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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배워서 일본을 이기자] 혼신의 힘 쏟아 최고의 제품 만든다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19.07.07 18:08:26일본이 소재부품 강국으로 발돋움한 데는 장인정신(모노즈쿠리)이라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모노즈쿠리는 물건을 뜻하는 ‘모노’와 만들기를 뜻하는 ‘즈쿠리’가 합성된 용어로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뜻이다. 특히 소재 산업은 연구개발과 고객 인증 등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인내의 사업이다. 일률적인 제조 공식에 바탕을 둔 단순노동이 아닌 숙련도가 제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아날로그식 기술인 만큼 한 분야에 오랜 기간 종사한 숙련공이 필수적이다. 소재 산업의 이런 특성은 치밀한 현장 품질관리와 종신고용에 바탕을 둔 현장기술 계승이라는 일본 특유의 기업문화와 잘 들어맞는다. 예컨대 수백도의 화로에 아크릴섬유를 통과시켜 만드는 탄소섬유의 경우 화로의 배치, 투입연료의 양, 온도조절 타이밍 등 하나하나의 공정에 따라 제품의 질이 달라져 숙련공의 노하우와 경험이 필수적이다. 일본 기업은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이익 극대화의 지름길이라는 판단하에 모노즈쿠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른바 ‘작은 연못에서 큰 잉어를 잡는다’는 정신이다. 실제 도레이의 탄소섬유는 지난 1970년대 처음 등장한 후 낚싯대·골프채 등을 만들며 개량을 거듭한 끝에 1989년 보잉 777기의 구조재로 채택되는 성과를 거뒀으며, 신일철주금화학의 휴대폰용 기판 ‘에스파넥스’는 파일럿 플랜트(1986년)에서 흑자전환(1999년)까지 13년이 소요됐다. 모노즈쿠리는 일본이 시장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세계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제품을 다수 보유하게 된 비결인 셈이다. 액정표시장치(LCD) 소재인 TAC 필름의 경우 일본이 10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리튬이온전지용 양극재 및 음극재, 2차 전지용 커패시터, 화합물반도체, 반도체 봉지재 등에서도 일본은 80%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일본 산업의 경우 시장 규모는 한정되지만 오랜 기술 축적이 필요하고 설비투자 부담도 큰 소재 및 부품 등의 틈새 사업에서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후발기업의 진출을 억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
[일본 배워서 일본을 이기자] R&D투자 500대 기업 중 85곳이 일본
경제 · 금융 정책 2019.07.07 18:07:58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불황에도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서 미래를 도모하는 기업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소재·부품 분야에서는 파나소닉이 성공 사례로 꼽힌다. 기존의 소형전지를 수천개 연결해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파나소닉은 10억달러를 재투자해 세계 최대의 생산시설을 설립했고 글로벌 리튬이온전지 시장의 리더로 부상했다. 파나소닉은 현재 테슬라·포드·도요타 등에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전지를 공급하며 한 해 매출액만 8조엔(약 86조7,300억원·2018년 3월 기준)에 달한다. 일본은 자국 내 소재·부품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산학연 공동연구개발의 전통도 확립돼 있다. 지난 1980년대부터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민간이 담당하기에는 위험도가 높은 차세대 산업 기반기술, 신에너지기술, 창조과학기술, 신세기 구조재료 등 첨단 소재 분야에 대한 R&D를 중점적으로 지원해왔다. 여기에는 산업계와 학계·연구기관들의 협업이 활발하다. 반면 한국의 사정은 정반대다. 경기침체가 이어지자 기업들은 곧바로 R&D 투자를 줄였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R&D 투자가 많았던 세계 5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은 13곳에 불과했다. 미국(196곳)과 일본(85곳) 등은 물론 후발주자인 중국(33곳)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 기업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도 평균 3.7%로 세계 500대 기업 평균인 5.5%보다 낮았다. 당장 설비투자도 줄여 올 1·4분기 증가율은 -17.4%로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일본 수출규제로 문제가 된 소재 분야의 경우 한국이 일본에 한참 뒤처지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지원 규모를 10배로 늘려 민간이 담당하기 위험한 곳에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기업에도 국산 핵심소재 의무사용을 할당해야 한다”며 “특히 소재 부문은 공장을 세우려면 환경문제로 지역민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에 규제도 확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강광우기자 박한신기자 pressk@@sedaily.com -
[일본 배워서 일본을 이기자] 多能보다 한 분야서 1등 기술 확보
경제 · 금융 정책 2019.07.07 18:07:19‘다능은 군자의 수치다.’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일본 ‘화낙’의 회의실에는 이 같은 문구가 걸려 있다. 회사가 성장하면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다른 기업과는 달리 로봇에만 집중한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이 때문에 화낙은 작은 연못에서 큰 잉어를 낚는다는 ‘니치톱’ 전략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사내벤처로 출발해 지난 1972년 후지쓰로부터 분사한 화낙은 컴퓨터수치제어(CNC) 공작기계에 천착했고 현재는 스마트폰 가공 기계 산업의 80%를 점유한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렇다 보니 주요 고객은 애플과 삼성전자다. 애플과 폭스콘은 한 대당 1억원에 달하는 화낙의 절삭로봇을 10만대, 삼성전자는 2만대가량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대지진으로 무너질 뻔한 일본 경제를 뒷받침한 것 역시 니치톱 전략을 구사하는 일본의 강소기업이었다. 물론 대지진 이후 각국이 일본으로부터의 기계와 부품·소재 수입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펼쳤지만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제품의 대체재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는 일본 기업들의 지원은 정부가 맡았다. 일본 정부는 2014년 ‘글로벌 니치톱 100(GNT 100)’ 정책을 발표하고 기업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한일경상학회는 “한국의 중소기업 육성정책과 달리 일본의 글로벌 니치톱 100은 특정 분야를 선택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 담긴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강소기업 전략인 ‘월드클래스 300’ 정책은 선정기업의 분야가 제각각이고, 한번에 100개 기업을 선정한 일본과 달리 8년여에 걸쳐 300개 기업을 선정하고 지원하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일본만큼 지역 생산기반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무리하게 일본을 따라 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며 “시장이 크지 않더라도 필수적이며 자신의 장점이 발휘되고 유지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개척해나가는 것은 기술력이 어느 정도 있는 중소기업들에는 상당히 유효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
