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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일본인 기원=고대 한국인' 인정해야

세키네 교수 '한국과 중일 사이 역사 관련 쟁점' 학술대회 발표

日 패전 이후 단일민족론 득세

한국과의 계통관계 부정·왜곡

문화적 연속성 인정·연구 지속을

세키네 히데유키 가천대 교수

"일본인의 기원이 고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부정·왜곡하는 일본 학계의 의식이 한일 계통 연구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세키네 히데유키(사진) 가천대 동양어문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최로 경기 성남시 판교 본원에서 열린 '한국과 중일 사이 역사 관련 쟁점' 학술대회 주제발표에서 패전 후 일본학계가 이웃인 한국과의 계통관계를 애써 외면하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세키네 교수는 일본 쓰쿠바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일 비교문화 전문가다. 그는 일본 내 민족 기원 학설들의 흐름이 최근 100여년 동안 격변했음에 주목했다. 일본 민족이 아시아계 민족들과 섞여 형성됐다는 혼합민족설이 지난 19세기 말 메이지시대 당시에는 서구 합리주의에 근거한 학설로 인정받았지만 일본이 청일·러일 전쟁 등을 시작으로 제국주의시대에 접어들면서 대동아공영권 및 식민지 경영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것. 세키네 교수는 "일본인이 아시아 어디에서도 소통할 수 있는 혼합민족임을 주장하는 것이 아시아 진출에 유리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인·일본인이 같은 뿌리라는 일선동조(日鮮同祖)론이 한일 합병을 계기로 득세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선동조론자 가운데도 당시 고대 한반도에 일본 식민지가 존재했다는 일본 사학계의 정설과는 다른 견해를 피력한 학자도 있다. 도쿄제국대 인류학 전공 주임교수였던 도리이 류조는 1919년 3·1운동 직후 저서에서 "일본인은 조선을 먼 조상의 나라로 생각해 조선을 '어머니의 나라'라고 불렀다. 말하자면 일본은 일종의 식민지였다"고 밝힌 바 있다.

세키네 교수는 "일본의 패전으로 혼합민족론이나 일선동조론은 자취를 감추고 학자들도 잊혔다"고 말했다. 제국주의 팽창 정책에 대한 혐오와 뿌리 깊은 민족주의로 빈자리는 단일민족론으로 채워졌다. 그는 "한국과의 관계를 회피하고 한반도와 다른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왜곡된 인식이 패전 후 계통 연구에 큰 장애물이 됐다"며 "1970년대 이후 단일민족 패러다임을 부정하는 학자들이 아시아 민족 집단 이주와 일본인 기원 모델을 내놓았지만 그들조차 도래인(渡來人)의 위상을 가능하면 과소평가하고 단순히 한반도 문화가 일본 열도에 전파된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80년대 말 하니하라 가즈로 도쿄대 인류학과 교수는 고대 일본에 동북아·동남아계 집단이주설을 주장하면서도 도래인의 기원을 애매하게 한반도 북쪽으로 설정하거나 도래인을 막연히 북방계 민족으로만 표현했다.



세키네 교수는 "일부 학자는 도래인이 시베리아·만주에서 한반도를 뛰어넘어 일본 열도로 이주했거나 멀리 중국 남부에서 바다를 건너왔다고 해석한다"고 말했다. 왜곡된 형태로나마 한국인과의 직접적 관계를 회피하려고 고안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 세키네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인류유전학적으로도 도래인은 분명 '고대 한국인'이 맞다"며 "일본 학계가 한일 간에 명백한 문화적 연속성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적어도 혈연관계만큼은 인정하면 안 된다는 신념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여전히 일본 학계 연구자들이 왜곡된 잠재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몇몇 뜻있는 학자들은 학계의 냉대에도 꿋꿋하게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며 "과거 짧은 시간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졌듯이 머지않아 한일 계통 연구에 획기적 전기가 찾아오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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