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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반도체 中의존도 높은데…'중국 배제' 노골화하는 美
국제 정치·사회 2023.01.11 14:19:43반도체 제조업 부활을 노리는 미국이 멕시코·캐나다와 함께 북미 지역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시아에 편중된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북미 3국 간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동시에 일본·네덜란드·한국 등에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동참을 요구하는 등 대중국 반도체 포위망을 강화하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열린 북미 3국 정상회의에서 반도체의 북미 대륙 내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해 통과된 ‘반도체칩과 과학법(반도체법)’을 활용해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을 늘리는 한편 연계 산업들을 멕시코 국경 지대에 유치할 계획이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지난해 멕시코를 방문했을 당시 미국의 반도체법이 멕시코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반도체 테스트, 패키징, 조립 시설 등의 유치를 제안했다. 컨설팅사 앨버레즈앤마살의 스콧 존스 디렉터는 “반도체 공급망의 일부분을 임금이 낮은 멕시코에 배치하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3국은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찾기 위해 주요 반도체 업계 대표와 관료들이 참여하는 반도체 포럼을 올해 개최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이 포럼이 “전자제품, 자동차, 군수 용품 등 반도체가 쓰이는 모든 분야를 망라해 관련 부품 제조 및 투자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국은 또 반도체나 전기차에 들어가는 주요 광물 자원 정보를 공동 수집하고 이에 대한 역내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3국 정상들은 공동 성명에서 “강력한 지역 공급망을 구축하고 전기자동차 개발 및 인프라 발전에 중요한 핵심 산업인 반도체 및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맞춤형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처럼 북미 국가들과 반도체·배터리 협력망을 강화하는 것은 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북미와 중남미를 잇는 교두보인 멕시코 일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북미 국가들은 아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공급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아무도 임의로 우리를 붙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13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일본이 본격적으로 동참할지도 주목된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람 이매뉴얼 일본 주재 대사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한국·일본·네덜란드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제한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 사이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3위 반도체 장비 기업 도쿄일렉트론이 대중 수출 규제에 동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일렉트론이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에 동참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
지난해 해외건설 310억 달러 수주…3년 연속 300억 달러 초과
부동산 주택 2023.01.10 09:52:07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해 국내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3년 연속 300억 달러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는 2022년 우리기업 319개 사가 97개 국에 진출해 총 580건의 사업을 수주했다고 10일 밝혔다. 그 결과 전년 해외건설 수주 실적인 306억 달러를 상회하는 310억 달러 수주를 달성했다. 지난 2020년(351억 달러) 이후 3년째 300억 달러를 초과한 것이다. 지역별 수주 현황을 보면 아시아 지역이 122억 500만 달러로 전체 수주 실적의 39.4%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중동(90억 2100만 달러·29.1%), 북미·태평양(45억 3600만 달러·14.6%), 유럽(34억 1100만 달러·11%) 순으로 나타났다. 중동은 전년 비중(36.7%)보다는 감소했지만 하반기 들어 산업설비를 중심으로 수주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미·태평양 지역에서는 국내 제조업체가 발주한 대형 반도체 공장,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 등을 수주하며 비중을 전년(12.9%)보다 확대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지난해 12억 400만 달러를 수주하며 비중(3.9%)은 미미하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산업설비 보수공사, 대회경제협력기금(EDCF) 및 공적개발원조(ODA) 재원 공사 등을 수주하는 등 전년(1억 9900만 달러·0.7%) 대비 실적이 크게 증가해 2020년 수준(11억 달러)으로 회복했다. 국가별로 보면 인도네시아(36억 7000만 달러), 사우디아라비아(34억 8000만 달러), 미국(34억 6000만 달러) 순으로 진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종별로는 산업설비(플랜트)가 높은 비중(131억 달러·42.3%)을 차지했으며 이어 건축(86억 5900만 달러·27.9%), 토목(58억 5200만 달러·18.9%), 용역(19억 7200만 달러·6.4%) 등의 순으로 수주했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에서는 산업설비의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연결하는 FEED(Front End Engineering Design) 작업을 수행한 기업이 플랜트 시공 본 사업을 수주하는 ‘FEED to EPC(설계·조달·시공 일괄 수행)’ 사례가 있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또 자동차 및 부품 생산, 반도체 제조, 원자재 가공 등 국내 제조업체가 해외 생산설비 투자를 확대할 때 그룹사 중 건설업 계열사가 이를 시공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무상으로 개발도상국의 기반시설이나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ODA로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우리나라가 차관(EDCF)을 지원해 우리 기업이 본 사업을 수주하는 금융 연계 사례도 수주 성과 중 하나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 시작과 함께 줄었던 중소기업 수주액(12억 달러)은 지난해 16억 달러로 반등했다. 국토부는 글로벌 경기 하강 국면에서 해외건설 수주 동력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해 8월 각종 기업 지원방안과 진출 시 애로 개선방안을 총망라한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 참석 등 정상외교를 통해 해외 각국과의 협력을 견고히 하고, 국토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사우디 원팀 코리아 출정 등으로 기업 진출을 지원해왔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범부처 민관합동 협의체인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을 출범했다. 박선호 해외건설협회장은 “코로나19 위기와 국제적인 전쟁 상황에도 불구하고 민·관의 적극적인 수주활동과 고위급 협력 3년 연속 해외건설 수주 300억 달러를 초과 달성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김상문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범정부 차원의 수주 외교, 적극적인 금융 지원과 정보 제공 등으로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해 2027년 해외건설 수주 연 500억 달러 달성, 세계 4대 건설강국 진입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침체에 기업 '비상경영' 본격화…투자 미루고 자산 매각 [뒷북비즈]