[어떻게 지내십니까] "한국경제, 정책 전환없으면 환란 때보다 더 큰 위기 맞을 수도"
오피니언 2019.07.07 18:06:05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여러 직함을 거치면서 ‘영원한 청년’처럼 쉼 없이 달려왔다. 서울대 총장과 총리를 지낸 데 이어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등을 맡고 있다. 정 전 총리의 오늘을 있게 한 것은 무엇보다 경제학 분야의 석학이라는 점일 것이다. 다들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요즘 정 전 총리를 만나 깊이 있는 진단과 처방을 들어봤다. 보수 정권에서 총리로 일했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개혁 성향을 보여온 그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박한 점수를 줬다. 그는 “정책 전환 없이 그대로 가면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010년 총리에서 물러난 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총리를 그만두면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들자고 건의했다. 동반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아 동반성장 문화의 조성과 확산을 위해 1년 반가량 일하다가 그만뒀다. 그러나 저를 중·고교에 보내 학비를 지원해주고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주셨던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 박사(영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별세한 의학자·선교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스코필드 박사는 나에게 대학에서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한 공부를 하고 평생 사회의 각종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2012년 동반성장연구소를 만들어 포럼을 개최하고 특강을 하면서 동반성장 전도사 역할을 해왔다. 또 지난해 초부터는 KBO 총재를 맡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학생과 교수로 지내는 동안 진보 성향의 변형윤 전 교수와 나중에 서울시장을 지낸 조순 전 교수로부터 어떤 점들을 배웠는가. △변 교수님은 ‘숫자에 속지 말라’ ‘활자의 마술에 속지 말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숫자는 통계, 활자는 신문 등을 뜻한다. ‘정부가 잘할 때는 가만히 있으면 되고 잘못할 때는 맘껏 비판하라’는 말씀도 하셨다. 동서고금의 학문에 두루 밝으신 조 교수님은 오늘날 저를 있게 해주신 분이다. 미국에 유학 가도록 추천해주셨고 나의 결혼을 반대했던 장인을 만나 설득해주셨다. 내가 서울대 교수로 채용될 때도 도와주셨다. 조 교수님은 늘 ‘사회에 봉사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셨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고 말하면서 실용주의도 가르쳐주셨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인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헌법 34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최저임금 선상에 있는 서민들의 소득이 부족하므로 최저임금을 올려 사람답게 살게 하려는 취지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나왔다. 거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경기를 살리고 양극화를 완화하려면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는 부족하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더라도 자영업자와 중소 상공인들이 근로자들을 해고하면 오히려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 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가 1,500조원을 넘기 때문에 소득이 늘어도 소비가 증가하기가 쉽지 않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기대하는 ‘소득 증가→소비 증가→투자 증가’의 선순환이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 ‘인권 정책’에 가깝다고 비판한 적이 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경제 정책이 아니라 인권 정책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취약 계층에 대한 인도적 배려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올리면 소비도 증가하면서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경제 정책은 선의만 갖고는 성공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계를 드러냈고 남미의 포퓰리즘 정책도 실패했다. 북유럽의 복지국가도 우리의 모델로는 적합하지 않다. 복지국가 모델이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북유럽 국가의 인구가 500만~1,000만명에 불과해 한국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로 10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성장률을 높이고 한국 경제를 살리려면 어떻게 정책을 바꿔야 하는가. △경제가 잘되려면 투자·소비·수출이 활발해야 한다. 수출은 외국과 관련된 것이므로 우선 투자와 소비 활성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소비를 늘리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추진했는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는 투자를 늘리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오랫동안 대기업은 돈은 많은데 첨단 기술 부족으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투자하지 않았다. 중소기업은 투자하고 싶은데 돈이 없었다. 이제는 대기업으로 갈 돈이 중소기업으로 흐르도록 유도해 투자를 늘리도록 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 투자와 소비가 함께 커가는 동반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투자주도 성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동반성장을 통한 투자주도 성장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동반성장에 대해 설명해달라. △동반성장은 기본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과실을 공유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중소기업 간뿐 아니라 빈부 간, 지역 간, 도농 간, 세대 간 동반 성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혁파하고 한 배를 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기 위해 성과를 나눠 갖는 ‘이익공유제’를 도입해야 한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 적합 업종’ 선정의 확산도 필요하다. 