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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역대 최고 관세 수입…달러는 상승 반전
국제 정치·사회 2025.07.13 15:54:23미국이 지난달 역대 최고의 관세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약세를 이어오던 미 달러도 하락세를 멈추며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인식이 시장에서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 6월 관세 수입이 총액 기준으로 272억 달러(약 37조 5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연방정부의 세수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2% 안팎에서 약 4개월 만에 5%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관세 수입이 급증하면서 6월 미 연방정부의 총 세입은 전년 대비 13% 늘어난 5260억 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지출은 4990억 달러로 7%가량 감소하면서 미국 재정은 지난달 270억 달러 흑자로 마감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주권을 되찾기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는 가운데 관세 수입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인플레이션도 없다”고 밝혔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11일 97.87로 지난 한 주간 0.71% 상승했다. 올 들어 여전히 9.85 하락한 수준이지만 7월 들어 달러 가치가 상승 반전했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블룸버그의 달러 현물지수는 한 주간 0.73% 상승해 2월 28일 주간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달러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약세를 거듭했다. 동맹국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달러의 동맹 프리미엄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하락세를 이끌었다. 여기에 감세안에 따른 재정 건전성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미국 경제와 달러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제기됐다. 헤지펀드인 윈쇼어캐피털의 트레이더 강 후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의 관세를 매기고는 있지만 시장은 달러를 내던지지 않고 오히려 강세로 반응했다”며 “시장은 마치 미국이 무역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관세정책의 승리 가능성이 아니라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미국 국채 시장에서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는 달러와 마찬가지로 7월 들어 상승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 금리보다 더 급격히 오르는 이른바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이 나타났다. 통상 베어스티프닝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관세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의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달러 가치도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
달러의 상승 반전…월가선 “트럼프, 무역전쟁에서 승리 중” 주장도
국제 경제·마켓 2025.07.12 08:38:46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힘을 쓰지 못하던 달러 가치가 최근 들어 상승세로 반전했다. 관세 정책과 미국 경제 여파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달러가 힘을 얻자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인식이 시장에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이날 97.87로 이번 한주간 0.71% 상승했다. 올들어 여전히 9.85 하락한 수준이지만 7월 들어 달러 가치의 상승 반전했다. 96.82까지 떨어졌던 7월 1일과 비교하면 1% 이상 상승했다. 이와 별개로 블룸버그의 달러 현물지수는 주간 0.73% 상승해 지난 2월 28일 주간 이후 4개월 여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미국 달러는 지난 4월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발표한 이후 약세를 거듭했다. 당시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의 관세율로 무역전쟁의 혼란이 커진 것은 물론 동맹국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달러의 동맹 프리미엄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하락세를 이끌었다. 여기에 감세안에 따른 재정 건전성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미국 경제와 달러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제기됐다. 최근 달러의 강세는 이같은 기존 불안 요인이 오히려 강화되는 가운데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7일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8월 1일로 연장하면서 현재 20여 개국에 관세 서한을 발송했다. 여기에는 한국과 일본 25% 등 4월 2일에 발표된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관세율이 적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는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강도를 오히려 높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기존 재정 불안 요인으로 꼽히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도 의회를 통과해 지난 4일 대통령 서명으로 현실화 됐다. 헤지펀드인 윈쇼어 캐피털의 트레이더 강 후는 “최근 관세 정책은 또 다시 4월 2일 해방의 날과 같은 (불확실한) 흐름을 보이고 관세율을 높였지만 시장은 미국 달러를 내던지지 않고 오히려 강세로 반응했다”며 “시장은 마치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월가의 다수 전문가들은 관세 정책의 승리 가능성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최근 미국 국채 시장에서도 뚜렷하다. 미국 국채 금리는 달러와 마찬가지로 7월 들어 상승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 금리보다 더 급격히 오르는 이른바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 현상이 나타났다. 통상 베어스티프닝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져 미국의 시중 금리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달러 가치도 오른다는 설명이다. 이에 중기적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JP모건 전략가팀은 “일부 지표들은 달러에 대한 비관론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이는 단기적 조정 신호일 뿐 중기적으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관세와 정책 불확실성을 이유로 달러 약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트럼프-시진핑 곧 만나나… 美中 외교 수장 첫 대면