산업 기업 2023.01.10 07:00:00글로벌 경기침체와 금리인상 기조에 기존에 세웠던 투자 계획을 보류하거나 철회하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다.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투자를 집행하기보다는 보유 자산을 매각하거나 경쟁력을 상실한 사업부를 정리해 확보한 현금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이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함께 튀르키예에 세우기로 했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사업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와중에 자금조달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온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업무협약(MOU) 체결 이후 튀르키예 조인트 벤처(JV) 건을 협의해왔으나 현재까지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라며 “협상 중단 여부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3월 SK온은 포드, 튀르키예 제조기업 코치와 3자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워 2025년부터 연간 30∼45GWh(기가와트시) 규모로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었다. 3사의 총 투자 규모는 3조∼4조원으로 추정됐다. 당초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축소하는 움직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지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애리조나 단독 공장 투자에 대해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 등에 따라 당초 계획한 투자비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SK하이닉스는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설비투자를 조 단위로 감축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반도체 다운사이클(하락 국면) 진입 여파 등을 감안하면 지금은 방어적인 투자 전략으로 시장 반등을 기다려야 할 때라는 판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수익성 낮은 제품부터 감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지난해 7월에는 4조 3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청주 반도체 공장(M17) 계획을 보류하면서 숨고르기에 나섰다. PC·TV 수요 부진으로 고전 중인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설비투자 규모를 1조 원 가량 줄이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투자를 최소화해 재무 건전성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자산 매각과 경쟁력을 잃은 사업부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현금 확보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SK E&S의 100% 자회사인 부산도시가스는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고 부산 사옥을 비롯한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 총 3만 606㎡를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6328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SKC는 회사의 모태인 필름사업을 지난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캠퍼니에 1조 5950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성장성이 크지 않은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2차전지·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회사를 재편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대구 염색공장(500억원)과 인천 화학공장(500억원) 등을 잇따라 매각하며 미래 산업에 투자할 현금을 확보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달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린 국내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생산 종료를 선언했다. 중국 광저우의 TV용 LCD 패널 생산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철강업계도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며 경영 불확실성을 낮춰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방 산업이 위축되며 철강 수요가 꺾였고 액화천연가스(LPG) 등 에너지 비용마저 증가하며 경영 환경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7월 약 970억 원을 받고 중국법인 ‘DKSC’의 지분 90%를 중국 강음 지방정부에 매각하며 사실상 중국 사업을 접었다. 2001년 설립된 중국법인은 최근 3년 간 누적 손실만 해도 700억 원에 달했다.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SK온은 지난해 12월20일 이사회를 열고 총 2조 8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 원을, 재무적 투자자인 한국투자프리이빗에쿼티(PE) 등으로부터 8000억 원을 유치했다. 이에 앞서 한국투자PE 등 사모펀드들로부터 전환우선주(RPS) 발행 방식으로 6935억~1조 3200억 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그룹 지주사인 SK는 29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 모았다. 이밖에 SK텔레콤이 회사채로 3100억 원을, SK리츠가 전환사채로 109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은 현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9조 585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53.1% 급증했다. 기아의 경우 같은 기간 14조 8026억 원으로 28.3% 늘었다. -
[사설] 기업들 ‘현금 확보’ 비상, 투자·고용 촉진 위해 족쇄 제거해야