공공 부문이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경제 전체의 수요가 살아나고 투자 증대와 소득 증가의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저성장·저투자·수출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현재 한국 경제는 어느 정도 어려운가. △공급 측면의 구조 개혁 관점에서 보면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재벌들은 부실 회사들을 정리하고 재무 건전성을 개선했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 전후에는 이렇다 할 구조조정이 없었기 때문에 그 뒤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저하 현상이 나타났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미국 경제의 호황이 있었고 금융위기 당시에는 중국의 대대적인 경기부양 정책 효과가 우리 경제를 살렸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이 수입대체를 추진하고 있고 미국은 자국 우선의 무역 정책으로 장벽을 높이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도 만만치 않다. 경제 정책을 조속히 전환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1997년, 2008년보다 훨씬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 1호로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지만 요즘 늘어나는 일자리는 주로 노인들의 공공 일자리와 단기 아르바이트이고 제조업과 3040세대 고용은 크게 줄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하는 곳에서 음식·숙박·도소매업 일자리도 크게 줄고 있다. 결국 제조업 고용 감소가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제조 중소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를 재설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년 동안 최저임금을 29.1% 급속히 인상한 것이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줬는데 내년 최저임금은 어느 수준이 되는 게 적절한가. △올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과 거의 같아졌다. 이제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7% 상승) 정도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전체 평균임금의 일정 비율을 최저임금으로 정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과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특정 기간에 일이 집중되는 업종의 경우 주간 단위로 노동시간을 산정하기보다는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또 계층 상승을 원해 자발적으로 일을 열심히 하려는 사람들은 일을 더할 수 있게 배려할 필요가 있다. 누가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고 얘기했지만 ‘돈 없는 저녁’이 돼서는 안 된다. -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 건설한 4대강 보 가운데 일부를 철거하려 하고 있다. 공주보처럼 다수의 주민이 보 철거를 반대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한반도 대운하’는 반대했지만 강을 아름답게 하고 홍수·가뭄을 조절하기 위한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했다. 다수의 주민이 반대하는데 보를 철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누가 했으니 틀렸고 누가 했으니 맞다는 식으로 정권에 따라 다른 접근을 하면 경제도 국민들의 삶도 좋아질 수 없다. -평소 역설해온 ‘국격 제고’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총선이나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동반성장과 국민에게 힐링을 주는 스포츠를 통해 국격이 높은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선거에 출마해서 특정 자리에 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충분한 보람이 있을 것이다. 어떤 자리에 앉느냐보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서 영입을 제의하면 응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저는 정치에 잘 안 맞는 것 같다.(웃음) -‘야구 예찬’이라는 책을 쓰고 KBO 총재를 맡을 정도로 야구광으로 알려져 있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야구를 접한 뒤 대학 때까지 거의 매주 동네 야구를 했다. 미국 유학 중에는 TV로 야구를 자주 보느라 학위 받는 것도 늦어졌다. ‘야구 바보’로 불리며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는 인생사 새옹지마와 너무 닮았다. 9회 말 투아웃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야구 아닌가. /김광덕 논설위원 kdkim@@sedaily.com He is… 1947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때 서울로 이사했으나 아버지를 여읜 뒤 중학교 졸업 때까지는 생활이 어려워 점심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경기중·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서울대 총장을 지냈다. 이어 총리를 역임한 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와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
위기에 빠진 정부…JY '민간 메신저' 빛 발할까
산업 기업 2019.07.07 17:55:35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7일 오후6시40분께 김포공항을 통해 급하게 일본 출장을 떠났다. 최근 일본 정부가 강행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일본 정부의 방침이 전해진 후 실무자들이 백방으로 소재 확보에 나섰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일본 정부가 사태 해결보다는 갈등을 키우는 모습을 나타내자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이번 일본 출장에서 현지 재계 인맥을 총동원해 사태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한일 양국 정부가 좀처럼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민간 외교관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해낼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번 일본 방문에서 반도체 3대 소재인 불화수소(에칭가스)·리지스트·플루오린폴리이미드 제조업체와 관련기업에 영향력이 있는 현지 금융권 관계자들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이 부회장은 그간 쌓은 일본 재계 인맥을 총동원해 사태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일본 게이오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아 일본어에 능통한데다 일본 재계의 인맥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1월 게이오대 지도교수였던 야나기하라 가즈오 교수가 별세했을 때는 직접 빈소를 찾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와세다대 유학 경험이 있는 지일파다. 이 부회장은 부친의 일본 인맥을 흡수한데다 본인 역시 일본 재계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폭넓은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이 부회장은 최근 부쩍 일본 출장을 자주 다니면서 일본 업체들과의 협력에 힘을 쏟고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해 두 차례 일본을 다녀왔으며 올 5월에도 도쿄를 찾아 일본 양대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와 KDDI 경영진을 만나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일본 네트워크는 현지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5월 이 부회장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닛케이비즈니스는 ‘이 부회장의 방일로 보는 삼성의 본심’이라는 기사를 통해 삼성이 일본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와 전망을 분석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삼성 간부가 ‘앞으로도 수개월에 한 번 정도 방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애초 이번 사태가 한일 정부의 정치적 갈등에서 비롯된 만큼 그간 삼성전자는 자사가 전면에 부각되는 것을 자제해왔다. 