국제 정치·사회 2025.07.11 14:53:04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중국의 외교 수장이 대면 회담을 가졌다. 이번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관련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일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1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방문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과 회동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처음이다. 루비오 장관과 왕 부장은 이번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 일정을 긴밀히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머지않은 시일 내에 만날 가능성 크다”며 “(양국이) 서로 합의 가능한 날짜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양국 정상회담이 ‘휴전’ 중인 무역전쟁의 향배를 판가름할 중대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생일이 모두 6월인 점을 계기로 ‘6월 정상회담’ 추진 전망이 나왔지만 지난달 이란 사태 등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미국의 시선이 중동으로 집중되며 후순위로 밀렸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들어 각국에 상호관세 서한을 발송하는 등 관세 문제가 핵심 의제로 떠오르면서 미중 정상회담도 급물살을 탄 것으로 관측된다. 미중 무역 갈등이 완전 해소되지 않고 봉합 상태에 머물고 있는 점도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양국은 올 5월 ‘제네바 합의’로 무역 공방을 잠시 멈추기로 한 후에도 반도체와 희토류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조치를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왕 부장은 이번 회의에서 아세안 외교장관들에게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질서를 촉구하며 미국의 관세정책을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중국의 러시아 지원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을 위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중재 외교에 나선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러시아 지원이 방해가 되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중국과 대만·남중국해 사이에 불거지고 있는 긴장도 의제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
美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 4주 연속 감소, 두 달만의 '최저치'
국제 경제·마켓 2025.07.10 22:04:16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4주 연속 감소하며 두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0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는 지난주(6월 29일~7월 5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4주 연속 감소한 22만7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주 대비 5000건 감소한 수치다. 앞서 블룸버그가 조사한 예상치는 23만5000건이었다.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같은 기간 197만 건을 기록해 전주보다 1만 건 늘었다. 이는 팬데믹 기간인 2021년 11월(197만7000건)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고 미 노동부는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의 감소는 고용주가 근로자 해고에 소극적이라는 것을 시사하지만, 지속 청구 건수의 증가는 실직 중인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실업률을 높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실물경기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고용시장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
"천장 몰딩에 금칠하면 어떨지"…트럼프식 내각회의 "롤러코스터 같아"
국제 정치·사회 2025.07.09 16:22:48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무려 104분간 온갖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관세와 국제 정세,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물론 백악관 인테리어에 대한 언급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퉁명스럽고 짜증을 내다가 유쾌한 모습으로 바뀌는 등 감정 기복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이날 회의는 무거운 분위기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티 놈 국가안보부 장관에게 홍수 피해를 본 텍사스주의 상황에 대해 물었고, 지난 5일 참사 현장을 방문했던 놈 장관은 "비극적이었다"라고 전했다. 이후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가지고 있었던 각종 불만을 토로하는 장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중재 노력에 협조하지 않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진실을 말하자면 푸틴은 우리한테 엄청나게 거짓말(bullshit)을 하고 있다"며 "그는 매번 우리한테 매우 친절하지만 그건 결국 아무 쓸모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라고 비판했다. 분노의 화살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도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후임자로 거론되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바라보며 "난 당신이 더 맘에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들과 언론에 대한 불만도 잊지 않았다. 한 기자가 회의에 참석한 팸 본디 법무부 장관에게 성매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해 질문하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었다. 그는 "텍사스에서 일어난 일로 비극을 겪고 있는 이 시기에 엡스타인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신성모독과도 같다"라고 비난했다. 또 회의 초반에는 "부패한 언론이 있다면 진정으로 성공적인 국가가 되기는 어렵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달 있었던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이 이란의 핵프로그램 핵심 요소를 완전히 파괴하지 못했다는 미국 국방정보국(DIA) 초기 평가 보고서를 NYT와 CNN방송이 보도한 데 대한 불만인 것으로 풀이됐다. 회의가 마무리 돼 갈 즈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인테리어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마지막 15분을 백악관 벽에 새로 걸린 그림과 조명, 커튼, 식기, 국무부에서 가져온 대형 괘종시계 등을 언급하는 데 할애했고, 참석자들에게 회의실 천장 몰딩에 금박을 입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기까지 했다. 이처럼 내각 회의 말미에 인테리어와 같은 주제를 언급하는 것은, 아무리 평소 발언에 거침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이례적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평가했다. -