오피니언 사설 2023.01.10 00:00:01기업들이 예정된 투자의 축소·보류,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미국의 완성차 업체 포드, 튀르키예 제조 기업 코치와 함께 튀르키예에 세우기로 한 3조 원대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 사업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침체 우려와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SK온은 2조 8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청주 반도체 공장 증설을 보류한 데 이어 올해 설비투자도 지난해 대비 50% 넘게 감축하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3600억 원 규모의 상압증류 공정 및 감압증류 공정 투자를 중단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0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대구 염색 공장과 인천 화학 공장을 매각하기로 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1조 7000억 원 규모의 미국 애리조나주 배터리 공장 투자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움츠러드는 것은 경기가 위축되고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1월 경제 동향에서 국내 경기가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해 지난해 12월의 경기 둔화 가능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경제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 전미경제학회 연례 총회에서 석학들은 경기·인플레이션·금리 향방 등 모든 것이 시계 제로인 갈림길에 섰다고 진단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투자·고용 확대라는 지렛대가 필요하다. 올해 경기 침체는 어쩔 수 없더라도 침체 기간을 줄이고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려면 위험을 감수한 선제적 투자가 절실하다. 정부의 정책 최우선 목표는 기업 투자 유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더욱 강화해 기업의 발목에 채워진 규제 모래주머니를 제거해야 한다. 거대 야당도 투자·고용 촉진을 위해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와 법인세 추가 인하 입법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
SK온, 포드와 합작공장 보류…LGD·동국제강은 투자·사업 축소
산업 기업 2023.01.09 17:17:25글로벌 경기침체와 금리인상 기조에 기존에 세웠던 투자 계획을 보류하거나 철회하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다.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투자를 집행하기보다는 보유 자산을 매각하거나 경쟁력을 상실한 사업부를 정리해 확보한 현금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이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함께 튀르키예에 세우기로 했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사업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와중에 자금조달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온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업무협약(MOU) 체결 이후 튀르키예 조인트 벤처(JV) 건을 협의해왔으나 현재까지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라며 “협상 중단 여부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3월 SK온은 포드, 튀르키예 제조기업 코치와 3자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워 2025년부터 연간 30∼45GWh(기가와트시) 규모로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었다. 3사의 총 투자 규모는 3조∼4조원으로 추정됐다. 당초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축소하는 움직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지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애리조나 단독 공장 투자에 대해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 등에 따라 당초 계획한 투자비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SK하이닉스는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설비투자를 조 단위로 감축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반도체 다운사이클(하락 국면) 진입 여파 등을 감안하면 지금은 방어적인 투자 전략으로 시장 반등을 기다려야 할 때라는 판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수익성 낮은 제품부터 감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지난해 7월에는 4조 3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청주 반도체 공장(M17) 계획을 보류하면서 숨고르기에 나섰다. PC·TV 수요 부진으로 고전 중인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설비투자 규모를 1조 원 가량 줄이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투자를 최소화해 재무 건전성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자산 매각과 경쟁력을 잃은 사업부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현금 확보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SK E&S의 100% 자회사인 부산도시가스는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고 부산 사옥을 비롯한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 총 3만 606㎡를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6328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SKC는 회사의 모태인 필름사업을 지난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캠퍼니에 1조 5950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성장성이 크지 않은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2차전지·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회사를 재편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대구 염색공장(500억원)과 인천 화학공장(500억원) 등을 잇따라 매각하며 미래 산업에 투자할 현금을 확보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달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린 국내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생산 종료를 선언했다. 중국 광저우의 TV용 LCD 패널 생산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철강업계도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며 경영 불확실성을 낮춰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방 산업이 위축되며 철강 수요가 꺾였고 액화천연가스(LPG) 등 에너지 비용마저 증가하며 경영 환경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7월 약 970억 원을 받고 중국법인 ‘DKSC’의 지분 90%를 중국 강음 지방정부에 매각하며 사실상 중국 사업을 접었다. 2001년 설립된 중국법인은 최근 3년 간 누적 손실만 해도 700억 원에 달했다.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SK온은 지난해 12월20일 이사회를 열고 총 2조 8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 원을, 재무적 투자자인 한국투자프리이빗에쿼티(PE) 등으로부터 8000억 원을 유치했다. 이에 앞서 한국투자PE 등 사모펀드들로부터 전환우선주(RPS) 발행 방식으로 6935억~1조 3200억 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그룹 지주사인 SK는 29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 모았다. 이밖에 SK텔레콤이 회사채로 3100억 원을, SK리츠가 전환사채로 109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은 현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9조 585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53.1% 급증했다. 기아의 경우 같은 기간 14조 8026억 원으로 28.3% 늘었다. -