실제로 삼성전자 측에서는 이번 이 부회장의 일본 출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을 정도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지난달 말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방침이 전해진 후 이달 1일 곧바로 구매팀을 일본과 대만에 급파해 관련 물량 확보에 나섰다. 또 이 부회장은 최근 수원 본사에서 김기남 부회장을 포함한 반도체 부문 경영진과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4일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회장과도 이와 관련해 얘기를 나눈 바 있다. 실제 손 회장은 재계 총수들과의 만남이 끝난 후 “(일본의 제재와 관련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일 정부 간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확산되는 양상인데다 뚜렷한 해법마저 보이지 않자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을 통해 일본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김 부회장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만나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얘기를 나눈 만큼 정부의 메시지가 이 부회장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것은 고객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3개월치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고려하면 일본 정부의 제재로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에서 지금 당장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이 부회장이 힘을 싣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에 일본 정부가 규제 대상으로 정한 포토리지스트의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핵심인 극자외선노광장치(EUV)의 필수 소재다. 삼성전자는 EUV를 앞세워 업계 1위인 TSMC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주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포토리지스트의 90%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아예 생산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 고객이 요구하는 사양을 주문맞춤형으로 생산하는 파운드리는 특히나 고객과의 신뢰관계가 중요하다. 생산차질로 고객의 신뢰도가 깨질 경우 오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에서 1등을 하겠다는 삼성전자의 계획도 흔들릴 수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
아베 속마음은 바로 이것? '경제보복'에 北 끌어들여
국제 정치·사회 2019.07.07 17:49:47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대북 제재와 관련됐음을 시사했다. 한일 간 갈등 상황에 북한 문제를 끌어들이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지만, 사실로 드러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이 예상된다. 7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후지TV에 출연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이유로 ‘부적절한 사안’을 들면서 한국이 대북 제재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해 이번 수출규제가 북한과 관련돼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한국은 ‘(대북) 제재를 지키고 있다’ ‘(북한에 대해) 제대로 무역관리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징용공 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명확해졌다”며 “무역관리도 지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일본이 한국으로 수출한 핵심소재 품목들이 북한으로 유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집권 자민당 간부들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앞서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한국으로 수출된 화학물질의)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일이 발견됐다. 군사 전용이 가능한 물품이 북한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며 ‘북한 관련설’을 내비쳤다. 또 다른 여당 간부는 “어느 시기에 독가스나 화학무기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인 에칭가스 대량발주가 급히 들어왔는데 한국 측 기업에서 행방이 묘연해졌다”며 “행선지는 북한”이라고 보다 직접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방송에서 아베 총리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제조에 (반도체 소재) 물질이 흘러 들어간다는 점이 문제냐’는 질문에 “개별 사안을 말하기는 꺼려진다”면서도 “(한국이) 정직하게 수출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우리는 (관련 물질을) 내보낼 수 없다”고 수출규제를 대북 제재와 연관시켰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관리 강화를 단행하며 ‘한국과의 신뢰관계’ ‘수출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 발생’ 등 두 가지를 이유로 들었지만 ‘부적절한 사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베 총리까지 나서서 이번 경제보복을 한국의 대북 제재 준수 여부와 연관 짓고 나선 데는 국내 선거전과 맞물려 한국 정부를 보다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일본 보수세력은 남북 공조에 긴장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에칭가스 행방과 관련한 근거를 기밀이라며 밝히지 않아 결국 근거 없는 무역보복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아베 정부가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들고 나올 경우 한국 정부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호사카 교수는 “아베 정권이 참의원선거에서 참패하지 않는 이상 한국을 일본 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며 “일본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한국 야당이 집권했을 때는 일본과의 관계가 좋았다는 신호를 꾸준히 보내 한국 정권교체에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민주·송종호기자 parkmj@@sedaily.com -
日 경제보복에...경제투톱, 민간에 SOS