한화, REC실리콘 공개매수 실패…태양광 수직계열화 '빨간불'
산업 산업일반 2025.07.09 15:14:14한화(000880)그룹이 노르웨이 폴리실리콘 제조사 REC실리콘에 대한 공개매수에 실패했다. 한화는 REC실리콘 인수를 통해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에 이르는 태양광 밸류체인을 완성하려 했으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REC실리콘은 8일(현지시간) 한화의 노르웨이 법인 앵커(Anchor AS)가 이날 마감한 공개매수에서 회사 전체 발행 주식의 42.91%(1억8049만8818주)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한화는 앞서 4월 앵커를 통해 약 9억2500만 크로네(약 1200억 원)를 투입, REC실리콘 지분 100%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앵커는 지분 인수 후 REC실리콘을 상장폐지하고, 완전 자회사로 둘 방침이었다. 하지만 주주 다수가 한화가 제시한 주당 2.20크로네의 매수가격이 기업가치에 비해 낮다고 반발했다. 앵커는 결국 목표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분 42.91%를 모으는 데 그쳤다. 이는 당초 한화와 한화솔루션(009830)이 보유한 33.34%의 지분을 포함한 것으로 앵커는 시장에서 9.57%의 지분 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후속 '의무적 공개매수' 단계를 통해 추가적인 지분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2022년 REC실리콘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같은해 10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REC실리콘 이사회 부의장으로 선임돼 회사 위상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REC실리콘이 생산한 폴리실리콘이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한화솔루션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다. 한화는 즉각 계약을 취소했고, REC실리콘은 관련 공장 문을 닫는 등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지난해 회사는 623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화는 재정난에 시달리는 REC실리콘을 지원하기 위해 1억 달러(약 1370억 원)를 빌려줬다. 이번 공개매수도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섰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REC실리콘이 폴리실리콘 공장을 청산했기 때문에 한화가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태양광 사업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공장을 재건해 품질을 높이는 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는 REC실리콘이 운영하는 또다른 사업인 실란 가스 생산의 수익성이 더 높다. 실란 가스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에 쓰이는 특수 가스다. 한화가 REC실리콘 공개매수에 실패하면서 공은 다시 REC실리콘 이사회로 돌아갔다. 현재 이사회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워터스트리트캐피털이 이끄는 소액주주 연합이 장악하고 있다. 최근 열린 주총에서 이들은 한화가 기존에 추천한 이사들을 해임하고 새 이사진을 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 이외에 회사 운영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줄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사회도 한화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북미를 중심으로 태양광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있다. 2019년 조지아주 애틀랜타 북서부 달튼에 1.7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준공했고, 2023년 증설을 완료해 생산능력을 연간 5.1GW 규모로 늘렸다. 아울러 조지아주 카터스빌에 3조2000억원을 투자해 3.3GW 규모의 잉곳·웨이퍼·셀 공장을 건설 중으로 연말부터 생산에 돌입한다. -
“트럼프, 금박 레터헤드에 존재감 느껴”…못 말리는 손 편지 사랑[글로벌 왓]
국제 국제일반 2025.07.09 11:27:02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선호하는 정치적 소통 수단은 다름 아닌 ‘손 편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일본과 한국 등 주요 교역국 정상에게 관세 인상을 통보하면서 공식 백악관 로고가 인쇄된 금박 편지지에 정중한 문장과 굵직한 서명을 담은 공식 서한을 보냈다.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손 편지 형식을 통해 권위를 강조하고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와 TV 카메라 앞에서도 활발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유독 공식 외교 무대에서는 ‘편지’를 자주 사용해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세계 각국 정상들과의 중요한 대화도 대부분 서한을 통해 이뤄졌다. 실제로 최근 관세 통보 편지들도 모두 정중한 문장, 전통적 인사말, 사인을 갖춘 형태로 제작됐다. 심지어 여성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도 ‘Mr. President’라고 써 있는 등, 형식을 중시한 흔적이 역력했다. 외국 정상들도 트럼프의 편지 사랑을 겨냥해 ‘편지 외교’를 선보이는 모습이다. 이날 백악관을 찾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직접 작성한 노벨평화상 추천서를 트럼프에게 전달했다. 트럼프는 금박 문구가 새겨진 편지지 위에 파란색 잉크로 서명된 그 문서를 들여다보며 "정말 감사합니다. 특히 당신에게서 받은 거라 더 의미 있네요”라며 감동을 받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2월 백악관을 방문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찰스 3세 국왕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며 외교적 연출을 극대화했다. 트럼프는 편지지를 들고 찰스 3세의 서명을 감탄스럽게 바라보며 “아름다운 서명이다”고 말했다. 이 또한 트럼프가 진심으로 편지를 즐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에게 편지는 트윗과는 다른 형식적 무게가 있다. 그는 이메일도, 문자도 하지 않는다. 편지는 노력이 들어간다. 써야 하고, 타이핑해야 하고, 인쇄도 해야 한다. 일정한 진지함을 전달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편지 사랑은 재임 중 수많은 서한을 보관하고 직접 책으로 출간한 데서도 드러난다. 그는 ‘트럼프에게 온 편지(Letters to Trump)’라는 제목의 화보집을 발간하며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들로부터 편지를 받았다”며 자랑스럽게 공개한 바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과 주고받은 편지는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까지 표현했을 정도다. 대통령사 전문가 티머시 나프탈리 콜롬비아대 교수는 “트럼프는 제왕적 형식을 즐기는 인물”이라며 “편지라는 오래된 소통 방식이 그의 정치 스타일과 맞아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 전화, SNS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의 대통령’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밝혔다. -
