지난 70년간 눈부신 속도로 압축성장 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산업이 발전하고 일자리가 늘면서 개인의 소득 또한 증가했죠. 국민들의 지갑이 두꺼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삶이 여유로워지고 더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추게 됐습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국민 모두의 목표가 되면서 교육 수준도 높아지고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죠.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 한국 의료 질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15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경상의료비 증가율은 6.8%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니까요.

특히 경제 성장을 통한 국민 개개인 삶의 질 향상은 기대수명 연장과 직결되는데요. 세계보건기구(WHO)가 OECD 35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기대수명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30년 한국의 기대수명이 여성 90.82세,남성 84.07세로 남녀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의 장벽’이라 불리는 기대수명 90세를 넘긴 집단은 전 세계에서 한국 여성이 유일하죠.

결과적으로 단기간에 국민 모두 잘 먹고 잘 사는 ‘장수국가’로 등극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노인국가’라는 이면을 보지 못했습니다. 급속한 경제성장이 고령화 속도를 높였다는 것을 말이죠.



실제로 현재 고령사회인 한국이 불과 9년 뒤인 2026년부터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데요. 고령화 대표국으로 꼽히는 일본은 초고령사회에 진입까지 11년 걸렸고 미국은 18년, 프랑스는 39년, 영국은 53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입니다.

이처럼 한국이 초고속으로 늙게된 데에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급격히 변화된 역사가 원인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노동력이 경제적 자산이었던 농경사회가 저물고 산업사회에 적합한 소자녀 가치관이 확산됐는데요. 또한 여성들의 교육수준이 향상되고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출산·육아는 ‘투자’가 아니라 ‘비용’으로 전환됐죠. 당연히 비혼 또는 만혼으로 이어지면서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한 겁니다.

■우리나라 고령화의 해답은 남북통일 혹은 이민자에 있다?

과거 6·25 전쟁을 치르면서 한국의 기대수명이 전 세계 최하위였던 것을 떠올려보면 단기간에 장수국가가 된 것은 분명 희소식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노후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얼떨결에 맞게 된 장수는 축복보단 재앙일 수 있다는 게 문제죠.

그렇다면 우리가 고령화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우선 국가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고령자’의 개념을 다시 세우는 겁니다. 현행법상 정년은 ‘일반직 공무원60세·교육공무원 62세·민간기업 60세’ 등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지난 2월 대법원은 육체노동 가능연령을 30년 만에 만 65세로 5년 더 높이면서 정년 연장 논의의 물꼬를 튼 상황인데요.

최근엔 정부가 법정정년인 60세 이상 직원을 고용하면 기업에 장려금까지 지급하겠다고 나선 상황이죠. 사실상 정년을 없애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참고로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일본의 경우 고령자기준을 65세에서 75세로 올려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우리보다 한참 앞서 고령화 대처에 나선 일본은 정년도 우리보다 10년이나 더 높죠.

물론 정년만 늘린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당장이야 일을 할 사람은 늘어나겠지만 신체적 노화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현재 고령화 해결을 위해 정부에서 ▲국민연금 등의 노후소득보장제도 ▲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의 노인 일자리 마련사업 ▲노인 장기요양보장제도 ▲실버산업의 지원 및 육성 등의 대책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 정책들의 방향이 노인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고령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저출산 문제도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구·가족정책분야, 고용·인력정책분야, 재정·금융정책분야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정책이 함께 동반되어야하죠.

또 고령화 문제의 해답을 외부에서 찾아보자면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가장 먼저 ‘남북통일’을 언급하곤 합니다. 국제연합(UN)의 자료에 따르면 남한 인구만 고려했을 때 2067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46.5%지만 남북한 인구가 통합되면 이 비중은 37.5%수준으로 감소합니다. 반면 2067년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남한만 고려했을 때 45.4%지만 남북한을 통합해 계산하면 51.4%로 6%포인트 증가하죠. 즉 예측 지표로만 봤을 때 통일이 우리나라 인구를 젊어지게 하는데요. 그러나 실제로 통일을 한 독일의 사례를 보면 되레 고령화가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독일은 통일 이후 전체적으로 소득수준이 상승하면서 경제가 좋아지고 기대수명도 올랐지만 독일 내 대규모 인구 이동과 사회 분위기 혼란으로 출산율이 줄었습니다. 또 갈수록 동독과 서독의 고령화 격차가 커지면서 독일 전체 평균으로 봤을 때 초고령사회가 돼버렸습니다. 즉 통일만 되면 고령화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인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민정책도 대안으로 꼽히는데요. 이번 썸오리지널스 인구 시리즈의 마지막 주제이기도 합니다. 외국인노동자, 결혼이민자, 파생되는 다문화가족 등의 외부 인구 유입을 통해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풀 여지를 두는거죠. 하지만 이민의 이자만 나와도 핏대 올리는 트럼프만 보더라도 이민에 대한 논쟁은 분분한데요. 인구론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이민 편도 기대해주세요.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이전 편 이어보기: 1편 ‘90년대생 왜그러냐고?’ X세대와 비교해봤다 (feat.밀레니얼에 대하여)

2편 “한국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저출산 문제, 어떻게 풀어야할까

※고령화, 저출산, 이민정책. 복잡한 인구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 방법은 없을까요. 마블스튜디오의 ‘어벤저스 시리즈’에는 타노스라는 악당이 등장합니다. 그는 우주의 인구가 당장 절반으로 줄어야 한다고 믿는 인물이죠. 결국 영화 속에서 타노스는 손가락 한 번 튕겨 세상 인구 절반을 쓸어버립니다. 잔인한 발상이긴 하지만, 곧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지구엔 그에 버금가는 해결책이 필요한 건 아닐까 씁쓸한 마음도 듭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한국의 인구는 늘고 있는데 정부는 연일 저출산을 걱정합니다. 왜냐고요. 인구 문제의 핵심이 ‘인구 구조’에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세대는 안 태어나고 기대 수명은 늘다 보니 한국 인구는 계속 늙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고령화 속도 1위도 우리나라가 차지했죠. 타노스의 생각이 통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 인구를 절반으로 날려버려도 연령별 인구 그래프 모양은 똑같으니까요. 그럼 아이만 많이 낳으면 문제가 다 해결될까요. 출산 말고 다른 대안은 없을까요.
썸오리지널스가 세상 복잡한 인구 문제를 어벤저스 주인공들에 빗대어 들여다봤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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