정치 대통령실 2019.07.07 17:46:24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현대자동차·LG·SK 등 주요 기업 총수와 만나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하반기에도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까지 나오자 결국 정부 대책만으로는 돌파구를 만들 수 없다고 판단, 민간기업에 SOS를 보낸 것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홍 경제부총리와 김 실장은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외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향후 적극적으로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 측의 제안으로 이뤄진 이번 오찬 회동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5대 그룹 총수를 만나는 방안이 고려됐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출장 등의 일정 탓에 참석이 어렵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업계는 일본의 수출제재에 대한 대응과 향후 제재품목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홍 부총리와 김 실장은 회동 자리에서 정부는 정부대로 경제정책 관련 기조를 잡아가면서 동시에 민간기업이 민간 차원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회동에 참석한 기업과 회동 내용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일본이 관세 인상 등을 비롯한 2차 수출규제 조치를 강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옴에 따라 최대한 일본 정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양국의 갈등 해소 방법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즉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서 촉발된 한일 갈등이 경제보복으로 이어진 상황에서 여기서 더 나아가면 한일 간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는 만큼 감정적 대응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청와대는 오는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의 만남도 조율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경제 투톱의 재계 회동은 10일 예정된 문 대통령과 총수들의 만남에 앞서 재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성격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발언이 한일 양국의 전면전으로 확산돼 양국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
일본은 왜 강할까? 일본 이기려면 일본을 배워라
경제 · 금융 정책 2019.07.07 17:46:11눈물을 머금고 ‘부품소재 징비록’을 써야 할 때다. 일본이 억지주장을 내세우며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자 한국 기업들은 물량을 구하느라 그야말로 혼비백산이 됐다. 언제든지 일본의 부품소재 속국(屬國)이 될 수 있다는 뼈아픈 경험을 하는 만큼 철저하게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본에서 배워 극일(克日)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일본은 왜 강한가. 우선 틈새시장을 찾아 세계 1위를 겨냥하는 ‘니치톱’ 전략을 구사한다. 지난 2014년 ‘글로벌 니치톱 100(GNT 100)’ 정책을 내걸고 부품소재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어왔다. 작은 연못에서도 큰 잉어를 잡을 수 있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남들이 간과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결정권(프라이스세터)을 쥐겠다는 의미다. 일본 기업 스텔라케미파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로 에칭가스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린다. 미쓰이금속은 스마트폰용 초박형 동박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고 스미토모중기계공업은 의료용 자기공명영상(MRI)기기용 냉동기 시장의 80%를 확보하고 있다. 제품에 혼을 불어넣는 장인정신, 이른바 ‘모노즈쿠리’가 또 다른 뿌리다. 숙련공에 대한 대우와 투자가 탁월하다. 탄소섬유로 낚싯대를 만들었던 도레이가 보잉사에 구조물을 공급하게 된 것은 한 우물을 집요하게 파온 모노즈쿠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의 주물과 부품소재 업체들이 열악한 처우를 못 이겨 현장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일본은 이를 통해 해외 기업들이 역설계를 하지 못할 정도로 높은 전문성을 확보했고 비밀유출 차단을 위해 처리공정을 철저하게 블랙박스화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단순한 하청관계가 아니라 파트너 의식을 가진 것도 강점이다. 제품개발 초기 단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이 참여하는 ESI(Early Supplier Involvement) 전략을 채택해 협업관계를 굳건히 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중소기업과 제품을 공동 개발해 미국 테슬라에 공급하고 있다. 부품소재 경쟁력의 백미는 뼛속까지 스며 있는 연구개발(R&D) 투자다. 부품소재 클러스트를 조성하고 펀드를 활성화해 집중 지원한다. 특히 위험도가 높아 민간이 감내하기 힘든 분야에서는 정부가 발 벗고 나선다. 일본통으로 평가받는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부품 소재와 세트까지 한번에 육성할 수 있는 국가 프로젝트를 마련해야 한다”며 “부품소재와 조립이 연계되는 밸류체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국내 日자금 21조→18조로 급감...최종구 "빌릴 곳 많아 문제 없다"
경제 · 금융 금융정책 2019.07.07 17:45:22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올 들어 국내에 풀린 일본계 은행의 자금이 21조원에서 18조원으로 3조원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공격적인 대출에 나섰던 일본계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외 익스포저를 줄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일본의 통상 보복 조치가 확대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회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한국에 진출한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미쓰이스미토모·미즈호·야마구찌 등 4개 일본계 은행의 국내 총여신은 18조2,995억원으로 6개월만에 2조7,822억원 줄었다. 이미 일본계 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 비중을 줄이고 있다. 제로금리를 바탕으로 해외 대출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일본계 은행들의 해외 예대율(해외 수신 대비 대출 비율)이 100%를 웃돌면서 대외 익스포저 축소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선호가 한풀 꺾이면서 일본계 은행들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의 대외 익스포저를 우선 줄였다. 지난해 말 기준 외화 예대율이 125%, 해외 대출 규모가 52조원에 이르는 미쓰비시의 경우 6개월 사이 국내 대출을 1조1,925억원 줄이면서 일본계 은행 국내 지점 가운데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여신축소 정책을 폈다. 최근 일본계 은행의 자금 회수는 은행 내부적인 자금운용 전략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일본계 은행의 입지를 고려할 때 자금철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계 은행의 국내 지점 총여신액은 전체 외국계 국내 지점 총 여신의 약 27%(지난해 9월 말 기준)로 중국계 은행(34.3%)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주식·채권 시장에도 12조원 넘는 일본계 자금이 들어와 있다. 