“노벨상 안 주면 노르웨이 폭격한다”…트럼프 발언, 알고 보니 가짜뉴스
국제 국제일반 2025.07.09 09:04:00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지 못하면 노르웨이를 폭격하겠다고 위협했다는 황당한 허위 주장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유럽 매체 유로뉴스는 7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내가 (이란 핵시설을) 날려버려 평화를 가져왔다. 노르웨이도 폭격하기 전에 노벨상을 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듯한 게시물들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사진과 함께 ‘평화의 폭탄을 투하하라’는 문구가 삽입돼 있다. 이는 지난달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과 그 이후 이어진 휴전 중재로 이란과 이스라엘 간 ‘12일 전쟁’이 마무리된 점을 배경으로 구성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를 압박하고 있다는 맥락처럼 보이게 연출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이런 발언을 한 적은 없다. 해당 내용은 미국의 풍자 매체 ‘보로위츠 리포트’의 패러디 뉴스레터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26일 이 매체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노르웨이를 향해 “평화상을 넘기지 않으면 없애버리겠다”고 위협했다는 가상의 상황을 담은 기사가 올라왔다. 이 매체 홈페이지에는 미국 뉴햄프셔주에 사는 작가 겸 코미디언 앤디 보로위츠가 운영하는 패러디 뉴스레터라고 적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노벨평화상에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그는 1기 집권 당시부터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주장해왔고, 지난달 20일에도 “나는 노벨평화상을 4~5차례는 받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7일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부터 노벨평화상 후보로 공식 추천을 받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한 나라, 한 지역에서 계속해서 평화를 구축하고 있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 베팅사이트 ‘폴리마켓(Polymarket)’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을 확률이 8일 현재 9%로 점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12%대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
네타냐후 “노벨평화상 후보로 트럼프 추천…자격 충분”
국제 국제일반 2025.07.08 10:37:18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보낸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한 나라, 한 지역에서 계속해서 평화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당신(네타냐후)이 해주는 말이기에 더 의미 있다”고 화답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는 1기 집권기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특히 자신이 인도·파키스탄, 세르비아·코소보 분쟁 등을 중재했던 점 언급하며 노벨위원회가 진보주의자들에게만 평화상을 주고 있다고 불만을 표한 바 있다. 이를 의식한 일부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상 후보로 추천하며 환심을 사려 했다. 파키스탄도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파괴를 원하지 않는 팔레스타인 이웃들과 평화를 이룰 것이라면서도 “안보 주권은 항상 우리 손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과 관련해서는 “팔레스타인은 자신들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가져야 하지만, 이스라엘을 위협할 권한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 교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이란 국민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
이스라엘, 예멘 후티 반군 거점 공습…후티도 미사일로 반격
국제 정치·사회 2025.07.07 18:58:52이스라엘군이 이란과의 휴전 이후 처음으로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반군의 거점 시설을 공습했다. 7일(현지 시간) AP통신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 예멘 반군 후티가 장악한 호데이다, 라스 이사, 살리프 항구, 라스 카나티브 발전소 등을 공습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지난 12일간의 전투 후 휴전 합의를 맺은 이후 이란의 역내 대리 무장 조직에 대한 이스라엘의 첫 공격이다. 이스라엘군은 공격 30분 전 해당 지역에 경고를 발령했고 이후 F-16 전투기를 동원한 공습 작전을 펼쳤다. 공습에는 전투기 20대와 50발 이상의 폭탄과 미사일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공격 대상 중 하나인 갤럭시 리더호가 후티 반군이 2023년 11월에 나포한 화물선이라고 밝히며 이 선박에 레이더 시스템을 설치하고 이를 사용해 국제 해양 영역에서 선박을 추적하며 추가적인 테러 활동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후티 반군은 즉시 미사일로 반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예멘에서 발사된 미사일 두 발을 요격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 공격으로 예루살렘, 헤브론, 사해 근처의 도시에 공습 경보가 발령됐다. 후티 반군은 자신들의 방공망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과 연대한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에 반복적으로 미사일과 자폭 무인기(드론)를 발사해왔다. 지난달 이스라엘과 이란이 12일간 무력 충돌 이후 휴전에 합의한 뒤에도 최소 세 차례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 도발을 이어왔다. 후티는 전날에도 이스라엘 중심도시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공항을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예멘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이스라엘의 방공망이 성공적으로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후티 반군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스라엘 영토에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한다면 더 많은 반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美, 최대 15개국에 관세율 통보…트럼프 "9일까지 협상 끝낸다"