[여의도라운지]" 대통령도 지원 나섰는데"…격화되는 삼성전자 반도체 감산논쟁
증권 국내증시 2023.01.05 18:18:36“실적이 부진할수록 메모리 투자 축소 필요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KB증권) “올해 상반기까지는 D램과 낸드 생산능력 증설 유인이 존재해 공급 조절에 명시적으로 동참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대신증권)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6일)를 앞두고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감산 및 투자 축소’에 대한 설왕설래가 격화하고 있다. 삼성이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감산·투자 축소는 없다”고 밝혔지만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악화해 메모리 부문이 적자를 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씨티증권의 보고서가 논쟁이 불을 지폈다. 감산파와 비감산파가 맞서고 있는 셈이다. 감산파들의 주장은 명확하다. 삼성전자만 독야청청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텔·퀄컴·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을 비롯해 일본의 기옥시아,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실적 악화로 이미 내년 설비투자 및 생산 축소와 정리해고 등을 예고하며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와 관련해 올해 1~2분기에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반도체(DS) 부문이 적자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업장 복도 불까지 절반은 끄는 등 마른 수건을 짜는 상황이다. 감산이 반도체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공장이 멈추면 장비 안에 투입된 웨이퍼를 모두 폐기해야 해 큰 손실을 본다. 2021년 2월 미국에 불어닥친 한파로 텍사스의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이 수일간 멈췄을 때도 수천억 원의 손실이 났다. 상황에 따라 티 나지 않게 공장별 출하량을 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감산파의 목소리도 명징하다. 반도체 사이클이 과거 3년에서 1년 6개월 정도로 줄었기에 지금 투자를 늘려야 호황기가 왔을 때 과실을 딸 수 있다는 것이다. 비감산파들은 새로운 논리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반도체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삼성이 바로 투자 축소나 감산 등을 언급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감산 발표 후 SK하이닉스 등이 곧바로 투자에 나설 수 있어 이러한 여지를 최소한으로 줄여둔 상황에서 티가 나지 않게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경쟁사 눈치를 봐야 해 감산 카드는 당장 불가능하지만 향후 나올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국내 경제나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동십자각] 국익보다 정권이 우선인가
산업 기업 2022.12.11 17:41:50“대통령 지지율은 낮고 야당은 ‘부자 지원’이라고 뭐든지 반대하는데 어떤 기업인이 정치권에 기대를 걸겠습니까.” 최근 한 5대 그룹 관계자는 민관의 경제 협력 추진 현황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년도 안 돼 기업들이 정치권에 실망한 수준을 넘어 이제 체념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투였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전례 없는 위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멈출 줄 모르는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장기화되는 공급망 위기, 요동치는 원자재 값, 본격화한 소비 위축 등 경영 위협 요인이 공급과 수요 모든 측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초만 해도 천문학적인 액수의 투자와 대규모 고용을 약속했던 대기업들조차 하나둘 긴축 경영으로 돌아선 모양새다. 여기에 미국·유럽·중국 등 각국의 보호주의가 우리 기업들을 한층 더 옥죄고 있다. 이는 앞으로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고착화할 수 있는 흐름이라서 더 큰 문제다. 올 들어서만 한국의 대표 미래 먹거리 산업인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부문 수출에 수많은 장벽이 속전속결로 쌓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강 건너 불 구경’만 하고 있다. 국회는 이른바 ‘K칩스법(반도체특별법)’으로 불리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을 올해 안에도 처리하지 못하게 됐다. 반도체 업계의 숙원인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 논의도 지역 불균형 논란 탓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을 통해 얻는 국익보다 현 정부가 경제 성과를 내지 못해 얻는 정치적 반사 이익과 지지자들의 만족감이 더 크다는 듯한 태도다. 이는 올 8월 여야가 합심해 고작 13일 만에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킨 미국과는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유럽연합(EU) 27개국 역시 이달 1일(현지 시간) 반도체 생산 확대에 430억 유로(약 59조 원)를 투자하는 반도체법에 합의하면서 보호주의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도 ‘반도체 굴기’ 선언 이후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분야의 자립에 무서울 정도로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내 전기차·배터리 생산을 강요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정치인들의 대응도 미온적이다. 이미 현대차의 아이오닉과 기아의 EV6 판매량이 IRA 도입 직후인 8월부터 급감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별다른 묘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야당뿐 아니라 현 정부 들어 잇따르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파업 행진에 대해서도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시선이 많다. 윤 대통령과 여당도 잇단 아마추어 같은 행보로 기업들에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8일 아침 대통령실에서 벌어진 MBC 기자와의 설전과 슬리퍼 논란은 그야말로 촌극이었다.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은 그 달 17일과 18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연달아 만나며 외화 벌이에 전력을 쏟는 상황이었다. 수십 조 원대의 국익이 걸린 시점에 굳이 쓸데없는 정치적 가십거리를 만들어 권력 이동에만 관심을 쏟는 세력에 먹잇감을 줬다. 지금 다급해 보이는 사람들은 기업인뿐이다. 이제는 정치권도 국익 앞에 맞손을 잡아야 한다. 정략적 이익은 한순간이지만 한 번 기회를 놓친 첨단 산업의 실익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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