문제는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를 금융권으로 확대하면 한국에서 자금을 빼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을 거부하거나 신규 대출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일본계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국내 은행이나 기업의 유동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일본계 은행이 한국의 은행과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빌려준 금액은 586억달러(약 6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통계에는 국내 은행들이 일본에서 발행한 엔화 표시 채권인 사무라이본드도 포함된다. 특히 일본계 은행의 한국 관련 여신의 약 60%가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조달한 금액으로 관련 자금이 경색될 경우 우리 기업들이 해외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에 나와 있는 일본계 은행 지점의 여신보다 국내 금융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내 금융기관들의 대일본 금융기관 차입 규모”라면서 “당국이 이 통계를 밝히지 않는 것은 그만큼 그 숫자가 민감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일본 정부의 금융규제 시나리오에 대해 점검하고 있지만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출입기자 오찬 간담회에서 “일본이 금융 부문에서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어떤 옵션이 가능한지를 점검했다”면서 “국내 은행이나 기업에 신규 대출 및 만기 연장(롤오버)을 안 해줄 수 있는데 그런다 해도 대처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계 자금이 한국에서 일시에 빠져나가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우리 금융기관들의 신규 차입은 물론이고 기존 차입의 만기 연장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우리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이 안정돼 있고 금융기관의 신인도도 매우 높다”며 “일본이 돈을 안 빌려줘도 얼마든지 다른 데서 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
한국당 “日 경제보복 참의원 선거용 아냐...장기화 우려”
정치 국회·정당·정책 2019.07.07 15:52:28자유한국당이 “일본의 경제보복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직접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7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일본경제보복 긴급대책회의에서 김광림 최고위원은 “일부에서는 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경제보복이 국내정치용이라고 한다”며 “하지만 지금 지지율을 보면 집권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공명당을 합하면 30%이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3.3%, 공산당은 1.8%, 사민당은 0.3%에 그친다”고 말했다. 그는 “무응답이 60%인데, 과거 사례를 보면 대부분이 여당표”라며 “집권당의 압승이 예상된다고 일본 언론에서 이야기하고 있어서 선거 이후에 경제보복이 유야무야 넘어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경제보복이 누그러질 수 있다고 보지만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일본의 추가보복조치가 예상된다”며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국내 정치문제로 끌어들이지 말고 지금까지 해왔듯이 경제는 경제 문제로 풀 수 있게 나서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종구 의원은 “일본 정부가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서 (무역보복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의 수출규제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절대 이 판을 키워서는 안 된다”며 “감정을 자극해서 싸울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번 건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아니라 총리실이 취한 조치”라며 “이를 미뤄볼 때 본질은 경제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라고 봤다. 그는 “경제로 푸는 게 아니라 정치, 외교로 풀어야 한다”며 “결국 청와대가 나서서 아베 총리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아베 '헛다리' 짚었나...韓 경제보복에도 지지율은 추락
국제 정치·사회 2019.07.07 15:09:04아베 신조 일본 내각의 지지율이 이달 들어 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까지 단행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지만, 정작 지지율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4~5일 18세 이상 유권자 1,5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이 51%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달 28~30일 실시한 직전 조사 때의 53%보다 2%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진행된 당시 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집권 자민당은 참의원선거 후보들에게 정부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조치를 선거운동에서 적극 언급하도록 지침을 내릴 정도로 한국에 대한 보복을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냈지만 실제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아베 총리는 7일 후지TV가 방영한 정당 대표 토론에서도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이) 국가와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명백해졌다. 무역관리 역시 제대로 지키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수출규제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를 강화한 이유에 대해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다”면서 한국이 수입품 일부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자민당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것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
한일무역갈등 피해 中企에 서울시, 긴급 자금 지원