국제 정치·사회 2025.07.07 17:52:57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까지 대부분의 국가에 서한을 보내거나 딜(거래)을 하는 방식으로 무역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핵심 참모들이 상호관세 발효 시점은 8월 1일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한국을 비롯한 각국은 약 3주간 협상 시간을 벌게 됐다. 6일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주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7일 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며 12개국이 될 수 있고 15개국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는 화요일(8일)과 수요일(9일) 발송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루스소셜에 서한이 미 동부시각 7일 정오(한국시각 8일 새벽 1시)부터 발송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율이 7월 9일에 전혀 변경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8월 1일에 변경이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부분 국가(와의 협상)를 9일까지 마무리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서한 아니면 합의(either a letter or a deal)”라고 답했다. 이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관세는 8월 1일부터 발효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미 인터넷매체 폴리티코는 “4월에 설정된 후 7월 9일까지 유예됐던 상호관세를 사실상 연기하는 것”이라며 “트럼프팀이 관세와 관련한 골대를 또 옮겼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7일 "미국은 앞으로 48시간 이내에 여러 무역 (합의)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무역 협상과 관련해 많은 사람이 입장을 바꿨다. 따라서 어젯밤 내 이메일 계정은 많은 새로운 제안으로 가득 찼다. 앞으로 며칠간 바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부터 48시간 이내이면 상호관세 유예 시한이 끝나는 9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베선트 장관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도 유예 시한 전에 몇몇 국가와의 무역협상 타결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베선트 장관은 앞서 CNN 인터뷰에서는 “서한에는 만약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8월 1일에 4월 2일 (미국이 부과한) 관세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에 미국과의 협상에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라고 압박한 것인데, 바꿔 말하면 8월 1일까지는 상호관세가 유예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4월 2일 관세로 돌아갈 것’이라는 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상호관세 최고 세율로 70%를 제시한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아마도 (협상) 사안들은 시한을 넘길 수 있다”고 전했고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역시 “성실히 협상한 국가들은 일정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은 협상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은 9일까지 무역협정 체결을 목표로 미국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스테판 더케이르스마커르 EU 집행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통화에서 "좋은 의견을 나눴다"며 "모든 수준에서 합의를 이루기 위해 작업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EU가 주말에도 ‘뼈대만 있는(skeletal)’ 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민감한 문제는 뒤로 미루고 원론적인 합의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36%의 상호관세율을 부과받은 태국은 이날 미국에 대미 무역흑자 460억 달러를 5년 내 70% 감축하고 7~8년 안에 균형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32%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은 인도네시아는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 경제조정부 장관이 9일 워싱턴을 방문해 막판 협상에 나선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핵심 광물에 있어서 미국 구매자에 우선 접근권을 주고 1700개 이상의 미국산 수입품에 무관세를 적용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미국의 무역정책에 반발하고 있는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에 대해 경고를 보내며 “브릭스의 반미(反美) 정책에 동조하는 모든 국가에는 추가로 10%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며 “이 정책에는 예외가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중국·러시아·브라질·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가입해 있는 브릭스는 이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이란 핵시설에 대한 타격과 광범위한 관세 부과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
트럼프, 8일 새벽 1시부터 관세 서한 발송
국제 정치·사회 2025.07.07 11:55:2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까지 대부분의 국가에 서한을 보내거나 딜(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무역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핵심 참모들이상호관세 발효 시점은 8월 1일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한국을 비롯한 각국은 약 3주 간 협상 시간을 벌게 됐다. 6일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주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7일 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며, 12개국이 될 수 있고 15개국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는 화요일(8일)과 수요일(9일) 발송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루스소셜에 서한이 7일 미 동부시간 낮 12시(한국 시간 8일 새벽 1시)부터 발송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율이 7월 9일에 전혀 변경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8월 1일에 변경이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부분 국가(와의 협상)을 9일까지 마무리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서한 아니면 합의(either a letter or a deal)"라고 답했다. 