사회 사회일반 2019.07.07 12:35:21한일 무역갈등으로 기업 피해가 예상되면서 서울시가 긴급 자금 대출, 지방세 징수 유예 등 지원책을 내놓았다. 서울시는 ‘일본 수출 규제’로 초래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 지원 대책을 시행한다고 7일 발표했다. △중소기업육성기금 활용 긴급 자금 지원 △지방세 징수 유예 △피해접수창구 운영 등이다. 시는 서울 소재 기업에 중소기업육성기금을 활용해 연 1.5%의 금리로 긴급 자금을 지원한다. 정확한 지원금액 수요를 파악한 후 중소기업육성기금 중 100억 원을 지원하며 수요에 따라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생산 차질 및 판매 부진을 겪은 ‘직접 피해 기업’에는 지방세 납부를 유예한다. 재산세 등에 대한 고지 유예를 최장 1년까지 연장하고 기존 지방세 부과 및 체납액에 대해서도 최장 1년까지 징수를 유예할 계획이다. 기업 지원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는 8일부터 ‘피해 접수 창구’를 운영한다. 서울기업지원센터에 전문상담사를 배치해 피해 상황을 접수하고 실태를 확인해 효과적인 지원 대책을 개발할 계획이다. 서울기업지원센터는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1층에 위치해 있다. 센터 누리집에는 일본 수출규제 관련 정보가 제공된다. 조인동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이번 사태로 직접적 피해를 입게 되는 서울 소재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간담회 등을 통해 피해규모 등 실태를 확인해 효과적으로 기업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썸_레터] 역대 日 불매운동 결과는? 결국 '용두사미'
사회 사회일반 2019.07.07 07:12:54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 중소상인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상인들 발 아래엔 유니클로, 혼다, 데상트, 미쯔비시, 아사히, 토요타, 소니, 마일드세븐 등 일본 브랜드 로고가 부착된 박스가 있었죠. 이들은 “아직도 대한민국이 일본 식민지인줄 아느냐”고 분노하며 박스들을 발로 짓뭉갰습니다. “과거사에 대해 일말의 반성도 없는 일본 정부를 향해 던져지는 작은 돌멩이가 되고자 한다”는 외침도 이어졌습니다. 최근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 규제로 한국경제를 압박하고 나서자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거세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수수료를 물고도 취소했다”며 일본 여행 취소표 인증샷이 올라오는가 하면, 일본 제품 블랙리스트도 활발히 공유되고 있죠. 나아가 일본 출신 연예인들을 퇴출해야 한다고 목소리까지 나옵니다. ■잊을 만 하면 불 붙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그 역사가 깊습니다. 1920년대 일제의 경제 수탈과 민족 말살 정책에 항거해 벌였던 ‘물산장려운동’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죠. 국산 제품을 써서 민족 자본을 만들고 그 자본을 바탕으로 조선을 다시 세우자는 취지의 민족자립 운동이었습니다. 당시 호응은 있었으나 일제 탄압으로 오래 가진 못했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일본은 꾸준히 역사 왜곡과 망언을 이어왔죠. 그때마다 시민단체 중심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불이 붙었습니다. 지난 2001년 역사 왜곡이 심각했던 일본 우익 단체의 ‘후쇼사 교과서’ 파동이 대표적입니다.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으로 잠깐 훈풍이 불었던 한일 관계는 이 일을 계기로 경색 국면을 맞았죠.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과 함께 후쇼사 교과서 검정 통과로 우리나라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됩니다. 일본 담배를 쌓아놓고 불을 지르는 등 일본 제품 화형식을 치르거나, 일본차 안 타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여졌습니다. 당시 한 대형마트 통계에는 일본산 맥주 판매량이 한 달 만에 35.6% 떨어졌고, 렉서스와 혼다 등 일본 수입차 브랜드의 국내 판매도 30%가량 급락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2011년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반일 감정을 또 한 번 건드립니다. 2013년에는 회원 수 600만 명의 골목상권살리기 소비자연맹이 3.1절을 기점으로 일본 제품 사진에 불매 스티커를 붙이는 등 대대적인 일본 제품 취급 반대 운동을 벌였습니다.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일제 불매운동’으로 전해지는 사건이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당시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미쓰비시 자동차의 경우 불매운동과 판매 부진 등으로 국내 철수설까지 나온 방면, 기린맥주의 경우 새로운 맛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에 폭염까지 맞물리며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전해졌습니다. ■미국·중국제품 불매운동은? 일본 제품으로 시선 돌리는 풍선효과도 물론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한 불매운동도 있었습니다. 2002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반미 감정이 고조되며 ‘미국제품 불매’, ‘미군 손님 안 받기’ 운동이 거세게 일었는데요. 누리꾼들 중심으로 ‘맥도널드 햄버거 안 먹기’ ‘코카콜라 안 마시기’ ‘007영화 안보기’ 등 ‘안 먹고 안 보고 안 쓰기’를 실천하는 네티즌(누리꾼) 미제품불매 ‘3안운동’이 펼쳐졌습니다. 그 해 연말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 때 안톤 오노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 사건은 대미 분노에 불을 지폈습니다. 나이키, 월마트, 외식 프랜차이즈 TGIF 등 모든 미국 업체들이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었죠. 다만 맥도날드나 스타벅스의 매출이 실제로 크게 타격을 입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스타벅스는 2002년 말 시장 점유율 40%로 업계 1위를 달성했습니다. 중국을 향한 불매운동도 많았는데요. 1998년 포르말린 통조림 파동, 2000년 납 꽂게 파동,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특히 중국산 분유 파동 이후 일본산 분유 판매량이 판매처에 따라 40%에서 최대 3배까지 증가했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하죠. ■일본 제품 불매운동, 얼마나 타격 입혔을까 사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벌어진 많은 불매운동들은 대부분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오히려 직구 트렌드 등으로 글로벌 쇼핑 문턱이 낮아지면서 불매운동을 벌였던 일본제품들의 소비량은 그동안 꾸준히 늘어왔죠. 올 상반기 일본 자동차 브랜드는 21.5%(2만 3,482대) 점유율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한국인 일본 여행객은 지난해 754만 명으로 5년 전에 비해 3배나 증가했습니다. 일본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의 최근 3일 안팎의 매출이 전년대비 17% 급감했다고 하지만, 국내 1위 SPA 브랜드 위치가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네티즌들은 “한국 같은 약소국이 불매운동해도 전혀 타격이 없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했던 어느 상인의 말처럼 ‘작은 돌멩이’를 던져보려는 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본에 항의할 수 있을 겁니다. 기자 또한 올 여름휴가 가족여행을 일본으로 계획했다 마음을 접었습니다. 2019년에 벌어지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과연 어떤 파장을 가져올까요?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
한일 경제마찰 커지는데..."뾰족한 수 없다"