이어 옆에 있던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관세는 8월 1일부터 발효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미국의 무역 정책에 반발하고 있는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에 대해 경고를 보내며 “브릭스의 반미(反美) 정책에 동조하는 모든 국가에는 추가로 10%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며 “이 정책에는 예외가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중국·러시아·브라질·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가입해 있는 브릭스는 이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 광범위한 관세 부과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
홍해 민간선 또 피격…예멘 후티 활동 재개 조짐에 물류 불안 고조
국제 국제일반 2025.07.07 10:50:37이스라엘군이 예멘 서부의 후티반군 장악 항구와 발전소를 동시 폭격했다. 직전에는 민간 화물선이 예멘 인근 홍해 해역에서 공격을 받아 전원이 탈출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국제 해운의 핵심 경로인 홍해에서 긴장이 다시 고조되며, 글로벌 물류망 충격이 장기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선적의 그리스 운용 벌크선 ‘매직 시즈(Magic Seas)’가 예멘 호데이다 남서쪽 홍해 해역에서 공격을 받았다. 소형 보트, 수상 드론(USV), 로켓추진유탄 등 복합 방식으로 이뤄진 공격에 선박 좌현이 손상되면서 화재와 침수가 발생했고, 선원들은 모두 탈출했다.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격 주체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지만, 영국 해상보안업체 암브레이와 디아플러스는 공격 방식 등을 근거로 친이란 무장세력인 후티반군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미국 군사 전문매체 ‘더워존’도 후티가 배후를 자처했다고 전했다. 후티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이스라엘 연대의 핵심 세력으로, 레바논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하마스와도 연계돼 있다. 미국과 사우디는 후티가 사용하는 무기 대부분이 이란산이라고 보고 있으나, 이란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번 공격은 지난 4월 중순 이후 중단됐던 후티의 홍해 공격이 재개됐음을 시사한다. 후티는 지난해 10월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선박 공격을 이어왔다. 올 4월까지 약 100차례 상선을 공격했고, 선박 2척이 침몰하고 선원 4명이 사망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의 비공식 휴전으로 공격을 멈췄지만, 이번 공격으로 사실상 휴전이 무력화됐다.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군은 7일 새벽 예멘 홍해 연안 호데이다·살리프·라스이사 항구와 라스 칸티브 발전소를 공습했다. 이스라엘은 성명을 통해 “후티가 이스라엘과 국제 해상무역을 반복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경고했듯 예멘은 (이란의) 테헤란처럼 다뤄질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해치려는 자는 누구든 피해를 입을 것이며, 이스라엘에 손을 드는 자는 그 손이 잘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후티들은 그들의 행동에 대해 계속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후티 대변인은 “자체 생산한 대공미사일로 대응했다”고 밝혔고, 호데이다 시민들은 발전소가 파괴돼 도시 전체가 정전됐다고 전했다. 후티계 언론 ‘알마시라’는 이스라엘이 공습 직전 주민들에게 항구 대피를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홍해 해역의 불안이 차츰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해운과 무역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식량·원자재 가격이 추가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운업계는 사고 위험의 상시화, 보험료와 운항비 급등으로 공급망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홍해 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글로벌 물류의 핵심 경로다. 수에즈운하와 지중해를 거쳐 인도양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 무역량의 12% 이상이 이곳을 통과한다. 그러나 전쟁 이후 주요 해운사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를 택하면서, 홍해 통과 물동량은 2023년 10월 이전 대비 40%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
팀장 실종 시대…영화 ‘F1’으로 보는 '팀 남기는 리더' [정혜진의 라스트컴퍼니]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5.07.06 10:29:37“느린 게 부드럽고, 부드러운 게 빠르다.” 시속 320킬로미터(km) 이상으로 속도를 내며 0.1초차의 승부를 생명으로 삼는 ‘포뮬러원(F1)’에서 베테랑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가 정비팀에 말한다. 처음 본 경기에서 합을 맞출 때 차량이 피트 박스에 진입해서 타이어를 교체하는 ‘피트 스탑’에 걸린 시간이 7초를 넘어섰을 때였다. 통상적으로 숙련된 피트 크루들이 네 개의 타이어를 교체하는 데 2초 남짓이 걸리는 것을 고려한다면 처참한 수치로 기록이 늦춰진 상태였다. 헤이스는 경기가 끝난 뒤 고개를 잔뜩 숙이고 있는 팀을 질책하는 대신 이 같은 말을 던졌다. “느린 게 부드럽고, 부드러운 게 빠르다.” 이 말은 피트 크루들에게 ‘만트라’가 된다. 그들은 누구보다 점차 날렵하게 타이어 교체를 마무리하며 피트 스탑 시간을 단축한다. (여기부터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다) 완성된 팀을 남기고 떠난다 최근 국내 개봉한 영화 ‘F1 : 더 무비’는 일종의 ‘버디 무비’다. 한때 천재적인 명성을 떨쳤으나 비운의 사고로 30년째 재야를 떠도는 베테랑소니 헤이스가 어느 날 미션을 받는다. 재능은 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조슈아 피어스와 한 팀을 이뤄 달라는 것. 브래드 피트가 열연한 베테랑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는 서투른 루키인 조슈아 피어스를 팀원으로 삼은 채 2% 부족한 제품인 APXGP의 머신, 조직화되지 않은 정비팀과 함께 레이스에 나선다. 두 사람은 끊임없이 충돌을 겪지만 결국 조슈아를 성장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꼴찌에 대책 없던 팀도 보다 큰 그릇을 갖추게 된다. 임무를 완수한 베테랑의 선택은 어떨까. 완전히 달라진 팀을 후배 세대에게 물려준 채 유유히 트랙을 떠난다. 그가 받은 미션은 우승 트로피였지만 그가 스스로 정한 목표가 따로 있던 셈이다. 완성된 팀을 남기고 떠나는 것.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중간관리자 중심의 조직 구조가 빠르게 무너지면서 리더의 역할에 대해 혼란을 겪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저마다 중간관리자 역할을 줄이고 개인 기여자(Individual Contributor) 비중을 늘리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람만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때로는 정보의 흐름을 막고 막대한 소통 비용을 발생하고 조직 내 비효율의 주범이 된다는 것이다. 리더십은 이제 단순히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영향력과 시스템 설계 능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F1: 더 무비’는 몇 가지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몇 가지 교훈을 준다. 교훈1 개인보다는 팀의 리듬이 중요하다 소니 헤이스가 등장하기 전 꼴찌팀이었던 APXGP에서 각각의 팀의 중요성은 보이지 않는다. 코칭 스태프와 엔지니어, 피트 크루, 데이터 분석가, 홍보 담당자 등 80여명이 합을 이루지만 사실상 ‘드라이버’와 ‘비(非) 드라이버’로 나뉘어 두 명의 드라이버를 익명의 나머지가 지원하는 구조였다. 수평적인 대화나 피드백도 이뤄지지 않는다. 조슈아 피어스는 차량이 특정 구간에서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을 답답해 하지만 스스로 원인을 찾기보다는 데이터 분석팀에서 이를 해결하기를 원한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지 물어보자 “그런 것 하라고 당신들이 있는 거잖아요”라는 대답은 팀에 대한 그의 태도를 보여준다. 연습이나 시합 당일에도 그는 항상 가장 늦게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소니 헤이스가 등장한 뒤 ‘드라이버 대 비 드라이버’ 구조는 깨진다. 가장 먼저 트랙에 도착해 달리기를 하는 소니 헤이스는 어느 순간 엔지니어, 피트 크루들과 달리기를 시작한다. 함께 트랙을 달리는 행위를 통해 이들의 호흡은 경기 시작 전부터 맞춰진다. 팀 사이에 공유하는 리듬이 생겨난다. 소니 헤이스가 자리를 비웠을 때 양말을 꺼내든 조슈아 피어스가 크루들과 트랙을 뛰는 장면은 한 차원 성장한 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몇 차례의 경기를 거치면서 APXGP 팀의 기세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소니 헤이스가 기존의 방식으로는 승부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해 ‘전투(Combat) 모드’를 전략으로 내세우자 온 팀이 ‘전투’ '전투’하며 책상을 치고 구호를 외치는 장면에서는 달라진 팀의 기세에 관객들도 흥분감이 전염되는 것을 느낀다. 이후 소니 헤이스가 주문하는 것은 단 한 가지다. 각 사람의 역할로 0.1초씩 단축시켜달라는 것. 이상적인 이야기로 들리지만 각 팀원에게 0.1초 단축의 책임을 부과했을 때 이들이 보여주는 결과물은 엄청난 시간 단축으로 이어진다. 교훈2 과감히 플랜C로 판을 뒤집다 두 번째는 이전에는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방식으로 판을 뒤집고 이에 따른 리스크를 기꺼이 감당하는 리더십이다. 소니 헤이스는 APXGP의 기존 차량으로는 우승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단숨에 파악한다. 이에 기술 총괄인 케이트 매케나에게 차량을 보다 전투 모드로 바꿔줄 것을 요청한다. 코너에서 보다 상대 차량을 밀어 붙일 수 있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차량의 구조적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차체 균형과 내구성을 해칠 수 있고 무엇보다 충돌 시 충격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드라이버가 치명적 부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이를 감수해야 하는 건 소니 헤이스 자신이다. 그는 30년 전 사고로 여전히 악몽을 꾸고 있지만 과감히 자신을 사지로 몰 수도 있는 리스크에 베팅을 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코칭 스태프에서 플랜A와 플랜B를 내놓자 가만히 이를 듣고 있던 그가 엉뚱한 대답을 한다. “우리는 플랜C로 갑니다.” 플랜C는 초반부터 ‘소프트 타이어’로 가자는 것. 소프트 타이어는 부드럽고 접지력이 뛰어나 초반 랩에서 빠르게 랩타임을 기록해 빠르게 순위 상승을 노릴 수 있다. 타이어의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기 때문에 출발 직후부터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어 워밍업도 빠르다. 다만 타이어를 자주 교체해야 해 피트 스탑에서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소니 헤이스는 과감히 소프트 타이어를 택하고 타이어 교체를 최소화하면서 버티고 최대한의 기록 단축을 챙긴다. 모두가 반대하는 플랜C를 과감히 밀고 나간 전략이다. 동시에 많은 이들의 사고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페널티를 얻지 않는 선에서 경기상 요소들을 추가 시간을 확보하는 데 과감히 활용한다. 이를 테면 차량 충돌로 인한 잔해를 치우기 위해 세이프티카가 출동하면 차량들이 트랙에서 모두 속도를 낮춰야 한다는 점 등을 자유롭게 활용해 페라리 등 우승팀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에게는 ‘실패는 기회고 패널티는 전략이며 사고는 승리의 열쇠’라는 새로운 발상이 있다. 리더가 창의성을 발휘하는 순간 일종의 예술적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교훈3 리더의 몰입 그 자체의 가치 30년 째 재야를 떠도는 소니 헤이스는 F1에서는 멀어졌지만 단 한 번도 레이싱의 세계에서 멀어진 적은 없다. 사막에서 드라이버를 구하는 일이든 24시간 경주를 하며 승부를 가리는 ‘데이토나24’든 그는 달리는 일이라면 어디든 간다. 차를 모는 조건을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럼 무엇이 중요할까. 이는 영화를 관통하는 또 다른 질문이기도 하다. 처음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던 소니 헤이스는 영화 후반부에 우승을 목전에 둔 마지막 몇 개의 랩에서 그 답을 찾아낸다. ‘몰입(Flow)’이다. 그는 기술 총괄인 케이트 매케나에게 경기에 몰입할 때 느껴지는 감정을 이야기한다. “이럴 때면 정말로 나는 것 같아요. 모든 게 느려지고, 잡생각이 사라져요. 오직 차와 트랙 그리고 나만 남아있는 느낌이에요.” 관객들도 이 같은 몰입의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씬이 있다. 조슈아 피어스의 도움으로 다른 모든 차들을 제치고 마지막 세네 바퀴를 도는 동안 소니 헤이스와 같은 차량에 탑승한 느낌으로 무중력과 무소음을 경험한다. 가장 빠르게 달리고 있지만 가장 고요한 어떤 상태를 함께 경험하는 셈이다. 극도의 몰입과 집중이 만들어낸 순간이다. 리더가 되고 나면 어느 순간 관리에 익숙해져 스스로가 잘해왔던 것들로부터 멀어져 진정한 몰입을 경험할 일이 드물다. 하지만 리더의 몰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창업자가 지난해 ‘창업자 모드’를 주장하며 가장 먼저 최고제품책임자(CPO) 역할로 복귀해 제품 만드는 일을 하나하나 감독하게 된 것도 이 같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빅테크가 많은 인재들이 스스로 가진 전문성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개별 실무 기여자의 비중을 늘리려고 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리더가 계속해서 현업의 감을 놓지 않고 자신의 전문성으로 극도의 몰입을 추구할 수 있는 상태가 구성원 전반의 몰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결국 리더란 속도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리듬을 만드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손을 붙잡아 출발선에 세우고, 각자의 자리에서 0.1초씩 줄이게 만들고, 그 흐름이 팀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이게 할 때 리더는 완성된다. 그가 떠난 자리에 남은 건 한 명의 스타가 아니라 완성된 팀이다. 기존의 리더십이 형태를 바꾸고 많은 이들이 고민할 때 어떤 팀을 만들 수 있을 지 고민하는 게 리더의 첫 고민이 되어야 한다. “기술은 따라잡을 수 있어도 조직은 복제할 수 없다.” 회사를 키웠지만 문화를 남기지 못해 아쉬워하는 창업자가 많습니다. 문화가 없는 조직은 구성원의 입장에서도 큰 아쉬움입니다. 진짜 조직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오래가는 기업은 어떻게 다른가’를 다각적으로 다룹니다. 하단에 있는 ‘정혜진의 라스트컴퍼니’ 구독 버튼을 눌러주세요. 따끈따끈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