산업 기업 2019.07.06 13:11:40한국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일본이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들기 몇 주 전. 사석에서 만난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일본과 이렇게까지 거리를 둬도 괜찮냐’는 기자의 질문에 “달리 할 게 없다”고 했습니다. 한일 갈등은 부처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그는 “중국이 여전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등 힘의 논리를 펴는 가운데 일본과도 척을 지는 게 적절한지 고민해봐야 한다”면서도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지만 정치적인 문제가 개입돼 있어 우리가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수출제한 조치를 4일 시행하면서 한일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실무 부처가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갈등을 야기한 근본 원인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뒤따릅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여러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 중 하나인 ‘WTO 제소’의 실효성부터 따져보면 이렇습니다. 1심 격인 분쟁해결기구(DSB) 패널 판정에만 최소 6개월이 걸리는 데다 최종심 격인 상소기구는 올해 12월이면 사실상 기능이 마비됩니다. 현재 최종심 재판부는 구성에 필요한 최소인원인 3명으로 운영 중인데 올해 12월이면 2명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죠. 상소위원을 추가로 선임하려면 모든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WTO 체제에 불만을 갖는 미국이 선임 절차를 보이콧하고 있습니다. 결국 1심에서 우리가 이겨도 상소기구의 최종 판정은 받지 못하고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가 계속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4일 “일본이 경제 보복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대응 조치를, 또 상응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무역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이 우리에게 그랬듯, 일본이 우리에게 의존하는 품목을 골라 수출 규제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이 업계의 피해를 되레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습니다. 전자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국 간 대결이 국지전에서 전면전으로 확전되거나 장기화하는 게 기업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강 대 강’ 대결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응 무기로 사용할 품목을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전자장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주일 전부터 주요 협회를 중심으로 일본이 우리에게 의존하는 품목을 조사해봤는데 이렇다 할만 한 게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기타 제조업 관계자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양국 간 교역 구조나 산업경쟁력을 봤을 때 일본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결정적 한 방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부 역시 속으로는 지금 당장 무역 대응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이 외에 정부는 ‘수입선 다변화’ ‘소재산업에 매년 1조 투자’ 등의 대책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들 대책은 당장의 피해를 만회할 수 있는 방안이라기보다 중장기 대책에 가깝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이쯤 되니 ‘뾰족한 수가 없다’는 일부 관료들의 토로가 이해가 됩니다. 실무부처 사이에서는 일본과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간간이 새나왔습니다만 양국 정권의 자존심 대결 사이에 파묻히곤 했습니다. 실제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 논란과 관련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타협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한일 기업 출연 기금안’ 등 대안을 내놓긴 했으나 앞서 여러 제안을 퇴짜맞은 일본의 마음을 돌리기엔 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외교적인 문제를 왜 경제적으로 풀려고 하느냐고 일본을 비판할 수는 있다”면서도 “주한 방위군 예산을 얘기하면서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계하는 미국의 경우만 봐도 외교·안보 이슈와 경제를 연계하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외교부에서 고위직을 지냈던 한 전직 관료는 “이미 한일 갈등은 관료들이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떠났다”며 “더 늦기 전에 ‘정치적 해결’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습니다./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
일본 경제 보복 수혜주 전자 부품에서 국산 문구·의류로
증권 종목·투자전략 2019.07.06 10:15:45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에 나서면서 관련 수혜 업종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관련 제품의 국산화 기대가 높아지면서 반도체 소재·디스플레이 부품주가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후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여론이 확산되자 소비재 업종을 중심으로 일본 제품의 경쟁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불산(불화수소) 제조기업인 램테크놀러지(171010)는 1일 13.77% 상승에 이어 2일에도 상한가(29.92%)로 치솟아 5,580원에 장을 마쳤다. LCD 및 OLED 제조장비 생산업체인 에프엔에스테크(083500)는 2일 19.67%, 3일 2.04%, 4일 3.20%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공정용 화학소재 전문업체인 디엔에프(092070)는 1일 2.64%, 2일 10.16%, 3일 1.17% 각각 상승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LG디스플레이(034220) 등 국내 제조기업들이 과잉 재고를 소진하고 생산 차질을 빌미로 가격 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 가능할 수 있다”며 “국내 소재 기업들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국산화에 따른 수혜가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여론이 본격 조성된 4일 이후에는 문구, 의류, 맥주, 주방용품 등 소비재 기업들이 ‘애국테마주’로 주목받으며 강세를 보였다. 문구 기업 모나미(005360)는 4~5일 이틀 연속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모나미는 지난 2월 삼일절 100주년 기념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의류에서는 국산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005390)이 수혜주로 꼽히며 5일 장중 26.56% 급등해 52주 신고가를 터치했다. SPA 강자 일본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 운동의 수혜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그 밖에 하이트진로홀딩스(000140), 주방용품 기업 PN풍년(024940)도 5일 장 중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의 매출 증가,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지 여부가 불확실하고 반짝 상승세에 그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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