황정민 오른 그 산…‘히말라야’ 16좌 선 엄홍길 “비로소 보이는 건" [김수호의 리캐스트]
사회 피플 2025.07.06 05:00:00실화 기반 영화, 드라마, 책 등 콘텐츠 속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다양한 작품 속 실제 인물들을 ‘리캐스트’하여 작품에는 미처 담기지 못한 삶과 사회의 면면을 기록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산쟁이들은 정복이란 말 안 씁니다. 운 좋게 산이 허락해서 산에 잠깐 머물다 내려가는 거죠.” (영화 ‘히말라야’ 中 엄홍길 산악인) 1988년 에베레스트(8850m)를 시작으로 2007년 로체샤르(8400m)까지.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16좌를 등정한 엄홍길 대장(65·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은 여전히 1년에 6번씩 네팔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제는 히말라야 꼭대기가 아닌 산 아래서 ‘인생 17좌’를 차곡차곡 쌓기 위해서다. 엄 대장의 17번째 산봉우리는 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로서 네팔 히말라야 오지에 학교를 짓는 것이다. “산 정상만 바라봤던 제 눈에 어느 순간 산 아래가 보이더라고요. 산 아래에 있는 아이들의 세상이 말이에요.” 산은 정복하는 게 아니라던 엄 대장은 산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학교를 짓는다. 2007년 엄 대장은 마지막 16번째 고봉이었던 로체샤르에서 수차례 죽을 고비를 겪었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그는 히말라야에 빌고 또 빌었다. “저를 살려 보내주신다면 반드시 은혜를 갚겠습니다. 저 혼자 누리며 살지 않겠습니다. 산 아래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습니다”라고. 히말라야로부터 깨우침을 얻고 로체샤르서 내려온 엄 대장은 이듬해 5월 28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재단을 설립, 2009년 첫 팡보체 휴먼스쿨 기공식을 열었다. 엄 대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도 못 받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었다”며 “아이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선 ‘교육’만이 답이었다”고 말했다. 당초 ‘16좌 등정에 맞춰 16개 학교를 짓겠다’며 재단을 세운 엄 대장은 어느덧 네팔에 20개 학교를 건립했다. 엄홍길휴먼재단은 지난달 4일 네팔의 오지마을인 슈르켓 지역에서 재단의 20번째 학교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엄홍길 네팔 휴먼스쿨’ 건립 기공식을 거행했다. 산 아래서 펼쳐진 그의 인생 17좌에는 20개 학교와 7800명 학생이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775만 관객 울린 엄 대장의 ‘휴먼원정대’ 이야기 ‘엄홍길’ 하면 2015년 개봉작 ‘히말라야’(누적 관객수 775만명)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사망한 엄 대장의 동료 고(故)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한 ‘휴먼원정대’ 이야기를 담은 실화 기반 영화다. 엄 대장과 히말라야 4개봉을 함께 올랐던 박 대원은 2004년 5월 학교 후배들과 함께한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사망했다. 사고 1년 후인 2005년 4월, 박 대원 시신 수습을 위해 나선 엄 대장은 눈밭 위에서 박 대원을 재회했지만, 기상악화 위기에 직면했다. 엄 대장은 이것이 에베레스트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해가 잘 드는 곳에 돌무덤을 만들어 박 대원을 묻어주었다. 히말라야 등반 중 박 대원을 비롯해 동료 10여명을 잃은 엄 대장은 매일 아침 동료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는 “지금도 그들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다”면서 “늘 마음속에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무너지고 있는 ‘세계의 지붕’ “멀쩡한 산을 깎으니 토사가 흘러나오고 계곡이 황폐화되고 산사태가 일어나고…옛날엔 깨끗하고 조용했던 히말라야가 지금은 많이 오염됐어요.” 그가 동료들과 함께 히말라야를 등반하던 세월이 22년, 산 아래서 학교를 지은 시간이 18년이다. 40년 동안 히말라야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엄 대장은 격세지감을 느낀다. 히말라야가 예전 같지 않아서다. 그는 “빙하가 급속도로 녹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2024년 아시아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히말라야 중부와 중국의 톈산 산맥에서는 빙하 24개 중 23개가 대규모로 유실됐다. 지난 4월 네팔 카트만두에 있는 통합산악발전국제센터(ICIMOD)는 힌두쿠시·히말라야산맥 지역 적설량이 2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에베레스트는 ‘지구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장’이라고도 묘사된다. 매년 4월 말∼5월 말 등반 시즌이 되면 수만 명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찾고, 수백명이 정상 도전에 나선다. 이렇다 보니 등반객들이 버린 쓰레기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후 변화까지 겹쳐 상황은 악화일로다.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수십 년 된 쓰레기들이 드러나고 빙하수로 흘러 내려가 마을 수자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엄 대장은 “발전이 멈추지 않는 한 히말라야 환경은 갈수록 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히말라야가 제2의 고향이라는 엄 대장은 지난해 한국-네팔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히말라야 미답봉 쥬갈 1봉(6591m)에 다시 도전했다. 2007년 로체샤르 등정 이후 17년 만이다. 17년 전 “저를 내려 보내주신다면 반드시 은혜를 갚겠다”라고 기도했던 엄 대장은 쥬갈 1봉을 오른 후에도 산신에게 빌었다. “꼭 살아서 내려가야 합니다. 20개 학교 7900명 학생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쥬갈봉에서 하산한 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같은 해 12월 제19차 쉬리 프라나미 휴먼스쿨을 완공했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정상에서 내려온 엄 대장은 마침내, 네팔 아이들의 지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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